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혁이는 지금도 그렇지만, 더 어릴 적엔 세상 궁금한 게 많은 아이였다. 지나가는 개미를 손가락으로 꼭 눌러 잡고는 입에 넣기도 하고, 모래도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며 집어 먹기도 하고, 잠자리를 잡아줬더니 날개를 잡아당겨 사지를 뜯어놓고, 머리도 살짝 똑 떼어 보기도 했다. 그때가 세 살쯤이니, 크게 화내기도 뭐하고, 잔인한 녀석이라고 질책하기도 뭐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설명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 외에도 워낙 만지고 싶은 게 많은 아이라, 좋게 말해주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가끔은 으름장을 놓으며 화를 내기도 하고, 없는 얘기를 지어내서 겁을 주기도 했었다.
하루는 저녁밥을 먹는데 반찬 투정을 해가며 밥을 안 먹겠다고 고집을 피웠었다. 달래도 보고 화도 내보고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마침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웅~”하고 났다. 종혁이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살짝 놀란 눈치였다.
“무슨 소리지?”
종혁이는 두리번거리다 세탁기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 거짓말을 지어냈다.
“어! 호랑이 소리인가 봐. 세탁기 속에 호랑이가 있는 거 같아.”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 옆에서 조용히 밥 먹고 있던 예준이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예준인 5살. 동물도감을 좋아하던 예준이한테 지금 이 말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였던 거다. 나는 예준이를 보면서 한쪽 눈을 찡끗했다. 예준이는 그제야 엄마가 왜 옛날 옛적에 같은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밥을 계속 먹었다.
종혁이는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내 무릎으로 와 앉았다. 세탁기는 다시 한번 ‘웅~’하고 울었다.
“종혁아, 조용히 밥 먹어야 해. 안 그러면 세탁기 호랑이가 나올지 몰라.”
나는 종혁이 귀에 속삭이듯 말을 하고, 숟가락에 밥을 떠 멸치를 올리고 종혁이 입속으로 넣었다. 그렇게 밥 한 공기를 비웠고, 종혁이는 세탁기가 멈출 때까지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 가끔, 아주 가끔 한 번씩 더 써 먹었다. 그런데 지켜보고만 있던 예준이에게 속이는 나도, 속고있는 종혁이도 바보같다는 말을 하고부터 그만두게 되었다.
아이들은 지금도 이야기를 종종 한다. 종혁이는 진짜 세탁기 속 호랑이가 있는 줄 알았단다. 이제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로 겁을 줄 수는 없지만, 지금도 가끔 MSG가 필요할 때가 있다.
며칠전 일이다.
여름 내내 팬티만 입고 자던 종혁이가 날씨가 추워졌다며 잠옷을 찾았다. 마땅한 잠옷이 없어서 그냥 반소매 티에 여름 잠옷을 꺼내 주었다. 종혁이는 그걸로는 부족하다며 옷장 구석에 걸려있는 패딩 잠바를 꺼냈다. 작아진 옷에 팔을 간신히 끼워 넣고 지퍼를 턱까지 올렸다.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는 걸 입고 자겠다고 침대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