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지구를 지키는 어리버리 황순경

by 글캅황미옥

지구대 생활

직장인으로 출근한 첫 날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계신가요?



충성!

24살, 한창 부딪히고 경험할 나이에 경찰 제복을 입고 공무원이 되었다. 경찰이 되면 그냥 내 꿈이 다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근무 첫 날. 내 첫번째 직장에서 소속된 순찰 3팀. 희망적이였던 내 생각과는 달리 우리팀장님은 날 반겨주지 않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첫날부터 무시 했다. 그렇게 어리버리 황순경의 경찰생활이 시작되었다.




너 내일부터 출근하지마~~~~우리팀에 너 필요없어~~


충격적이었다. 나는 일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팀장님은 아니였나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이 있었기에 내가 더 강해지고 발전했다. 그런 면에서는 그 팀장님께 고맙게 생각한다. 나를 싫어하는 팀장님을 대하기는 불편하고 어려웠지만 같은팀 직원들과는 사이가 좋았다. 제일 기억에 남는 112 신고 사건이 있다.


야간근무중이였다. 선배님과 순찰차를 타고 순찰 하던중에 우리가 근무하는 지역에 112신고를 받았다. 우리는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선배님은 운전 중이셨고 나는 조수석에서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고자는 당황한 목소리로 "범인이 칼을 가지고 있어요. 빨리오세요"라고 했다. 나는 근무한지 1년도 안된 신임경찰관이였다. 평소 무전기를 잡으면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와 사투리 좀 그만 쓰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는데. 나름대로 침착한다고 했지만 그날 따라 당황했는지 사투리가 더 튀어나온 모양이다. 신고자와 통화한 내용을 무전에 대고 얘기하자 상황실에서는 걱정이 되었는지 신고 처리하지 않는 순찰차는 지원하라는 무전이 들렸다.

현장에 도착했다. 선배님은 여자인 나와 현장에 가려니 걱정이 앞 섰을 것이다. 그래도 표정에는 변화없이 순찰차 트렁크를 열어 방패와 봉을 꺼내셨다. 현장에 들어가려는 순간, 정말 영화에서 볼법한 장면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경광등 소리를 내며 3대의 순찰차가 도착했다. 우리는 방패와 삼단봉을 들고서 지하로 내려갔다. 다행히도 우려했던 심각한 상황은 아니였다. 신고를 마무리하고 지하에서 올라 왔는데 순찰차 한대가 오더니 최한현 반장님이 내렸다. 오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신고처리하고 온다고 늦었다고 했다. 정말 폭풍 감동이였다. 이번 신고를 통해서 현장에 임장하여 상황을 파악한 뒤 지원요청을 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나를 싫어하는 3팀장님은 나를 다른 팀으로 보낼 생각을 하셨다. 일부 주임님들도 찬성하는 눈치였다. 감사하게도 2팀장님이 나를 받아주셨다.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2팀에 가서 나는 급속도록 성장했다. 애착있는 팀장님을 비롯하여 정이 많은 선배님들 덕분에 즐겁게 출근하고 생활했다. 경찰에 들어오려면 운전면허증을 갖추고 있어야 했지만 장롱면허에 다름 없었다. 매일 출근하면 운전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서툴었다. 그래서 선배님들은 내가 불안했는지 운전을 맡기지 않으셨다. 중고차 한 대를 샀다. 출퇴근은 물론이고 쉬는 날 마다 부산 시내를 돌며 몰고 다녔다. 여자라서...여경이라서...라는 말을 안듣겠다고 다짐했기에 운전연습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여길성 주임님은 내게 운전대를 맡기셨다. 옆에서 잔소리는 엄청 하셨지만 그 정도야 참을 수 있었다. 운전대 잡는 기분에 비하면 그 어떤 것도 참을 수 있었다. 그때 운전하며 들은 잔소리 덕분인지 지금까지 10년 동안 무사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감사합니다. 주임님!!!







2팀에서 맞이한 첫 명절.

내 위 고참인 강기식 반장님이 말했다 "명절에 식당 문 여는 데 없어. 막내가 원래 밥 다 준비해 오고 하는 거야. 나도 다 그랬어". 나는 찰떡같이 그말을 믿었다. 그래서 명절 당일 집에서 밥을 한 밥통까지 지구대로 가져왔다. 그날 내가 싸온 음식으로 넉넉하게 배불리 먹었다. 순수했던 황순경!^^




막내였던 내가 챙겼던 건 두가지.

청소와 커피타기. 경험도 지식도 없는 내가 매일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내가 청소나 커피탈려고 이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들어왔나...하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꺼리낌 없이 지구대를 깨끗이 청소하고 정성스레 선배님들 커피를 타 드리며 애살 있게 행동하면서 따뜻한 정이 오고 갔다. 내가 민원인과 힙겹게 상담하고 있거나 현장에서 빠뜨리는 일이 있을 때면 늘 챙겨주시고 내 편이 되어 주셨다. 내 관점이 바뀌니 그런 일도 허드렛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모든 건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신임순경 차출 1순위


나 역시 그랬다. 태권도 무도 단증이 있는 나는 발령받은지 한 달만에 10월에 있을 무도대회를 대비하여 체포호신술 경연대회와 태권도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무더운 8월, 땀을 엄청 흘리며 동작을 외우고 박자를 맞추는 맹연습을 했다.


체포호신술 경연대회는 부산에 있는 15개 경찰서에서 각자 준비를 해서 예선전을 갖은 다음, 거기에서 1등한 경찰서에서 경찰의날 당일 충주에서 개최되는 본선에 출전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준우승에 그쳤다. 준우승 트로피를 받고도 아쉬운 마음에 내 입은 만불같이 튀어나와있었다(^^) 하지만 우승보다 값진 소중한 추억을 얻었다. 경찰서 로고가 찍힌 티셔츠를 입고 허리에 삼단봉을 차고 기압을 자신있게 넣던 어리버리 황순경은 또 하나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다.

마지막 세 줄.

나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 진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성공이란 - 랄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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