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좋아하는 동화작가님 강연이 있어 들으러 가려고 신청했다.
그동안 작가님 책을 찾아서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 분이다. 가까이에서 직접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막 설렜다.
주말 동안 작가님 책을 사서 읽고, 질문하고 싶은 것도 뽑아놓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지금 나는 집이다. 못 간 거다.
아직 자유롭지 못한 몸뚱이 때문에.
단 2시간인데, 나 좋은 거 하자고 아들들을 나몰라라를 못하는 거다.
아, 속상하다. 티를 팍팍 내며 속상해한다.
설거지 그릇들이 막 부딪쳐 아우성이고,
걸레질에 너무 힘들어가 방바닥이 뚫리기 일보직전이고,
얼굴의 표정은 쉽게 펴지지 않는다.
그때, 아들이 "엄마, 미안해요."라고 말한다.
얼굴 근육을 풀고 아들을 바라봤다.
"뭐가?"
"우리 때문에 엄마 가고 싶어 하는데 못 가서."
"아니야. 다음에 가면 되지 뭐."
다음에... 그래, 다음에 가면 되는데 뭐.
언제, 얼마 동안 나갔다 와도 괜찮아지는 날이 오겠지.
너희 때문에 못 갔다고, 말은 안 했지만 한 거나 다름없는 내 행동에 부끄러워졌다.
괜히 미안했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한 아들들한테.
저녁 시간에 움직여보겠다고 무리한 일정을 잡은 내 잘못이다.
에잇, 가라앉는 기분이 금방 회복되지는 않지만 티를 못 낸다.
아들들이 미안해할까 봐.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 아들들...(뒤끝 작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