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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Nov 11. 2020

[오늘을 남기다] ‘나’를 찾음에 행복하다.

따라 따라 프로젝트의 그녀들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활동 중인 “따라 따라 프로젝트”의 2020년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다녀왔다.

‘따라 따라 프로젝트’의 소개를 간단히 하면, 미술 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살다가 어쩌다 현대미술이란 것이 궁금해진 평범한 주부들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직접 ‘따라’해보며 시작된 모임이고,  벌써 5년째 그들만의 예술을 하고 있다고 한다.


5년 동안의 기록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50분간 상영을 하였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이 모임을 5년간 해오고 있는 그녀들의 생각을 담은 인터뷰가 주 내용이었다.

작품을 만들고 연구하는 내내 터져 나오는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덩달아 웃음 짓게 했다. 그녀들의 열정과 유쾌함이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하지만 그녀들은 인터뷰 중간중간에 이런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역경과 시련이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 역경과 시련의 이유는 그녀들이 모두 가정주부라는 것이었다.

평일 오후,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모임을 끝내야 했고, 주말은 남편님과 가족의 평화를 위해 함께 보내야 했다. 솔직히 돈이 벌리는 취미활동도 아니니 누군가에게 ‘예술하러 가네’ 하고 말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남들이 보면 바쁜 거 같은데, 그냥 놀러 다니는 거 같기도 하고, 특히나 가족들에게 이해를 받는 건 쉽지 않다는 거였다.

작년에 이맘때 주말, 서울에서 전시회가 있었다고 한다. 현직 작가들이 이 분들의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자리였었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생각만으로도 가슴 떨렸다. 하지만, 이맘때가 하필 김장철이어서 그 자리를 김장과 바꾼 분도 있었고, 또 주말에 집에서 ‘우리 밥은 어떻게 하냐’며 잡는 식구들 때문에 참석을 못한 회원도 있다고 했다.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났다. 엄마라는 사람은, 아내는, 며느리는 취미 활동 좀 당당하게 하면 안 되는 건가? 매일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한 번 정도였을 텐데 말이다. (이런 부분이야 가정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이런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일들을 겪은 회원들은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까지 해서 이 모임을 하려고 할까?’를고민했다고 한다. 이유는 그 모임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은 게 가장 크다고 했다. 내 이름이 불리고, 오롯이 내가 있는 그곳이 좋다고 했다.


결혼하고 살림하며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들에게 ‘나’를 찾는 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큰 행복임을 안다. 그 이름 석자가 불리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지, 몇 년 동안 꽁꽁 숨어있다가 누군가 불러주면 낯설고, 간지러우며, 설레어 빼꼼히 고개를 든다. 그 기분을 나도 안다.  

3년 전 나도 그랬다. 동화를 쓰는 동아리에 들어가 그림도 그리고, 글도 배우면서 신세계에 와있는 거 같았다. 무엇보다 그곳엔 오롯이 ‘나’만 있었다. 내 이름 석자가 불렸고, 덤으로 ‘선생님’이라는 호칭까지 함께 붙여줬다. 누구한테도 가르쳐 줄 게 없는 사람인데도. 아마 그곳에 문화인듯했다.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만지며 대답하던 때가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지났다. 지금 난 무얼 하면 즐겁고, 무얼 하고 싶은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이건 오롯이 내가 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이런 활동이 돈이 안 되면 어떠리, 그냥 노는 거면 어떠리. 그 안에 내가 있고, 내가 즐겁고, 세상 진지하다는 데.

5년간의 따라 따라 프로젝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분들에게 앞으로 10년, 아니 그 이상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그녀들의 작품이다.  그녀들은 매주 화요일에 2시간 정도의 모임을 한다고 한다. 현대미술에 관한 스터디를 하고, 따라 하고 싶은 작품을 함께 연구하여 ‘한다’고 한다.


사진출처 : http://m.blog.naver.com/hsview/221398270208

20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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