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Aug 21. 2021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내 맘대로 詩

© taylor_smith, 출처 Unsplash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참 오랜만에요

한동안 너무 힘들었다더군요

그 힘듦이 무언지 물어볼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찾아와서 이야기하는 걸 보면

물어봐주길 바라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친구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한숨과 함께 쉼 없이요

아직 그 힘듦이 진행 중이지만

이제 누군가에게 말할 수는 있다고 하네요

왜 그렇잖아요

정말 힘든 일이 닥친 순간에는

입 밖으로 내보내버리면

와르르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 말이에요

다행히 '이제'라는 시간이 돼서

'누군가'가 나임에 고마워했답니다


그 친구와는 오래된 사이예요

만화책이 앞을 가릴 정도로 쌓아놓고

웃고 울면서 읽었더랬고

전자오락실에 가서는 동전을 쌓아놓고

스노우맨의 몸뚱이를 키우는데

함께 열을 올렸더랬죠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탑재한 우리는

어떤 위로에 말도 필요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미간을 좁히며

눈에 차오른 눈물을 닦아내며

들어주기만 해도 되거든요


서로에게

내가, 네가 있어

참 다행이지 뭡니까

작가의 이전글 쓰다, 그래도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