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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ug 19. 2020

[82년생 김지영]

나를 들여다 보게 한 책 & 영화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식탁에 놓인 이 책을 보았다.
작년에 특히나 말이 많던 책이라 한 번쯤 읽어 보고 싶었다.
이 책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이 된다. 뭐 내용은 다들 알 듯한. 다들 짐작했을 듯한 그런 내용.
하지만 다 아는 그런 내용이 내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아팠다. 슬퍼서 아픈 게 아니라. 그냥 아파서 아팠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생활.
아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여성은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이 실려있었다.
경력단절이 되기 전에 나름 쌓아온 자존심 때문에 쉽게 주위에 어느 누구에게도 말해보지 못했던 감정이 실려있었다. 마치 내가 김지영 씨가 된 것처럼 누군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아팠다.

김지영 씨의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들 또한 나한테도 한 번 정도는 일어났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인지를 잘 못했다는 건 내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가르침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여성들이 보고 공감하는 것보다 남성들이 보고 자기 아내를. 자기 동료를. 친구를 조금 더 이해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
                                                                                                               

* 위 글은 2018년 7월 4일에 블로그에 책을 읽고  몇 자 적어둔 글이다.



 지난 주말에 넷플렉스에 ‘82년생 김지영’ 이 떴다. 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지만 책을 이미 읽어서 실망할까 봐 일부러 보지 않았다. 그게 잊고 있다가 영화 제목을 보니 반가웠다. 남편은 그냥 그렇고 그런 영화 아니냐며 별로 당겨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계속 보고 싶다고 하니 함께 봐줬다.

 책을 읽은 지 2년 가까이 돼서 잊힌 내용도 꽤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지루하지 않고 몰입이 잘됐다. 정유미의 연기력도 흡입력이 상당했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사무치도록 꽂혔다. 책을 읽을 때는 울지 않았었는데, 감정이 실린 영상을 보니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남편은 나를 안아줬다.

 누군가는 이 영화가 너무 과장된 거 아니냐, 저렇게까지 예민하게 굴 것까지 있느냐, 저런 상황이 저런 병이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냐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도 그랬다. 물론 김지영과 같은 병에 걸리지는 않았다만, 누구한테 속내를 크게 말해보지 못하고 그 시기를 보냈다. 바보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내 성격이었던 거고, 그냥 그런 게 나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엄마, 우리 때문에 힘들어요?”

 며칠 전, 내가 할 일에 쫓겨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좀 심하게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예준이가 물어본 말이다.

 내가 너무 표정이나 말투가 심했나, 미안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했다.

 지금이 그렇게 힘든가?

 아니다!

 “아니, 지금은 사실 안 힘들어. 정말 힘들 때는 너네 어렸을 때였지, 그땐 아빠는 출장이 잦았거든. 그리고 너넨 말도 잘 못하고, 엄마 손이 안 가는 데가 없었거든. 거기에 비하면 지금은 목소리 좀 키워서 입만 움직이면 되니, 얼마나 편해졌겠니.”

 물론 지금이 아예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그래도 그때보다 훨씬 수월하고 할 만하다.


 81년생 써니가 이제 좀 괜찮아진 것처럼

 82년생 김지영도 곧 괜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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