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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May 21. 2024

낭만이란 배를 타고


"다른 노래 들을래, 시타팝은 아침에 재미없어."


사랑하는 사람은 한 인디밴드의 곡을 알려주었다. 나는 능숙하게 유튜브로 그 곡을 찾았다. 나도 오래전에 들어봤던 익숙했던 곡이었다. 그의 휴대폰으로 곡을 틀어놓고 나의 왼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오른손으로 다시, 서로를 꼭 잡았다. 화요일 오전, 꽉 막힌 강변북로 도로의 한 차안에서 뭉글한 곡이 찬찬히 피어올랐다. 


-


길을 잃어도 우린 서로 꼭 붙잡고 있어 나를 안아줘 

따스한 아침 햇살과 우리 둘의 사랑은 영원할 거야


우린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우린 젊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우린 사랑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아무것도 모르지만 우린 괜찮을 거야


-


삶은 늘 완벽할 수 없고 인생엔 어떤 결핍이 있기 마련이다.


-


그녀는 마치, 지겨워진 게임을 그만두듯이 세상을 멈추어버렸다. 

단순한 로그아웃처럼, 하나의 세상을 그만두었다. 

어떤 날엔 그녀가 너무나 이해되었다.

그녀의 결정은 더 이상 어떤 걱정도 고뇌도 없는 

완전한 고요, 그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삶'의 선택이었다.

더 많은 기쁨이 있고 더 많은 즐거움이 남아있었을텐데 -  하는 아쉬움은

다른 차원을 경험한 그녀에게 결코 아쉬울리 없는 아쉬움.

그저 아직 이세상에 머무는 미련 많은 미생의 작은 소욕들일 뿐.

그토록 많은 걸 겁내던 당신이었는데, 마침내, 

우리 중 아무도 가보지 못한 그 길을 가장 먼저 걸었네.


-


그러고 나서, 그녀의 엄마는, 나의 엄마는

나를 좀 싫어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 모든게

나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녀는 나의 연락을 싫어하고 자주 귀찮아한다.

너는 행복하냐고, 깨가 쏟아지냐고

그녀의 엄마는, 나의 엄마는 

그렇게 나의 행복을 힘겨워한다.


-


조금 쓸쓸한 결혼식을 상상한다.

나의 어머니도, 나의 아버지도, 이젠 하나뿐인 나의 형제도

어쩌면 모두가 외면할지 모르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했지만

어쩐지 우리는 우리였던, 우리는 

어쩐지 점점 더 멀어지는 우주의 별 같다.


-


삶은 늘 불완전 위에 있고 새로운 결핍을 견디며 인생은 살아지는 것이다. 


-


노래는 반복해서 연주되었고 조금 슬픈 생각들이 눈물처럼 차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다. 모든게 완벽할 수 없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건

삶이라는 숙명의 고된 그림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았다.

결코 놓지 않을 손을 잡았다.

가만히, 가만히, 노래를 들어본다.


-


We don't know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We don't care 어디든 같이 떠나자 괜찮을 거야


우린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우린 젊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우린 사랑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아무것도 모르지만 우린 괜찮을 거야




202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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