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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Apr 21. 2022

글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교수의 에세이를 읽는 중이다. 입에서는 연신, '미치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잘 배운 사람들 특유의 위트 있는 글은 나를 미치게 한다. 술도 담배도 아니하고, 딱히 즐기는 여타 취미도 없는 내겐 특히 그렇다.「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좀 더 빨리 읽었더라면. 오늘 저녁 후 짧은 산책길에서 '나는 손자 손녀도 없는 할머니야.'라며 나른한 일상을 순식간에 위기로 전환시킨 엄마에게, '후손이란 무엇인가?' 혹은 '결혼이란 무엇인가?'의 신성한 주문을 던짐으로써 안전한 자유를 재빨리 되찾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다만, 그 순간 맥락 없이 미안해져서 엄마의 낮은 어깨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자격 없는 사람의 위로를 속삭이듯 전했을 뿐이다.  


글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을 따지는 질문이 대게 위기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 응당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마땅하다.  쓰는 일이란 무엇인가. 블로그란 무엇인가. 브런치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써놓고 보니  손가락, 발가락이  오징어처럼 오그라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만 요즘 나는 분명 흔들리고 있다. 꾸준히 쓰고자 했던  욕망 자체에도 의문이 든다. , 무엇을 위해서.  필요한 메시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쓰기 위해 쓰이는 글들이 50일의 장마처럼 쏟아지는 세상이 아닌가. 그럼에도 어느 방향에서든지, 나는 말라버린 우물처럼 답답하다. 이것 또한 지나가겠으나, 적어도 지금은 그러하다.  



202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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