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사람
2024년 9월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쓴 글
우리 둘의 추억을 곱씹어보며.
언젠가 누군가 내게 물어보았다.
남편과 결혼을 생각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느냐고.
갑자기 생각하려니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특별히 기억나는게 없었기 때문일까,
함께 하는 일상이 어느덧 너무 당연해져서 에피소드를 담아 두고 있지 않아서였을까.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떤 특별한 에피소드가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언제나 내가 손을 뻗기도 전에 늘 내 곁에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있어주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말 그대로 공기처럼.
내 잘못이 아닌 일들로 고통을 떠안으며 상처로 가득했던 내 20대 중후반,
아무리 발버둥쳐도 좀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던 30대 초반 그 시절.
언제나 내 옆과 뒤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나를 지켜봐주며
상처가 생기면 바로 바로 약을 발라주곤 했다.
자신의 삶의 의미가 온통 나 뿐인 사람처럼.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적어도 그때의 난 그렇게 느꼈다.)
이제는 과거의 고통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어떤 사건과 기억으로만 남았을 뿐이지
마음에 어떤 감정으로서 남아있는 건 거의 없다.
싫지 않은 과한 관심, 물 흐르듯 끊이지 않는 대화, 때론 일정한 거리 속에서 기다려주던
남편의 맞춤형 처방으로 나의 마음 속 응어리가 모두 치유되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고 인지하기도 전에 받다 보니
받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 것은 아니었을지.
그렇구나.
내게 남편은 그런 존재다.
한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사람
내가 울면 같이 울어주는 사람
거센 폭풍우를 함께 맞으며 나를 단단해지게 해준 사람
나에게 자신의 모든 걸 내주는 사람
내가 가진 걸 다 주고 싶은 사람
살아가며 성격은 변해도(ㅋㅋ) 나에 대한 태도만큼은 변치 않는 사람.
남들보다 아주 많이 늦었다고 생각해서 바쁘게 나아가기만 한 지 2년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덧 네번째인 결혼기념일을 맞이하면서
우리 둘만의 추억을 되돌아 보니 수많은 행복했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모처럼 되새긴 소중한 에피소드들.
앞으론 항상 지니며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