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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Mar 05. 2022

계절의 길목에서

계절은 쉽게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 특히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요즘이 그렇다. 이른 아침엔 영하이지만 오후가 되면 영상 10도를 웃돌 때도 있고 오후 서너시가 됐을  어쩐지 겨울바람이 다시 요동치기도 한다. 이맘때엔 하루에  계절을 겪는다. 그러니 옷을 고르는 일도, 신발을 고르는 일도 무척이나 곤란. 햇살은 따가운데 공기는 차가운 아이러니. 어느 온도에 맞추어야 할까? 세상에 내던져진 이후 누구든 무수히 겪어본 일이겠지만. 때론 어떤 일이 매번 새롭듯, 날씨의 변덕은 낯설기만 하다.


계절의 길목에 서서. 나는 이 생경함을 가진 어떤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언제나 차가웠다가 어느 순간엔 봄처럼 녹아든다. 손길엔 따스함이, 언어엔 냉정과 무심이 담긴다. 한없이 여리게 다가왔다가, 끝없이 날카롭게 사라지고 만다. 정오의 온기를 감추고 철 지난 겨울을 붙잡는 이 계절의 습관처럼, 누군가의 불안을 전제하고서야 만, 그들은 얼굴을 가질 수 있다.


늘 겨울이거나, 늘 여름이거나, 늘 봄과 가을인 사람들은 읽기 쉬워 초라해진다. 하지만 나의 계절은 언제나 그런 것이다.


20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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