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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남기다] 9월도 사부작사부작 걸어보자

by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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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한 통화였다.

'잘 지내고 있지?'

'애들은 잘 지내고 있지?'

'형부도?'

'이번 명절은 어떻게 할 계획이야?'

그동안의 밀린 안부를 하나하나 챙겨 물었다.

언니가 물었다.

'이제 좀 살 것 같지?'

'응, 이제 좀 살 것 같아. 긴 한~여름 보내느라 애썼어.'

이번 여름이 유난히 더위가 길었던지라

빠질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전기세는 얼마나 나오려나?'

여름내 에어컨을 쉴 새 없이 틀었던지라

전기세 걱정도 빼놓을 수 없다.

'뭐, 어쩌것어. 쓴 만큼 나올 테지.'

하지만 걱정은 걱정이다.

집 주차장에서 회사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짧지 않은 통화를 끝냈다.

그동안 잘 살고 있었던 언니네 얘기에 감사했다.

살가운 동생이 아니다 보니

자주 전화를 못 해 미안하지만,

늘 마음으로 평안하길 기도한다.



언제가 좋은 때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지금이 좋은 때라고

대답하겠다.


9월, 지금은

기분 좋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

쨍한 햇빛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날

높은 파란 하늘이 머리를 맑게 하는 날

가운데 한 날이니까.


더구나 지금은

이렇게 마음 편히 전화하고

안부 묻을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좋은 날

나태주

언제가 좋은 때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지금이 좋은 때라고

대답하겠다


언제나 지금은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햇빛이 쨍한 날 가운데 한 날


언제나 지금은

꽃이 피거나

꽃이 지거나

새가 우는 날 가운데 한 날


더구나 내 앞에

웃고 있는 사람 하나

네가 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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