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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12. 2020

아기자기하고 쪼고 만 게 겁나 세네.

2020년 현재

예준이는 11살이고, 종혁이는 9살이다.



원래 가을 하늘이 이렇게 청명하고, 공기도 이렇게 맑았던가?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것도 좋고, 자전거 타고 바람을 가르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는 것도  딱 좋은 요즘이다.


나는 걷고, 예준이는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갔다. 삽시간에 필요한 것만 바구니에 담아 계산을 하고 나왔다.

우리는 적당히 무거운 짐을 들고, 자전거에 싣고  집으로 향했다.

살짝 경사가 있는 곳에서 엉덩이를 들고일어나 발을 구르던 예준이는 더는 못 구르겠는지 자전거에서 내렸다.

뒤처져 있는 나를 기다리며 숨을 고르고 서있었다.

내가 예준이 곁에 다달았을 때 예준이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끌며 함께 걸었다.


“아기자기하고 쪼고 만 게 겁나 세네.”

예준이는 밑도 끝도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응? 뭐가?”

갑자기 무슨 얘길 하는 건가 싶어 물었다.

“코로나 말이야. 바이러스라고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사진이나 그림으로 보면 생긴 것도 아기자기하게 생겨가지고 그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잖아.”

예준이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말을 했다.

“그러게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엄청 힘들 텐데, 겨우 고만한 게.”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예준인 계속 얘기를 이었다. 나는 가만히 예준이의 생각을 들어주고,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정정해주며 집 앞까지 왔다.


“그런데 갑자기 왜 코로나 얘기였어?”

나는 예준이의 첫마디가 인상적이어서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마스크 때문에, 예전에는 이렇게 힘들게 올라오지 않았었는데, 마스크 쓰니까 숨이 차서 여기도 한 번에 못 올라와지고, 이 놈에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썼다 생각하니, 그 녀석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뭐 그리 센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

예준이는 자전거를 세우고 짐을 꺼내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 예준이가 안쓰럽고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전히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청명했다. 적당히 차가운 공기가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이렇게 좋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지도 못하고 마스크를 쓴 채 2020년 가을도 보내게 되겠구나.

아기자기하고 쪼고맣고 겁나 센 녀석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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