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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27. 2020

설마... 내 아이는 안 그럴 거야.

2020년 예준이는 11살이고, 종혁이는 9살이다.


 며칠 전,

 피아노 학원 끝나고 오는 종혁이에게 영어 가방을 전달해 주기 위해  중간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5~6명의 아이들이 자전기로 전력 질주를 하며 내 옆을 지나갔다. 휙 지나갔지만 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나한테 꾸벅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아이도 있었다. 큰아들 친구였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x발” 이란 말을 스스럼없이 뱉으며 지나갔다. 순간 나는 너무 당황해서 그 아이들을 다시 쳐다보았다. 우리 아들들도 밖에서 저러고 다니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날 저녁, 낮에 있었던 일들을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면서 길에서 그렇게 큰소리로 욕을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더라고, 우리 아들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

 또, 남편하고 산책을 하면서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고,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이런저런 모습을 인정하고 적응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우리 아이들은 안 그럴 거라는 신뢰를 내비치고,  그 아이들을 흉보는 꼴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 그랬다. 자식을 키우는 사람은 남의 자식 얘기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내 얼굴에 침 뱉기 일 수 있다고.

정말 그랬다.


이번 주 금요일에 종혁이네 영어학원에서 할로윈 파티를 하기로 했다. 종혁이는 코스튬으로 악마 뿔을 하고 가고 싶다고 했다. 처음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처음 하는 파티에 기대를 잔뜩 하고 있는 종혁이에게 그 정도는 사주지 싶었다.

영어 학원이 마치는 시간에 맞춰서 학원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종혁이 자전거가 길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었다.

‘얘는 왜 자전거를 여기에 세워둔 거야.’  

자전거를 옮기려는 데 종혁이가 같이 수업 듣는 3학년 형이랑 떠들면서 내려왔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자전거를 보더니 소리를 빽질렀다.

“아이씨, 뭐야! 맨날!”

종혁이는 불같이 화를 냈고, 그 형은 웃으면서 제 자전거를 타고 가버렸다.

“씨 x.”

종혁이는 쌩하고 지나가는 형을 향해 욕을 했다. 내 작은 눈은 똥그랗게 커졌고, 뒤통수에 쥐가난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헐, 종혁아.”

나도 놀라고, 종혁이도 놀라 우린 잠시 일시 정지되어 서로를 바라봤다.

“아니, 저 형이 맨날, 내 자전거를 저기다 갖다 놓잖아, 한두 번도 아니고. 맨날 그래서. 짜증 나잖아. 그리고 오늘은 거짓말까지 했다고.”

종혁이는 자기가 내뱉은 말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상당히 억울해했다.

“그래서, 그러면, 그렇게 욕해도 돼?”

길에서 이렇다 저렇다 싸울 수는 없었지만, 아닌 건 아니기에 한마디 했다. 그리고 우선 마트에 갔다. 가는 내내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며칠 전, 남의 집 자식을 걱정하면서 흉보던 생각을 하니 얼굴이 화닥거렸다. 잘못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 볼을 퉁퉁 부풀이고 있는 종혁이를 째려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종혁이는 내 눈치를 봤다.

“손 씻고, 손 들고 서 있어.”

종혁이는 예상했다는 듯 손 씻고 벽에 붙어 손을 들었다.

“네가 왜 손 들고 있는지 잘 생각하고 정리해.”

나는 종혁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시계는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5시 30분. 종혁이는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손 내려. 손들고 생각한 거 정리해서 써와.”

종혁이는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종이를 찾아 적었다.

“다 썼어요.”

“그럼, 읽어봐.”


종혁이는 띄어쓰기도 맞춤법도 다 틀린 글을 또박또박 읽으며 반성을 했다. 그래도 자신이 뭘 잘 못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종혁이를 안아주고 토닥였다.


물론 아이들이 크면서 욕을 안 하고 지내길 바라는 건 부모의 욕심이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더 할 거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아직은.

그리고 절대 내 아이는 안 그럴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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