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예준이는 12살, 종혁이는 10살이다.
- 엄마는 정말 너무 넘쳐!
저녁밥 실컷 먹이고 숙제 좀 하라고 했더니,
이리저리 문제집을 들고 다니며 한다는 말이 엄만 너무 넘친단다.
- 숙제가 뭐 얼마나 된다고! 제발 좀 앉아서 숙제 좀 해.
설거지를 하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처음보다 날카롭고, 단호하게 말했다.
- 으그, 그러니까 엄만 너무 넘치는 거야.
잔소리를 해도 노여워하지도, 그렇다고 째깍 말을 듣지도 않는 종혁이가 계속 빈정댔다.
-이 녀석, 엄마가 뭐가 그렇게 넘치냐!?
거품 가득한 수세미를 설거지통에 던지고 홱 뒤돌아 종혁이를 쏘아봤다.
-칫, 엄만 그것도 몰라?
엄만 사랑이 너무 넘치지. 뭐가 넘치겠어.
-뭐어... 음... 어이구. 아들! 엄마의 사랑이 계속 넘칠 수 있게 좀 도와줘.
엉뚱한 아들의 뜬금포 애교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주 엄마를 들었다 놨다 하는 능력이 출중한 녀석이다. 흠.
스멀스멀 올라오던 화는
수세미에 가득하던 비누 거품이 꺼지 듯
사그라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