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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25. 2021

신서유기와 쿵쿵따

2021년 현재

예준이는 12살, 종혁이는 10살이다.


TVN 홈페이지 / KBS 신문 기사 캡쳐


 요즘 예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브롤 스타즈, 마인크래프트, 빨간내복 야코, 마음의 소리, 신서유기다.

주말이면 1시간 동안 친구와 스피커폰으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마인크래프트와 브롤 스타즈를 한다.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시간이다. 


 그러고 나면 마음의 소리 만화책을 보거나 신서유기를 본다. 예준이의 가장 큰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11인치 정도밖에 되지 않은 아이패드 앞에서 숨이 넘어가게 웃는다. 그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된다. 도대체 뭘 보고 저렇게 좋아는 하는지, 뭐가 그리 웃긴 건지 넌지시 들여다봤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까지 자지러질 정도로 웃긴 것 같진 않은데 12살 아들은 배꼽이 빠질 것 같단다. 난 오히려 그렇게 웃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더 웃겼다. 아니,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이런 아들을 보면서, 그리고 내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어느 날 주말 저녁이 떠올랐다.

엄마는 저녁 준비를 하셨고, 아빠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계셨다. 오빠와 언니는 한창 주말이 바쁠 나이라 집에 없었다. 나는 방에 누워 ‘공포의 쿵쿵따’를 보고 있었다. 


 그 시절 그 예능은 온 국민이 다 알 정도로 유명했고, 그만큼 재미있었다. 유재석, 강호동, 이휘재, 김한석이 나와서 ‘쿵쿵따’라는 리듬에 맞춰 삼 음절의 단어만으로 끝말잇기를 하는 게임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일요일마다 그 시간만 되면 TV 앞에 바짝 앉아 정신없이 쿵쿵따에 빠져들어 자지러지게 웃으며 눈물을 닦았다. 

 

 그날도 쿵쿵따는 어김없이 웃겼고, 나는 배꼽을 잡고 낄낄거렸다. 그때 엄마가 주걱을 들고 방을 들여다보며,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숨넘어가냐’고 물으셨다. 평상시 무뚝뚝하시던 아빠도 나의 웃음소리에 피식 웃으시며 ‘어이구 참’ 하셨다. 

 엄마는 그렇게 재미있으면 같이 보고 웃자며 거실에서 보라고 하셨다. 나는 방에 TV를 끄고 거실 TV의 채널을 쿵쿵따로 돌렸다. 나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엄마와 아빠도 웃으셨다. 쿵쿵따가 아닌, 그걸 보며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웃으셨다. 

 그때의 부모님의 눈빛과 표정이 생생히 기억이 났다.

 

그리고 지금 내가 예준이를 보고 있는 마음과 같으셨을 거로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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