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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Sep 10. 2020

아홉 살 인생의 지혜

2020년 현재

예준이는 11살이고 종혁이는 9살이다.


몇 시간 동안 집중해서 쓰던 글을 마무리지었다. 온몸에 힘이 풀리고 손이 떨렸다.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했다.

“엄마랑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갈 사람?”

제멋대로 드러누워 책을 보고 있는 아들들에게 물었다.

 요즘 삼국지에 빠져있는 예준이는 책에서 눈도 안떼고 듣는 둥 마는 둥 대꾸도 안 하고, 종혁이가 눈을 반짝이며 옷을 찾아 입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하늘도 좋고, 바람도 시원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흐려진 눈이 다시 맑아졌다.


“종혁이 먹고 싶은 걸로 골라봐.”

종혁이는 바 종류를 뒤적이다가 빵 덮인 아이스크림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더니 붕어빵 아이스크림을 잡았다.


“오랜만에 이거 먹어야지.”

종혁이는 벌써 입맛을 다시며 행복해했다. 나는 바 종류 10개를 골라 담아 계산을 했다.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빠르게 페달을 밟았다.

주차장 앞에 도착해 자전거에서 내렸다. 여기서부터는 끌고 가야 했다.


“엄마도 붕어빵 아이스크림 좋아해?”

“응. 좋아하지.”

“그럼 이따가 나랑 나눠서 먹어요.”

종혁이는 아이스크림이 빨리 먹고 싶은지 다시 입맛을 다셨다.

“그래, 난 꼬리 쪽 먹을래. 붕어빵은 꼬리가 맛있더라.”

종혁이가 귀여워 맞장구를 쳐줬다.

“알았어요. 난 머리 쪽 먹어야지.”

벌써 먹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종혁이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참 다행이야. 우린 취향이 달라서.”

“무슨 말이에요?”

“엄마는 꼬리 좋아하고, 종혁이는 머리 좋아하니까. 서로 싸울 일이 없잖아. 그렇지?”

나는 웃으며 종혁이 게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종혁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닌데, 나도 꼬리 좋아하는데. 그냥 엄마가 좋아한다고 해서 양보한 건데.”

“아, 그, 그래.”

난 종혁이에게 부끄러워 겸연쩍게 웃었다.

오늘도 아들한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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