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17
댓글
2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써니
Jul 09. 2021
[오늘을 남기다] 기억 그리기
© Alexas_Fotos, 출처 Pixabay
둘째 아들은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다.
학교 온라인 수업이 끝나면 영어 숙제를 한다. 영어 사전을 듣는 숙제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싫은 내색 안 하고, 엉덩이 붙이고 진득하니 앉아서 집중한다.
그런 모습이 기특하다며 연신 감탄사를 날려주고,
칭찬해주며 옆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어야지 무사히 숙제를 마친다.
숙제를 다 마친 아들은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며 묻는다.
“내가 처음으로 외운 영어 단어는 뭘까?
뭐지?
난 언제부터 영어를 들었지?”
내게 묻는 건지, 혼자 자신이게 묻고 있는 건지, 중얼거린다.
그래도 내 귀에 들렸으니 뭐라고
대답해 줘야 할 것 같아서 한마디 했다.
“글쎄? 뭐였을까?
아, 엄마는
apple이었는데. 중학교 때 처음 영어 배우면서,
알파벳을 배우고 ‘A’로 시작하는 단어로 apple을 처음 외웠던 것 같다.
그때는 발음을 외우지 않고 ‘에이 피 피 엘 이’ ‘애플’ 이렇게 외웠어.”
애써 기억을 더듬어 가며 아들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한숨을 푹 쉰다.
그러고는,
“휴우, 엄마는 그러~ㅎ 게 오래된 것도 잘 기억해 내는데,
나는 몇 년 안된 것도 기억을
못 하네.”
하며 떠가는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제 10살밖에 안된 녀석이
뭐 저리 청승스럽게 얘기하는지…
아들이 힘줘 말한 ‘그렇게’에 괜히
빈정 상하긴 했지만
저 작은 머리로 별 생각을 하고 있구나 싶어 귀여웠다.
아들아, 지금 당장은 생각이 안나도
언젠간 오래된 기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질 때가 네게도 올 거야.
2021.7.9.
keyword
공감에세이
육아
기억
써니
창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생각이 머무는 자릴 남기고 싶어 이것 저것 끄적입니다.
구독자
117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오늘을 남기다]비야, 쉬엄 쉬엄 오렴.
[오늘을 남기다] 콜라의 짜릿함이란,
작가의 다음글
취소
완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검색
댓글여부
댓글 쓰기 허용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