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Oct 08. 2019

첫 도전의 실패


 지난 달 도서관에 주민 공모 사업에 수업 제안서를 냈다.

 서류에서 ppt발표까지 심사를 보고 통과가 됐다. 물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수업은 아니지만. 처음 내보는 수업 제안서와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ppt 발표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었다.

 통과 됐다는 연락을 받고 이력서를 썼다. 독서논술 지도사 선생님 얼굴까지 떠오르면서 내게 찾아온 기회와 행운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 기쁨도 잠시, 이제 곧 닥칠 수업을 준비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마음이 급해졌다. 책도 사고, 다시 읽고, 강의 계획안 틀을 잡았다. 몇 명이나 내 수업을 신청했을까 궁금했다. 저학년 수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10명 이상은 되리라 생각했다.

 도서관 사서 선생님하고 통화를 했다. 신청인원이 미달이어서 폐강이 됐다고 했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얼굴이 빨개졌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다. 뚫린 구멍은 공허했고, 그 뚫린 구멍 주위는 아리고 아팠다. 수업 제안에 통과했을 때 그 설레임과 감사, 당장 다음 주로 다가 온 수업을 준비하면서 예민해졌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도려내진 것 같았다.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도와준 선생님한테 제일 먼저 소식을 전하고, 보조 강사 해주기로 선생님한테도 이야기했다.

 이제 신랑한테 이 이야기를 해야하는 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이 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달려든 건 불과 몇 달 전이다.

 동네 역 근처에 분양을 앞둔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러 갔다가 덜컥 7평짜리 오피스를 분양 받아버린 것이다. 그 7평짜리 오피스를 보자마자 눈에 무언가 쓰인 것처럼, 내 것이 되야 만 할 것 같았다. 신랑과 어떠한 상의도 할 것 없이 꼭 갖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결혼 10주년 여행에 쓰겠다고 모아두었던 500만원을 꺼내 계약금으로 냈다. 그렇게 뭐에 홀린 듯 계약을 하고 집에 와서는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먹지도 못했다.

 계약금은 단돈 500만원 이었지만, 나머지 1억이 넘는 돈은 어찌해야하나. 아무 능력도 없이 남편한테 큰소리를 치고 저지른 이 일을 어찌해야하나.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하면서 10만원씩 몇 년을 모아 500만원을 만들어 놓고는 이렇게 감당 안 되는 일을 벌이다니. 미쳤었나 보다. 10년 가까이 경단녀로 집에 있었으면서 무슨 일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이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독서 논술 지도사 1급 자격증 과정을 봤다. 단번에 1급. 좋아. 네 달가량을 일주일에 2번씩 30분을 운전해서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드디어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수업 제안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번 수업 제안이 내 첫 번째 도전이었다.

 순조롭게 일이 잘 되는 것 같아서 감사했는데…

 남편한테도 내 자신감을 뽐냈었는데….

 이런 일은 앞으로도 수 없이 일어나겠지?

 그래도 처음이라 그런지 오늘은 조금 아프다.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면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하나.          

                                                                                       2019.10.8


작가의 이전글 설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