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그 사람하고 결혼할 것도 아닌데 뭐.

by 써니

써니 씨, 안녕하세요. 저 상민이에요.

어제는 잘 들어갔나요?

정말 전화번호 물어봐서 연락했는데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네, 안녕하세요. 실례는요^^;

잘 들어가셨나요?


농담하는 줄 알았던 그 사람한테서 문자가 왔다. 주말 아침 이불 속에서 몸을 빼내지도 않은 채 그 사람과 몇 번의 문자를 더 주고받았다.

이렇게 연락을 하고 지내도 되는지?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데 가능한지?

주로 그분이 질문을 했고, 나는 거기에 답을 했다.

뭐, 나는 이제 개방적인 여자로 살기로 했으니 이상형 따윈 집어치우고, 누구든 만나보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형부 친구니 함부로 말하거나 거절하기도 좀 그랬다. 잠깐이라도 한 번 본 사람이니 덜 어색하겠지.


그런데 이상하다 전혀 설레거나 기대되지 않았다. 열띤 수다를 떨면서 3시간가량 함께 있었는데도 그 사람의 얼굴도, 목소리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분위기가 편해서 그랬을까. 편안했던 인상만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선배 언니가 계속 말한 ‘키 작은 분’이어서 그럴까?


선배 언니한테 먼저 연락을 했다. 그분의 연락, 대화, 또 만나기로 한 약속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언니는 살짝 당황했다. 한번 만나보라고 할 때는 언제고 막상 만난다고 하니 놀란 목소리다. 그러면서 다시 그 사람, 상민 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키가 작다는 걸 다시 상기시켜주었고, 상민 씨한테 누나가 셋이고, 여동생이 한 명 있다는 얘기에 힘을 주었다. 어제 형부가 잠깐 말한 것은 같았다. 첫째 누나는 어떻고, 둘째 누나는 이쁘고, 셋째 누나는... 음, 여동생까지 듣긴 들었다. 그리고 상민 씨네 집이 종갓집이고, 상민 씨는 그 집의 장손이라고 했다. 나는 그게 어쨌다는 건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 사람하고 결혼할 것도 아닌데 뭐.


상민 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문자를 보냈다. 주로 좋은 아침이다, 수고해라, 점심은 맛있게 먹었냐, 잘 자라 등의 시간대별 인사말이었다. 누군가 때마다 안부를 묻고 인사를 해주는 게 싫지 않았다. 그리고 금요일 7시쯤 내가 다니는 회사 근처로 오겠다고 했다.


금요일이다. 항상 금요일이었다. 소개팅도. 선배 언니 집에 가서 상민 씨를 처음 본 날도. 또, 다시 보는 오늘도.

이제 벚꽃은 다 떨어지고 봄의 따스함이 옷차림도 가볍게 했다. 청바지에 얇은 티셔츠, 카디건 하나를 걸쳤다. 그리고 좀 낡기는 했지만, 제일 편한 구두를 꺼내 신었다. 굽이 7cm 정도 되지만 워낙 오래 신어서 불편함을 모른다. 신발장에 붙어있는 전신 거울에 비춰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완벽해.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신발장 아래에 핑크색 단화가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외근이 많았을 때 부장님이 제발 낮은 신발 좀 사서 신으라고 돈을 주셔서 샀던 신발이었다. 평일에 출장으로 뛰어다닐 일이 있을 때만 신었다. 오늘같이 퇴근 후 약속이 있는 날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저 신발이 눈에 거슬린다. ‘키 작은 사람’이라고 계속 얘기하던 언니의 말도 신경 쓰인다. 흠. 한 번 만날 사람인데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현관문을 닫고 나왔다.


퇴근 시간이 지났다. 상민 씨는 6시 칼퇴하고 출발했다고 연락을 했다. 나는 남은 일을 정리하며 사무실에서 기다렸다.


-써니 씨, 저 써니 씨네 회사 근처에 왔어요.


아직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한 번도 설레거나 떨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회사 앞에서 와있다는 전화를 받으니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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