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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n 30. 2022

2022.6.30] 비비빅

어릴 때 우리 집 바로 옆에 슈퍼마켓이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슈퍼마켓의 냉장고를 하루에도 3~4번씩 열었다 닫았다 하며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그러다 삼촌이 오시면 "시원한 것 좀 사 와봐라." 하시며 큰돈을 주셨다.

큰돈이 10원이라도 남을까 봐  그 자그마한 머리로 치밀하게 계산했다.

그리고  까만 봉지에 한가득 아이스크림을 담았다.

무얼 고를까 고민할 것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손이 닿는 대로 봉지에 담았다.

하지만 삼촌이 주신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살 때는 비비빅을 빼먹으면 안됐다.  

할머니와 엄마는 비비빅을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팥의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진해서 맛있다고 하셨다.

그때 나는 도통 그 맛을 몰랐다.

달달하고 상큼한 아이스크림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맛보긴 했지만 그닥...




그런데 지금, 엄마 나이가 되고 나서,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면

바밤바, 비비빅, 찰떡 아이스만 고르고 있다.

그중 비비빅은 참 맛나다.

달달하고 고소한 게 진한 팥맛.

무엇보다 좋은 건 아들들이 안 뺏어 먹는 맛.

혼자만 음미하며 먹을 수 있는 맛이다.

엄마도 이래서 맛있어 하셨을까?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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