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준이가 아침부터 신문을 애타게 찾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린이 신문에 실린 사설을 읽고 문제를 풀면 게임 10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게임의 노예.
신문은 1층 우편함으로 배달이 된다. 요 며칠은 내가 아침 운동을 나갔다 들어오면서 가지고 들어왔었다. 예준이는 덕분에 게임 시간을 쉽게 벌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 나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아침부터 징징거리며 운동을 나가라는 둥, 신문을 가져다주면 100원을 준다는 둥 보채고 있다. 그래도 꿈쩍도 안 하고 있으니 할 수 없이 모자를 눌러 쓰고 나갈 채비를 했다.
“아~ 잘 잤다.”
그때, 종혁이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예준이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더니 종혁이 머리에 씌었다.
“종혁아, 신문 가지고 와.”
잠이 덜 깬 종혁이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에 얹힌 모자를 벗어 던졌다.
“신문 가지고 오면 내가 100원 줄게.”
여우 같은 예준이는 상당히 상냥한 목소리로 종혁이를 꾀었다. 종혁이는 잠깐 고민하더니,
“엄마 옷 주세요. 신문 가지러 가게.”
정말 ‘헐’ 이다.
“네가 직접 꺼내 입어. 아니면 형한테 꺼내 달라고 하던가.”
“형아, 나 옷 줘.”
“응, 알았어.”
예준이는 부리나케 옷장으로 달려가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옷이나 집어와 던졌다.
종혁이는 눈에 눈곱을 쓱 문질러 떼어 내고는 옷을 주워 입고 밖으로 나갔다.
“형~ 100원.”
“알았어, 알았어.”
종혁이는 신문을 바닥에 딱지 치듯 팽개쳤다. 예준이는 그걸 감사히 주웠다.
“형, 나랑 오목 한 판 하자.”
종혁이는 신문을 펼치는 예준이 옆에 바짝 붙어 말했다.
“싫어. 나 신문 보고 게임 할 거야.”
“50원 내기로 하자. 딱 두 판 해서 형이 이기면 돈 안 줘도 되.”
예준이는 종혁이의 제안에 솔깃했는지 신문을 덮었다.
“알았어. 딱 두 판만 하자.”
예준이는 손가락 마디마디를 꺾으며 따다닥 소리를 냈다. 종혁이는 목을 좌우로 두세 번 늘렸다. 무슨 대국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진지했다. 둘은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오목판만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리고 구슬이 놓이는 소리만 한 번씩 들렸다.
“오예~!”
“한 판 더.”
“알았어, 이번만 이기면 100원 안 줘도 되는 거지?”
“아, 알았어!”
첫판은 예준이가 이겼나 보다. 잠시 다시 조용해졌다.
“예~!”
이번엔 종혁이가 이겼다.
“다시 해!”
기어이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예준이가 다시 하자고 했다. 이번엔 정적이 좀 길었다.
“음하하하하, 내놔 100원.”
결국 종혁이가 100원을 지켜냈다. 예준이는 학교 갔다 와서 다시 붙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