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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n 06. 2024

서로 다른 '제대로'

엄마표 영어를 한 지 3년 정도 됐다.

아이들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건 아니다.

그냥 아들들이 잘 듣고 있는지, 잘 읽고 있는지, 잘 보고 있는지만

옆에서 봐주는 프로그램이다.


직접 가르치는 건 없다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도 큰 일이다.

아들이 잘 안 보는 것 같거나, 대충 읽는 것 같으면

가슴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서 폭발하기 일보직전이 되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나한테도 아들한테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아 고민이 많이 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작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를 만들어 봐야 지.


덕분에 매일 아들하고 전쟁을 치르고 있다.

둘째는 사춘기 티를 팍팍 내면서

대충대충 대강대강 적당히 웅얼거리면 영어 책을 읽는다.


"아들! 제발 제대로 좀 해!"라고 말하면

"제대로 가 뭔데요?"라고 대꾸한다.


"음원을 들으면서, 책을 똑바로 보면서 따라 읽으라고."라고 말하면

"지금 그러고 있는 건데요."라고 대꾸한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말한다.

"아휴, 아들 제대로 하자!"

"나는 내가 생각하는 제대로로 하고 있거든요."라고 말한다.


......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제대로'에 마음만 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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