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겨울. 나는 이천의 한 반도체 기업 사내방송 담당자였다. 연말 특집으로 각 본부별 우수 사원을 인터뷰하는 코너 녹화가 있는 날이었고, 시간에 맞춰 스튜디오 안으로 단정하고 멀끔한 두 직원이 차례로 들어왔다.
우리는 좀 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며 준비된 질문을 차례로 던졌다. 현장은 무난했고 직원들도 어색함 없이 대답을 남겨주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당신이 아이디어를 얻는 중요한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두 사람 중 좀 더 키가 컸던 한 직원이 대답한다. 저는 역사 드라마예요.
취미인데요,
역사극에 나오는 분들은 보통
대단한 사람들이잖아요.
‘따라는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그런 걸 보게 되거든요.
김유신이 했던 말 중에 "내 마음을 알아주게.
나는 마음과 다른 일은 하지 못하는 사람이네."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마음이랑 다른 일을 할 때
가장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항상
제 마음과 같은 일을 하려고
같은 말을 하려고 합니다.
그에게 던졌던 수많은 다른 질문과 대답은 잊어버렸지만 그 대답만은 어쩐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뇌리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그래서 그날 그 시간 이후로, 나 또한 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마음과 다른 말,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202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