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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l 01. 2024

용돈 받는 날

오늘은 아들들이 용돈 받는 날이다. 

1년을 4분기로 나누어 중2 아들은 5만 원, 초6 아들은 4만 원을 준다. 

이 용돈 체계를 잡은 건 2년 전부터이다. 그때 아들들한테 용돈을 주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제안을 했었다. 

아들들은 한 번에 목돈을 받는 게 좋다고 이 방법을 선택했다. 

처음엔 그 돈으로 3개월을 버티는 걸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젠 제법 살림을 잘하고 있다. 

물론 두 아이의 성향이 완전 반대다. 한 녀석은 간당간당 맞춰 살고, 한 녀석은 돈을 잘 쓸 줄은 모르고 모을 줄만 안다.


매번 간당 간당 사는 녀석이 어쩐 일로 가족 톡을 보냈다. 평소엔 말 시켜도 대답도 안 하면서. 

"와 용돈 받는 날" 

정말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몸부림의 이모티콘과 함께.  

최근에는 토스를 깔아줬더니 좀 규모 있게 쓰는 것 같긴 했다. 토스 앱에 있는 것을 활용해서 따로 비상금도 모으고 있었다. 참 돈을 좋아하는 녀석이다. 


아들은 아빠가 퇴근하자마자 '오늘은 용돈 받는 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아빠는 방에 들어가서 한참 동안 용돈 봉투를 준비했다. 

방문을 빼꼼 열고 그 모습을 본 아들은,

"용돈을 봉투로 준다고? 토스로 주면 되는데."

"에이, 그래도 용돈은 봉투로 주는 게 맛이지."


아빠가 내민 봉투엔

편지가 쓰여있었다. 

남편은 봉투를 나한테 건네며 아들들한테 전해주라고 했다. 

세상에 이런 아빠가 ㅋㅋㅋㅋ

아들들을 일렬로 세우고 봉투를 받는 아들들한테 큰소리로 읽으라고 했다. 

안 그랬으면 그냥 돈만 쏙 빼고 봉투는 팽개칠게 뻔한 아들 때문에.


아들들이 아빠의 마음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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