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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Sep 10. 2019

설렘.

또 다른 시작.

 2년 동안 동화 창작 수업을 들었다.

 일기 쓰는 것조차 하지 않았었던 나인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동화의 매력에 빠졌고, 아이들과 상상하며 이야기하는 것을 즐겼었다.

 그러면서 겁도 없이 감히 동화를 써 보겠다고 덤벼들었던 것 같다. 원체 글 쓰기를 어려워했던지라 과제를 내는 일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부끄러움은 덤으로 따랐다.

 뭐 말이 2년을 배운 거지, 실력과 시간이 비례하는 건 아니니 아직 우리 아이들 말고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자신은 없다.

 이제 올해 수업은 끝났다. 마지막 과제 제출까지 마무리가 됐다.

 2년간 이렇게 글을 써보면서 알았다. 나는 글을 쓰고 싶어 했다는 걸. 잘 쓰고 싶어 했는데, 잘 못써서 항상 남몰래 숨어서 쓰고 있었던 걸 알았다.


 몇 주 전 도서관에 "작가와 함께 글쓰기"라는 강좌가 떴다.

 '아! 저거다!'

 동화가 아닌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나를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도서관 수업이니 경쟁이 치열했다. 다행히 간발의 차이로 수업에 들어갔다.


 드디어 첫 수업 날.

 역시 글쓰기 수업이니, 가자마자 자기소개를 글로 쓰라고 하셨다.

 카카오톡 프사와 연관 지어 자신을 소개하는 글 쓰기. 신선했다.

 내 프사는 바표(바다표범) 캐릭터 그림이다. 20대에 회사 생활하면서 동료 언니들이 내가 바다표범을 닮았다고 붙여준 별명이었다.

 이 사진을 보고 나를 소개했다.

 "2년 전부터, 나도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구나 하는 걸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녔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내 가슴속 깊은 곳에 꽁꽁 숨어있던 또 다른 나를 만났다.

 어릴 적 만화책에 푹 빠져 살았다. 나도 이런 재미있고 귀여운 만화를 그리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막연한 꿈음 그냥 꿈으로 가슴속에 묻어두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활동하던 동아리에서 그림을 그리려고 연필을 잡고, 스케치북에 끄적이면서
 그 꿈은 꿈틀꿈틀 올라왔다.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를 짧게 그려 인스타에 올렸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여러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줬다. 그러면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없이 흥분되고 설렜다.
 
 이제 제대로 된 스토리를 만들어 나만의 캐릭터로 표현하는 웹툰 작가를 꿈꿔본다."


 잘 쓰지 못하는 글을 읽으며 나를 소개하는 데 심장이 방망이질 쳤다.

비록 심장이 요동치면서 얼굴도 발그레해졌지만 부끄러운 마음은 없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나를 표현해보는 일이 이젠 내게 이 됐다.  

2019.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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