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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09. 2021

아들 둘, 생활 규칙


아들 둘과 생활하기란, 정말 만만치 않다.

똑같은 잔소리를 무한 반복해야 하고,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거칠어진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나니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온다. 계속 말하는 것도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힘들다. 울화가 치밀어도 폭발할 수가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 그래서 수술 전에 잔소리를 녹음해 두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었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러지도 못했다.


아무리 엄마가 수술을 했다고 한들, 아이들이 갑자기 철이 들어 잔소리 없이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하리라 기대한 건 아니지만, 너무도 한결같은 모습에  서운함이 그득했다.


대신 집안일에 남편의 손이 많이 간다.  그러면서 남편도 아이들이 만행에 힘들어했다. 남편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생활 규칙을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규칙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채찍질(생활규칙)을 당하는 걸로만 느껴지는 걸 완화시키기 위해 당근(용돈 차림표)도 준비했다.


생활규칙은 주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적었고, 용돈 차림표 항목에는 어렵지 않은 집안일을 적었다.  기본 용돈은 일주일에 3000원이고, 항목에 있는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받기로 했다. 물론 그렇게 번 돈은 게임 시간과 바꾸어 사용할 수 있다. (100원  -> 게임 시간 10분) 이 건 용돈을 좋아하는 종혁이와, 게임을 좋아하는 예준이에게 가장 적절한 당근이라고 생각되어 정하였다. 역시 당근이 있으니 10계명에 대한 불만은 적었다.


가상 화폐

단, 일을 해서 번 돈은 우선 가상 화폐로 지불하고, 정기 용돈을 받는 날 (일요일 저녁)  현금으로 바꾸어 지불하기로 했다.

(가상 화폐에 적힌 1천 원은 100원, 5천 원은 500원, 1만 원은 1000원이라고 정한다. )

아이들에게 생활 규칙을 자세히 읽게 하고, 용돈 차림표도 확인하게 한 다음 서명을 받았다. 종혁이는 도장으로 예준이는 사인으로 서명을 했다. 우리도 확인 도장을 찍었다.



이렇게 아이들과 생활 규칙을 만들고 서명까지 마쳤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가 많다.

매를 들어 혼을 내지는 않지만, 매를 들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도 있다. 그런 날은 벌과 반성문으로 대신한다.  이런 체벌을 하고 나면 마음은 더 힘들다. 조금 더 현명하게 아이들을 이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까 후회하고 반성하게 된다.


이제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년이다. 언제까지 일방적인 부모의 잔소리로만 움직일 것인가. 아직 어리다면 어리지만,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남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것까지 만들게 되었다. 이 규칙이 얼마 동안 지켜질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이 당장 오늘부터 이대로 실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안 한다. 당분간은 계속 규칙의 내용을 인지 시켜줘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천천히 스며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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