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플레이어에서 정신력 강한 리더로 성장한 이영표
영리한 플레이어
2013년 10월 28일, 밴쿠버의 BC플레이스 스타디움은 만석이었다. 이 날은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2013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화이트캡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경기장은 2만여 명의 관중들로 가득했고 카메라 앵글에 잡힌 경기장엔 빈자리가 없었다.
이영표 선수의 은퇴를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이토록 많은 팬들이 한 선수가 떠나는 길에 뜨거운 배웅을 하러 온 것이다. 응원석 곳곳에는 이영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걸개와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사이드라인으로 걸어가는 그의 뒤로 BC플레이스 스타디움 전광판에
'이영표 선수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 문장과 함께 이영표의 사진이 등장했다. 관중들도 이영표가 벤치로 향할 때까지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벤쿠버 화이트캡스에서 불과 2년밖에 뛰지 않은 동양인 선수를 향해 밴쿠버 축구 팬들이 보낸 무한 애정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2003년 1월, 네덜란드 PSV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만 해도 선수들은 아시아 변방에서 온 이영표를 동료로 인정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영표는 PSV와 3년 반 계약을 맺은 박지성과는 달리 6개월 임대 신세였다.
그런 위기를 이영표는 정신력과 실력으로 당당히 이겨냈다. 홈경기로 치러진 '숙적' 아약스 전에서 데뷔 골과 동시에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2-0 승리로 이끈 것이다.
유럽 무대에서 자신의 실럭을 입증한 이영표는 PSV 아인트 호벤에서 활약한 지 2년 만인 2005년 영국 토드넘 구단과 계약,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다.
축구 명문인 AS로마에서 상당한 이적료와 연봉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내왔다. 당시 토트넘의 구단주는 돈 때문에 이적시키고 싶어했다. 토트넘의 마틴 욜 감독은 이영표의 이적을 반대했다. 이영표는 팀과 감독이 원한다는 이유로 남기로 결정했다. 이때도 그의 기준은 돈과 명성이 아니었다.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디서'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가 도르트문트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프리미어리그 알힐랄로 이적했다. 이영표는 알힐랄에서 2년간 네 차레의 우승을 경험한다. 알힐랄은 이영표가 뛰던 시즌에 전 경기 무패 우승을 거두었다. 사우디 축구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연히 팀에서는 이영표와 재계약을 원했다.
그러나 이영표는 사우디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 먹고 있었기 때문에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영표에게는 돈보다 더 귀한 가치들이 있었다. 그는 돈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은퇴냐 선수 생활 지속이냐를 두고 6개월 가량 고민했다
연봉 10억 원 이상 제시한 팀을 비롯해서 6개 구단이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다. 이영표는 가장 낮은 연봉을 제시한 팀에 끌렸다. 그는 구단 운영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좋은 선수들이 오직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꿈의 구단'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가장 낮은 연봉을 제시한 팀이 그가 원하는 구단경영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었다.
고민 끝에 2011년 1억 5천만 원 연봉을 제시한 MLS 꼴찌 팀 밴쿠버 화이트 캡스로 이적했다.
정신력 강한 리더
이영표 선수는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큰형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나이 어린 동료 선수들은 그를 진심으로 신뢰하며 따랐고, 감독과 팬들은 그에게 무한 애정과 신뢰를 보냈다.
언제나 자신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가치와 기준을 따랐던 이영표. 그는 세속적인 가치나 세간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 갈 길을 가며 실력으로 인정을 받았다. 승패 너머의 큰 그림을 그리며 승패보다 중요한 의미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겼을 땐 기뻐하고 졌을 땐 상당히 괴로워했어요. 승리할 때와 패배할 때 제 기분의 온도차가 심했죠. 그런데 인생에는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덜 가치 있는 것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됐어요.
사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꿈을 위해 열심히 뛰어갈 때 대부분 성공보다는 실패에 부딪히죠.
어떤 사람들은 성공으로 인생을 시작하는데 그 성공이 실패로 이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인생을 실패로 시작하지만 그걸 딛고 일어나 성공으로 가기도 하는 거에요. 그때 제가 깨달은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성공이 성공이 아니고 실패가 실패가 아니구나, 하는 거였어요. 그런 깨달음이 있고 나선 성공했다고 해서 교만하지도 않게 됐고,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하지도 않게 됐어요. 성공과 실패가 반대말이라고 하지만 실은 같은 말이에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기의 꿈을 성취하는데 있지 않다는 걸요. 사람은 죽기 전 유언을 남길 때 자기 마음속에서 가치 있는 말들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그 때 그 누구도 나는 성공했어야 했는데, 돈을 더 벌었어야 했는데, 이런 말 안 한다는 거죠. 사람들이 맨 마지막에 남기는 말은 내가 왜 그를 용서하지 못했던가, 내가 왜 그를 사랑하지 못했던가, 이런 말들이에요. 그게 바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죠. 그런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좇는 것이 우리가 행복해 지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표 선구가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돠는 시점이 거기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강점지능으로 성공과 부를 좇으며 살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왜 축구를 하는지, 누구와 축구를 하는지, 어떻게 축구를 하는지였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누구와 이 일을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이 일을 할 것인가?
나의 강점지능으로 성공과 부를 좇으며 살고 싶진 않다. 내안에서 계속해서 의미있는 일을 찾으라고 말한다. 내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한사람의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잘 산게 아닐까?
문뜩 나의 은퇴식은 어땠으면 좋을지 상상해봤다.
동료들과 시민들이 뜨거운 응원을 하며 아름답게 보내주는 퇴임식.
그러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ᆢ
넓게 보자. 크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