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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pr 02. 2020

[오늘을 남기다] 잔소리 클래스

 코로나로 방학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시간도 길어진다.

 “얼른 일어나! EBS 봐야지!”

 “그만 좀 뛰어라. 밑에 집도 우리처럼 집에 있을 거야.”

 “그만, 그만, 그만!”

 “이제 숙제 좀 하지.”

 “양치하고, 세수는 좀 할까?”

 

 3개월째 이어지는 매일 별반 다를 것 없는 잔소리에 지친다.

 물론 이를 듣는 아이들도 힘들겠지? 그런데 왜 그리 변함없이 안 하는지.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자신들도 모르겠단다. 그냥 엄마의 잔소리 말투와 목소리를 들으면 더 하기가 싫어진단다. 그 말을 들으니 얼굴이 붉어졌다. 붉어진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고 아이 말에 꼬리를 물고 반박을 했지만,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어릴 적에 언니와 방을 같이 썼다. 딸 둘이 아침 치장을 하고 시간에 쫓겨나간 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맞벌이하시던 엄마는 퇴근하고 저녁에 오시면 청소기를 돌리며 무한 잔소리를 쏟아부었다. 그 당시 언니와 나의 나이가 그렇게 어린 것도 아니었는데 어쩜 그리 철이 없었는지. 우리가 잘 못 한 거는 모른 체하고 엄마의 화난 목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 투덜거렸다. 그렇게 잔소리를 듣고 혼이 나면서도 그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때 내 아이가 나한테 느낀 그 감정을 느꼈었다. 엄마의 날 선 목소리에 내 날 선 감정의 칼을 들고 방어를 해댔다. 지금 내 아이들도 나한테 그러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을 열고 멀리 산을 바라보았다. 여리한 봄 잎들이 겨우내 묵은 나무들 사이에서 고개를 내민다. 미세먼지 없는 차가운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오늘은 봄 잎처럼 여리한 목소리로 잔소리의 클래스를 높여 아이들을 깨워봐야겠다.


2020.04.02

#코로나#방학#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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