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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사진을 보고

어제는 주일 설교에서 예전에 찍었던 단체사진을 보게 되었다. 잠깐 보여진 그 사진에서 나는 눈을 굴리며 내가 어디있는지를 찾았다. 15년 전의 사진이라 그런지 지금보다 당연히 앳된 얼굴의 내가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분의 모습이 보였다. 이어서 목사님의 말씀하셨다.이 사진에 있는 사람들이 한 사람씩 순서를 정해놓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우리는 이렇게 살다가 언제가는 떠나게 될 거라고. 그게 우리네 인생이라고. 이 말씀은 설교의 작은 부분이었지만, 예배시간 내내 생각이 그곳에 머물렀다. 그렇다. 정말 그렇다. 평소에는 죽음을 생각하며 살지는 않지만,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언제 올지도 모른다. 지금 삶에서 아등바등하며 살 때가 있는데,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할 때 였던 것 같다. 좀 더 좋은 옷을 입고, 좀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좀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좀 더 멋진 곳을 가고, 좀 더 편한 삶을 위해. 그래서 누렸을 과거의 것들이 당시에는 짜릿했었겠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고 난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나간 좋은 음식, 옷, 여행, 물건, 서비스 어느 것도 지금 나에게 중요하게 남은 것이 없다. 가끔 어떤 이야기 할 때, 나도 여기 가봤고, 이런거 경험했고, 나도 좋은 거 먹어봤고, 나도 좋은 게 있었다고 쓸데없이 자랑질이나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패턴만 남은 것 같다. 오히려 누군가를 도왔던 것, 힘이 되어준 것, 소중한 관계에서의 기쁨과 심지어 슬픔까지 이런게 지금의 나에게 더 값지게 여겨진다. 지혜가 필요하다. 내 삶의 끝에서 '이정도면 잘 살았지'로 마무리하고 싶다. 그 끝으로 가는 여정이 중요하다. 지금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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