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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07. 2020

엄마가 영어로 왜 'mam(맘)'인지 알어?

2020년 현재

예준이는 11살, 종혁이는 9살이다.



 "한 장만 더 하고 나가!"

 요즘 한 고무딱지 치기에 빠져 3시 땡 하면 딱지 가방을 챙겨 나가려는 종혁이에게 쏘아붙였다.

 "남은 건 저녁에 할게요."

 종혁이는 적당히 소리쳐서는 데미지가 깎이지 않는다. 실실 웃으면서 마스크를 챙기려 한다.

 "5, 4, 3!"

 나는 손가락 다섯 개를 활짝 펴 보이며 목소리에 힘을 주고 꾹꾹 눌러 말했다.

 "칫, 엄마는 다 엄마 마음대로만 해!"

 종혁이는 딱지 가방을 둘러멘 채로 책상 앞에 앉아 총 3장 중 1장을 더 푼다.

 생각 같아서는 마저 다 풀고 가라고 하고 싶은데 다시 언성이 높아질 것 같아 꾹 참았다.


 코로나 19로 학교 교육의 구멍을 집에서 채워야 하는 부담이 크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이고 더군다나 종혁이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니 그래도 다행이지 않냐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위안이 되기도 한다. 고3과 중3에 비하면 찍소리도 못 하게 되는 게 맞다.

 하지만 누구나 그러하듯 항상 내 상황이 우선이고, 내 고민이 가장 무거운 거 아니겠는가. '중3, 고3도 아닌데 코로나로 학교 공부에 구멍이 생긴 건 어쩔 수 없다'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비록 9살 2학년이라고 해도. 그렇다고 집에서 하나하나 잡고 다 해줄 수 없으니 가장 기본이 되는 것만 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조금씩 시키고 있다. 정말 조금씩.('조금씩'이 문제인가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많이씩 시키다가 줄였어야 했나?)

 아무튼 그것도 힘들다고 맨날 이렇게 징징댄다. 아! 빨리 학교에 가서 배우라고 쫓아버리고 싶다.

  

 "다했어. 엄마는 나빠. 다 엄마 마음대로만 해."

 마저 1장을 마친 종혁이는 연필을 탁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가 다 엄마 마음대로야! 너 이렇게 나가서 6시에 들어올 거잖아. 그때 들어와서 씻고, 밥 먹고. 또 소화시킨다고 쉰다고 할 테고. 그러면 자야 할 시간인데. 또 징징거리면서 남은 거 할 거잖아. 그래서 이따 좀 덜 힘들라고 1장이라도 더 하고 가라는 거잖아."

 자꾸 엄마 맘대로만 한다고 하는 녀석의 말이 서운해서 따다다 다 말총을 쏘았다. 종혁이는 입만 쭉 내밀고 마스크를 챙겨 썼다.


 저만치 떨어져 만화책을 보던 예준이가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 걱정이 됐는지 씩 웃으며 나를 한 번 본다. 그러고는 종혁이 곁으로 가서 한마디 한다.

 "야, 엄마가 영어로 왜 '맘(mam)'인 줄 알아?"

 종혁이는 볼멘소리로 짜증스럽게 모른다고 말했다.

 "그건. 엄마들은 다 엄마들 맘대로 하기 때문에 맘(mam)인 거야."

 "칫, 그런 게 어딨어."

 종혁이는 이런 상황에 농담하는 형이 못마땅했는지 밀쳐내며 신발 신고 나가버렸다.

 뭐든지 맘대로 하는 엄마와 둘이 남은 예준이는 다시 한번 씩 웃는다. 보던 만화책을 내려놓고 문제집을 잡는다.

 

  짧은 시간에 열이 올랐다. 김을 내뿜으며 식어버렸다.

  뭐든 맘대로 하는 '엄마'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희가 알기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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