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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l 12. 2021

[오늘을 남기다] 콜라의 짜릿함이란,

© meghanschiereck, 출처 Unsplash


주말 동안 남편하고 큰아들이 시댁에 제사가 있어서 집을 비웠다.

작은 아들과 둘만의 시간을 보는 게 오랜만이었다.

매일 깔깔대다가 싸우고, 싸우다 깔깔대던 형의 부재가 여간 허전한 것 같았다.

자기도 따라가고 싶었다고 투덜대다가, 외가에라도 가자고 보채기까지 했다.

이번 주는 엄마 컨디션이 안 좋으니, 그냥 이렇게 둘이 있자고 비위를 맞추며 달랬다.


주말엔 게임도 3시간만 하는 건데, 마음껏 하라고 했다.

그런데도 아들은 시큰둥했다,

옆에 형이 없으니 재미없다며, 또 엄마 옆에서 대놓고 게임하니 영 기분이 안 난단다.

집 근처 커피숍이라도 가서 기분을 내면 안 되겠냐고 해서, 그럼 그렇게 하자고 했다.

우린 커피숍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마트에서 장도 보고 들어왔다.

이렇게 시간을 보냈는데도 아들은 시간이 안 간다며 징징거렸다.

그러다 일찍 잤다.


“오늘은 게임 시간 정해서 딱 그만큼만 해!”

내 입에서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들은 아침밥을 후다닥 먹어치우고,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들의 손가락은 핸드폰 위에서 현란하게 춤을 췄다.


“오늘 형이 온다고 해서 그런가, 시간이 빨리 가네.”

아들은 어제보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둘이 저녁으로 족발을 시켜 먹었다. 뼈를 들고 뜯어먹으밥을 싹싹 비웠다.

아들은 마무리로 콜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러더니 한 마디 한다.


“캬~

   엄마 이 짜릿한 콜라의 맛이 뭐랑 비슷한지 알아요?”


“글쎄…”


“마치 엄마 몰래 게임하는 맛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엄마가 맘껏 게임하게 두면, 김이  빠진 콜라처럼

  짜릿함이 없고 밍밍해요. 어제가 그랬어요.”


아, 어제가 김 빠진 콜라? 내가 그렇게 노력을 했건만ㅋㅋㅋ

역시 탄산을 가득 채워 터지기 직전해 치익~ 하고 열어줘야

짜릿하고 좋은 거고만?


그래! 내일부터는 등교도 중단되고,

곧 여름 방학이니, 아주 톡톡 쏴주마.

기대해라, 아들들!


202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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