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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Mar 22. 2022

마음으로부터

스물아홉, 백패커와 워홀러를 넘나들던 시절. 이방인이었던 나를 견디게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사뭇 다른 인사 문화였다. 나는 처음, 그것이 너무나 어설퍼서 자주 올려야 하는 팔의 방향이나 몸의 기울기를 틀리기도 했고 몸이 닿는 타인의 낯선 느낌엔 긴장으로 온몸이 뻗뻗하게 굳기도 했다. 하지만  어색함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백패커로 만나 내내 어울렸던 친구는 파리 출신의 거리음악가 악셀이었는데, 덕분에 어느새 나는 무척이나 부끄럽게 생각했던 비쥬에도 제법 능숙해져 있었다.  팔을 벌려 상대를 자신의 존으로 초대하고 감싸 안은 손으로 두어  등을 두드리며 전하는 인사. 어서 , 오랜만이야,  지냈어? 서로의 언어가 다르고 각자가 가진 배경이 상이했어도  순간에는 마치 자연법처럼 모두에게 이해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분명 존재에 대한 인정, 그리고 따뜻한 환대와 위로였다.



아주 오래 전이어서 다 잊은 줄 알았던. 하지만 오늘은, 실로 오랜만에 그런 인사를 나눈 기분이다. 별로 대단할 것 없는 나라는 존재를 마음으로 받아준 사람들. 그들이 전해주는 따뜻한 생일 축하의 메시지에서 나는 오래전 누군가가 전해주었던 그 따뜻한 환대와 위로를 다시금 안은 것 같다. 그래, 뭐 우린 그렇게 살았다.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차가움과, 적당한 냉소를 잘 지니고 언제든 함부로 웃지는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그들과 같은 따뜻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방식이 다를 뿐인 것이지,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를 안고 환대하고 위로하고 있지 않았을까. 마음으로, 깊은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조만간 소중한 누구를 만난다면 조금은 더 표현해보고 싶다. 이성은 오해할 수 있으니 동성에게라도. 나는 그때, 마음에 굳은살이 덜했던 스물아홉의 나로 돌아가서 조금 더 내 마음을 열어 마음으로부터 안아주며 꼭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그리고 나는 너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고.



202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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