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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l 08. 2021

[오늘을 남기다]비야, 쉬엄 쉬엄 오렴.

 


                                     사진   © a_mans_photography, 출처 Unsplash


 매일 아침 공복에 아주 작은 알약 하나를 물과 함께 넘긴다. 

갑상선 수술을 하고 내 일상의 가장 큰 변화이다. 갑상선이 하던 일을 그 조그마한 것이 대신해주는 거란다. 약의 크기가 작아 부담스럽거나 속이 불편하지는 않다. 단지 그 약을 먹는 행위를 평생 해야 한다는 것에 기분이 별로일 뿐. 부모님이 60세 넘어 혈압약을 매일 챙겨 드시기 시작하면서 이걸 죽을 때까지 먹고 살아야 한다더라며 속상해하시던 모습이 절로 생각났다. 죽을 때까지 그 작은 알약에 내 몸을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니. 이 행위가 어찌 생각하면 기가 막히고 씁쓸하다. 하지만 또 어찌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라도 내 몸이 살아 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알약을 한 달 동안 먹지 말아야 한다. 다음 치료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단다. 과연 갑상선이 내 몸에서 하던 일이 무엇이었을까? 이 알약이 갑상선을 대신해서 하고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첫날은 약 먹고 지낼 때와 똑같았다.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 몸이 살짝 이상했다. 순간순간 멍해지기도 하고, 안 자던 낮잠도 잤다. 셋째 날은 멍해지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고, 몸이 무거워져 긴 시간은 아니지만, 자꾸 눕고 싶어졌다. 그리고 가슴이 묵직해지더니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갑자기 눈물이 떨어졌다. 엉엉 운 건 아니다. 그냥 울컥, 뚝, 이었다. 


약을 끊으면 피곤해지고, 살도 찌고, 우울감이 생긴다고 하던데, 벌써? 이제 겨우 삼 일째인데? 정말 이게 그 약을 안 먹어서 생긴 반응일까? 신기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런 변화가 약을 끊어 생긴 거라고 생각하니 견딜 만은 하다는 거다. 우울감도 조절할 만하고.


몸의 신비를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아, 한 달을 버텨야 하는데,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바깥으로 나가 조금씩 움직여야겠다. 

그러니, 비야 쉬엄쉬엄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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