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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Apr 21. 2022

기다림

동생이랑은 다섯 살 차이가 나요. 그러니까 그날은 4살이 되고 맞이한 어느 여름날이었던 것 같아요. 배가 부르지 않은 엄마의 손을 잡고 시내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갔어요.


엄마는,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으면 저 시계의 큰 바늘이 어떤 숫자에 올 때쯤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간호사와 함께 어디론가 갔어요. 나는 원체 순하고 울지 않는 아이어서 엄마의 말대로, 병원의 대합실에서 혼자 얌전히 앉아 엄마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어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던 것 같아요. 얼마 동안은 작은 소리로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어떤 상상도 하고 혼자서, 재밌게 놀면서 엄마를 기다렸어요.


커다란 바늘이 엄마가 말했던 숫자에 가까워 오는데도, 공간은 여전히 낯선 사람들로 가득해요. 바늘이 정해진 숫자를 넘어갈 때쯤, 사람들이 자꾸 물어요. 꼬마야, 너 왜 혼자 있니. 엄마는 어디 갔니. 엄마가 도망갔나 보다. 엄마가 널 버렸나 보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아는데도 사람들 말이 진짜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심과는 다르게 눈에서는 눈물이 찔끔찔끔 삐져나오네요. 사람들이 볼까 봐서 얼굴을 소파에 묻고 아닌 척 소매 끝에 눈물을 훔쳐내요. 빨리 마른 얼굴이 되어서 괜찮아 보이고 싶은데, 그런데 자꾸 두 눈이, 두 볼이 젖어가요.


사람들의 참견이 사실처럼 믿어질 쯤에 엄마가 나타났어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 라며 안아줬지만.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어쩐지, 그 아이의 마음은 이미 버려진 것만 같아요.


아직도  그날이  생생해서, 그래서 기다림이 길어지면, 나는 그날의 네살 아이가 되어서.  그날의 대합실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것만 같아요. 쓸데없이 불안하고 쓸데없이 마음이 많이 아파요. 그러니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아요. 나는 , 또다시 버려지는 것만 같으니까요.



20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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