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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ug 24. 2020

[오늘을 남기다] 힝미하더맹미스트롱

요즘 온라인으로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평가받을 일이 많이 생겼다.

칭찬과 격려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 칭찬은 낯간지럽고 불편하다. 물론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런 분들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쓴소리가 간절했다. 냉정한 비평을 보면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르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지적해주는 분들에겐 ‘고맙다’는 얘기를 여러 번 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하고 그리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쓴소리는 점점 나를 작아지게 했다. 정말 어쩌라는 건지, 이중적인 내 모습에 지친다.

더욱이 가까운 사람의 냉정한 한 마디는 간신히 잡고 있던 지푸라기도 놓게 했다.

그래서 지금 잠시 멈췄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아들들하고 오전 내내 젠가하고, 할리갈리를 하면서 놀았다.

정신없이 놀다가 아들 무릎에 난 상처를 보았다.

“종혁이 무릎에 상처 생겨버렸네.”

“응, 그때 자전거 타고 넘어져서 다친 거잖아요. 이제 괜찮아요.”

종혁이는 상처를 손가락으로 눌러 보여주며 말했다.


얼마 전 태권도를 간다고 나갔던 종혁이가 10여 분만에 다시 들어왔다.

자전거로 태권도를 다니는 종혁이는 내리막 길에서 넘어졌다며 다리를 절뚝 거렸다.

무릎이 쓸려서 피가 맺혔고, 팔꿈치도 성하지 않았다.

 “아프지 않았어?”

나는 약을 챙겨 와 소독을 해주었다.

 “아팠지, 그런데 딱 눈물 6방울만 흘리고 닦았어. 그러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요?”

“무슨 생각?

 “힝미하더맹미스토롱.”

종혁이는 이상한 주문을 같은 말을 했다. 내가 계속 잘 못 알아들으니 ‘돌멩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종혁이가 하고 싶었던 말은 하현우가 부른 ‘돌멩이’ 노래의 첫 소절 가사

   “Hit me harder Make me strong”

                                                                                                                     이었던 거다.

태권도에서 이 노래로 태권체조를 한다며 한동안 입에 달고 살더니 그 가사가 머릿속 박혀버렸나 보다.

그 가사가 무슨 뜻인 지나 알고 부르고 다니나 싶었었는데 태권도에서 가사 내용까지 알려주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그 가사를 생각하며 나오는 눈물을 참고 집에 와서 약 바르고 다시 태권도에 갔다.


이제 9년밖에 살지 않은 아들도 아픔에, 상처에 더 단단해질 것임을 아는데

40년이나 산 나는 아직도 그게 힘들어 이러고 있다니...



오늘부터 다시 정신줄 부여잡고 시작한다.

20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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