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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pr 29. 2021

당신은 멈춰 있나요, 나아가고 있나요?

QuestioN Diary 6

나아가기 위해 멈춰있다.


 지난 몇 년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즐기며 달려왔다. 달리면서 숨도 차고 발목도 시큰하긴 했지만 즐거움이 컸다.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고, 그림 그리는 것도 재미있고, 아이들과 수업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느 것 하나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깊이는 못 들어가더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문어발 생활이 길어지면서 선택과 집중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선택은 쉽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하는 것 중에 특별히 뛰어난 게 없어서 그 결정이 어려웠던 게 아닐까? 제대로 잘하는 ‘하나’가 없어서 그냥 욕심만 내고 있지는 않았나?

또,  처음 시작할 때는 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즐거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결실과 보상이 따르지 않는 일에 지쳤다. 결실과 보상을 찾아 이것저것 찔러보던 중에 몸에 이상 신호가 왔고, 할 수 없이 지금 이렇게 멈춰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일주일을 보냈다. 그동안 욕심부리며 했던 것들을 모조리 멈췄다. 밥 먹고, 산책하고, 책 읽고, 낮잠 자는 일에 충실했다. 물론 처음에는 초조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되나 싶었다. 마감 기일이 있거나, 책임이 따르는 일을 맡고 있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초조함도 체력이 될 때의 얘기다. 지금 이런 컨디션으로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촘촘한 생각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늘어졌다. 테니스 라켓 망 같던 생각들을 다 끊어버렸다.


 수술 후, 몸이 아주 힘들지 않다면 매일 30분 정도의 산책을 하면 좋다고 했다. 하루 이틀은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15분 만 걸어도 식은땀이 났다. 그래도 누워있던 때보다 움직이고 나니 다음 날 몸을 움직이는 게 훨씬 수월했다.

 이제 산책코스를 바꿨다. 지금 걸음으로 왕복 30분 정도 걸리는 도서관에 간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 15분이면 도착한다. 숨 좀 돌리고 책을 본다. 전에는 욕심에 애들이 볼 책, 내가 볼 책해서 20권씩 빌렸었는데, 이제 가방에 3권만 들어가도 무게감이 느껴져 내려놓았다.    

 매일 한 권씩 빌려 돌아가는 길에 걸으면서 읽는다. 천천히 걸으면서,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무언가에 쫓기듯 지내온 시간(사실 누가 쫓지도 않았다. 혼자 조급했던 거 같다.)에서 잠시 벗어나 만끽하는 꿀맛 같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지금 이렇게 여유를 즐기는 시간도 그리워할 날이 있으리라고 위로도 곁들여 본다.   


 지금은 멈춰있지만,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이 앞으로 내가 나아갈 길에 자양분이 되리라.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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