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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Apr 22. 2022

선한 사마리아인

터널을 빠져나온 것을 자축하면서 맛난 저녁을 한가득 먹고 느긋이 할 일을 마친 후 잠자리에 들러는데, 순간 불편한 체기가 올라왔다. 출장 전날 사놓았던 소화제 한 알을 먹고 가슴을 툭, 툭 쓸어내리며 십여 분 간 불 꺼진 방안을 걸었다. 며칠 전 낯선 외국 땅에서 같은 체기에 잠을 이루지 못한 내게 와 등을 투덕 투덕 두드려 주던 크가 생각이 났다. 


크는, 긴 터널을 지나며 가장 가까이서 가장 살뜰하게 내 아픔과 고통을 이해해준 사람이었다. 이어진 새벽, 스키폴 공항으로 가는 내 짐까지 대신 싸주었던 크는, 덕지덕지 눈물자국 말라붙은 내 안경을 발견하고는 유난히도 마음이 쓰였다고 했다. 가까웠다 생각한 이들의 외면과 상처에 더해진 상처까지도 보듬어주던 크를 보며 왠지 모르게 선한 사마리아인이 떠올랐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던 한 사람은 강도를 만났고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때려 반쯤 죽은 상태로 버려두고 갔다.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갔지만 그를 보고는 피해서 지나갔고 레위인도 그를 피해 갔다. 그들에겐 종교적인 원리 원칙이 생명보다 귀했다. 


외면당한 채 죽어가던 자를 불쌍히 여겨 상처를 싸매고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일부를 내어준 이는 그들이 천대하고 멸시했던 존재인 사마리아인이었다. 자신을 옳게 보이려 이웃의 의미를 질문한 이에게 예수는 오히려 질문으로 답을 했다. 그렇다면 이 세 사람 중 누가 강도 맞은 자의 이웃이겠느냐.


내 마음이 강도 맞은 자처럼 피 흘리고 다쳐 죽어갈 때 진정 내 이웃이 되어준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나는 이 질문에 답한다. 주님, 그날 내게 진정으로 이웃이 되어 준 자는 바로 내게 '자비'를 베푼 자, 선한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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