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Nov 03. 2021

[오늘을 남기다]오늘은 단풍이 이쁜 날

오늘은 아이보람에 가는 날이다.

차로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지만  걸어가기는 좀 먼 거리라 운전을 하고 간다.

거리에 단풍이 지나치게 이쁘다.

어쩜 저리 고운 색을 내내 숨기고 있다가 떨어지기 직전에서야 보여주는 걸까.

짧은 시간이지만 눈 호강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아이보람'은 엄마표 영어를 이끌어주는 센터다.

주로 영상과 책으로 아이들이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짜여있다.

이제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됐다. 아직 초반이라 아이들이 하는 건 별로 없다.

하지만 엄마는 매주 출석을 해서 일주일 동안 잘 진행했는지 검사를 받고,

'엄마표'의 자세(?)를 교육받는다. 매주 부모교육을 받는 느낌이라고 할까.

유튜브를 통해 영상도 보여주시고, 유명한 책의 좋은 글귀도 읽어주신다

콕콕 박히는  말씀해 주시니 당연히 항상 반성과 다짐의 반복이다.

하지만 가끔 꼬라지가 나기도 한다. 엄마만 너무 참으라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난 엄마인걸...


오늘도 영상을 보여주셨다.

행복한 아이연구소 서천석 소장이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영상이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떨구지 않으려고 애써 참았다.

영상에서 서천석 박사는

"우리는 늘 지금 이 순간의 아이게 집중하지 않고

 먼 미래에, 어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부담감 속에서

 오늘을 사는 것 같다고,

 누군가 이 말을 듣고 현실적인 생각을 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다.

 현실이 무엇입니까?

 오지 않은 미래가 현실입니까? 내가 겪은 과거가 현실입니까?

 진짜 현실은 나와 아이가 만난 이 순간이 우리가 집중해야 할 현재다.

  막연한 미래 때문에 소중한 현재를 놓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라고 말했다.


 지난주에 예준이 수학 학원 문제로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주위 친구들의 움직임을 보고 괜한 조바심이 들고 불안한 마음에 기어이 예준이는 학원에 레벨테스트를 보러 갔고,

난 결과를 들으러 상담도 다녀왔다.

 테스트 결과는 나쁘지 않았고, 상담을 하면서 욕심도 생겼지만 예준이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예준이의 결정은 집에서 그냥 지금처럼 하는 거였다.

결론이 나기 전까지 들끓던 내 욕심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들 하는 선행 대열에 합류 못했다고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 텐데 왜 그리 조바심이 나고 불안했을까.

지금 현재가 중요한 것을.

오늘은 예준이와 데이트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예준이와 난  커피숍에서 음료수를 한 잔씩 사서 들고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고,

오늘 가장 예쁜 단풍을 구경하고,

떨어지 낙엽 밟으며 바스락 소리에 귀기울여 걸었다.

그리고 현재에 집중했다.


https://youtu.be/luRqMcLVuY4


작가의 이전글 [오늘을 남기다] 나를 이겨야 생기는 기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