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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따라 대구살이 1년차를 보내며

나의 이야기, 그리고 계획

by 이미진


작년 한여름에 이사를 와서 이제 1년 조금 넘었다. 부산에서 16년 살다 아빠 직장 발령 때문에 가족이 수원으로 이사 간 뒤로 수도권에서 약 20년을 살았다. 학교, 회사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서 다니다가 내가 경상도로 다시 온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연고가 있기는 하지만, 그 곳이 정해진 기간 얼마동안만이라도 내 삶의 터전이 된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결혼 4-5년 차에 접어들며 자녀 계획이 생겼고, 그와 거의 동시에 남편이 주말 조차 시간을 내기 힘든 보직을 맡아 지역도 이동하게 됐다. 그러면서 주말부부를 그만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그래서 오랜 공부 이후에 겨우 획득한 '직장인'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남편을 따라 내려왔다.


처음에 직장을 그만둘 당시엔, 시험관 때문에도 힘들기도 했지만, 주말에 올라오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남편 때문에도 마음이 힘들었고, 그만 둔다면 나는 무엇을 해서 돈을 벌 수 있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산더미 같았다.


고민도 많았지만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내려올 수 있었겠지. 내려와서 남편과 함께 길을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계속 계속 찾아다녔다.


그러다보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내 역량이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되어 벌이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비즈니스 스터디 등을 통해 좋은 인연들을 만나서 생각도 확장이 되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단 걸 몸소 체험했고, 나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경험을 얻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샛별이가 찾아왔다. 이젠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시험관 시술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한 뒤라서 더더욱 기뻤다.


처음에는 겨우 용돈벌이나 하면 다행이었다. 그러다 어떤 달은 5일 일했는데 월급 받을 때 보다 많이 번 경우도 있었다. 지난 겨울엔 잘 풀리지 않는 일도 있었는데, 샛별이가 생긴 뒤로는 내가 마음 먹은 일들이 꽤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회사 다닐 때 퇴근 후와 주말에 시간을 쪼개 이것 저것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고, 퇴사 후 대구 내려오기 전 두달 동안 짐 정리를 하기 보다 여러 마케팅/브랜딩 수업을 들었던 것들 모두 자양분이 된 것은 확실하다. 그때 만난 사람들이 다시 연락해주시며 새로운 제안을 해주기도 하고, 덕분에 나에게 새로운 기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내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아직은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 것은 아니다. 아이템도 선별해서 구체화한 것은 아니다. 단기 목표가 있다면, 지금까지 시험삼아 해본 것들을 포트폴리오로 잘 쌓아서 9월에 샛별이가 태어나고, 100일 정도 지났을 때 나의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세 개 정도는 만들고, 퍼널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빠르면 4년 뒤에는 수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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