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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Nov 05. 2020

[오늘을 남기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마취부터 하겠습니다.

혀 하고 입술이 얼얼하나요?


아~ 하세요.

더 크게 하세요.

물입니다. 치익~ 윙~

위~  잉~ 이이이잉 치익~ 위~ 이이잉~~ 치~익


입 다물면 안 됩니다.

더 크게 벌리세요.

혀에 힘 빼고요.

위~ 이잉~ 이이이이잉~ 치~익~~  위~~이이이이~잉~


!@&#^$@#%*$(#$^


왜 아프세요?


!&@#^%*@#$


아 힘드시다고요. 조금만 참으세요.

입 크게 벌리세요.

거의 다해갑니다.


!@#....@#...!@..


조금 이물감 있습니다.

우우웅


윽!  @#...@#..


조금 이물감 있다고 했지요.

입 크게 벌리세요.

우우웅웅잉.. 우우웅...

거의 다해갑니다. 잘 참으셨어요.


이제 마무리합니다.

입 크게 벌리세요.

우우웅..치~익~ 우우우이웅~ 치~익


빼드리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양치 여러번 하고 내려오세요.


‘아’ 소리도 못하고 눈물을 닦았다. 입을 다물어도 다문 거 같지 않다.

턱이 얼얼하고 입안은 마취되어 떫은 감을 통째로 물고 있는 느낌이었다.

“입 크게 벌리세요.”라고 할 때마다 목을 뒤로 제끼고 힘을 준 탓에 뒷목이 빳빳하고 머리가 울린다.

위~~ 이이이잉 ~ 소리에 온몸이 긴장했던 터라 다리가 휘청거린다.

양치하고 흘린 물을 닦으며 거울을 봤다.

단 30분 사이에 10년은 늙어버린 것 같다.

25년 만에 받아보는 신경치료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신경치료가 이렇게 힘든 치료인걸.

조금 아플 때 얼른 갈걸. 괜히 게으름 피웠다.

이런 실수 또는 안하리라.


그나저나 한번 더 남았다. 아,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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