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좋은 팀에 대한 이해
1.1 좋은 팀을 만들고 싶어요
1.2 팀은 무엇인가
1.3 좋은 팀은 어떠한가
1.4 팀효과성 연구
1.5 좋은 팀의 핵심: 팀십
1.6 X관점과 Y관점
2장 좋은 팀을 만드는 기술
2.1 팀워크는 왜 어려운가
2.2 팀워크 기술 #0 공감적 소통
2.3 팀워크 기술 #1 피드백
2.4 팀워크 기술 #2 갈등대응
갈등대응
갈등은 칡이라는 뜻의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 이 두 글자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칡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올라가는 성질이 있다고 하는데, 이 둘이 서로 다투며 올라가다가 결국은 둘 중 하나는 죽게 된다고 합니다. 또 영어로 갈등은 confilct이라는 단어인데, con은 '같이/함께' + flict '매질하다'는 뜻이 합쳐진 단어로 서로 때리는 상황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한자도 영어도 우리가 느끼는 갈등에 대한 이미지를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겪었던 갈등상황을 한 번 떠올려 보면,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 거리고, 얼굴을 붉어지고, 호흡이 가빠집니다. 우리는 갈등 상황에 놓이면 스트레스가 올라가고 감정 소모가 심하고, 상대에 대한 미움과 불신이 커져갑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능하면 갈등을 피하거나 갈등 상황 자체를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갈등이 없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어떤 사람의 마음은 곪아가고, 일은 잘 진행이 되지 않거나 중요한 합의나 계약이 성사되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갈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먼저 갈등의 속성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갈등의 속성
갈등 요소
먼저 갈등은 왜 일어날까요? 사람마다 혹은 조직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사회도 조직도 개인도 없습니다. 갈등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개인적 원인으로는 성향 차이, 해석 차이, 이해관계의 차이, 경험의 차이, 행동 방식의 차이, 전달방식의 차이, 인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사안을 보더라도 성향, 해석, 이해관계, 경험, 인식 등이 다르면 목표에 대한 생각이나 행동방식 등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좀 더 확장하면 팀이나 조직 간에도 추구하는 방식과 업무 문화, 얻고자 하는 것 등이 다릅니다. 갈등은 다름에서 시작됩니다. 이 다름을 같게 만들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는 갈등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갈등의 순기능과 역기능
앞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갈등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갈등은 순기능을 하기도 하고 역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우선 갈등의 역기능은 극한 대립으로 인한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내거나 혹은 반대로 갈등 부재로 인한 개인적/조직적 침체와 정체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갈등의 순기능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갈등을 통해 성장과 발전, 높은 관계의 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갈등과 성과와의 관계, 박원우, 2006>
갈등, 오히려 좋아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순기능이 되기도 하고 역기능이 되기도 합니다. 갈등을 다룰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갈등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입니다. 갈등이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떠올려야 합니다. 이 다름을 잘 다루면 순기능으로 서로 성장하고, 만족하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갈등의 순간이 오면 오히려 좋은 기회일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와 함께 좋은 관계와 결과를 얻는 것이 성숙이라면, 이 다름을 다루는 과정이 각 개인과 팀, 조직의 성숙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의 핵심가치가 신뢰, 충돌, 헌신 이라고 합니다. 서로 신뢰하는 상황에서 충돌(갈등)하고 그리고 결론이 나오면 헌신할 때, 회사가 성장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갈등의 원인과 영향
잠시 이전에 경험한 갈등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언제 누구와 일어난 갈등이었습니까? 그 사건을 떠올리고 아래 질문들에 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갈등의 열매(결과/영향)
그 갈등이 일어나고 어떤 결과가 있었습니까?
그 때 마음은 어땠습니까? 어떤 감정들이 들었습니까?
갈등의 줄기(문제/사건)
갈등은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어떤 말과 행동들이 오갔습니까?
갈등의 뿌리(원인/배경)
갈등이 일어나기 전에 근본적으로 갈등의 되는 요소들이나 원인들은 무엇입니까?
갈등의 일어나기 전에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었습니까?
<Conflict Tree Analysis, Simon Fisher 외>
이 갈등나무분석을 통해 이전의 갈등상황들을 전체적을 조망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갈등의 열매인 결과와 영향이 우리 삶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에 우리는 될 수 있으면 갈등 상황을 피하려고 합니다. 갈등의 결과로 우리는 서로 피하게 되고, 자신이 가진 권한으로 상대의 업무를 배제하거나, 협조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상대를 험담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스트레스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우리는 갈등을 갈등이 일어난 사건만 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갈등은 갈등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갈등을 촉발시키게 되는 배경과 원인들이 있습니다. 서로 불편한 관계였다던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나 반대 의견을 가졌다거나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과 맥락 속에서 어떤 일이나 사건이 발생하면 갈등으로 번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갈등나무를 통해 볼 수 있는 갈등 사건 전과 후의 모습입니다.
갈등을 겪을 때 힘든 이유는 감정적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갈등이 감정적으로 흘러가면 곧 그 일은 자존의 문제로 옮겨갑니다. 그렇게 자존심의 문제로 옮겨가면, 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상대를 이겨야겠다는 전투 모드가 되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작정합니다. 이렇게 되면 논리나 이성적 접근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갈등상황에서는 논리가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100분 토론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양측의 패널이 나와 자신의 주장을 펼칩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교수, 정치가, 과학자, 권위자들이 나와 토론을 하지만, 어느 누구도 상대에게 '당신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신 의견이 맞는 것 같습니다' 라고 끝난 경우를 본 적이 없으실 겁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다가 '당신은 비합리적이다', '틀렸다'는 등의 메시지와 '당신은 자격이 없다'라는 등의 인신공격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금세 격한 감정적 소요가 일어나고, 서로에 대한 비난이 난무합니다. 그렇게 토론이 끝나면 상대는 말이 안 통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합니다. 이런 방식의 대화로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를 수 없고 갈등은 더 심화될 것입니다. 그래서 갈등을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정적 감정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으로 상황을 접근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다른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다름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게 되면 대화가 어려워집니다. 상대가 틀렸기 때문에 바로 잡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고쳐야 한다는 대화로 가게 되면 갈등의 골은 깊어지게 됩니다.
일반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원인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해결책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갈등상황으로 전개될 때, 논리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갈등상황이 되면, 일반적으로 상대는 논리적인 대안을 제시해도 받아들이지 않거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해도 졌다는 생각에 패배감을 느끼고 이를 갈고 복수를 다짐하게 됩니다. 결국 상대를 굴복시켰던 논리적 방법은 상대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상대의 협조를 얻지 못해 작동하지 않게 되거나 진행되더라도 껄끄러울 것입니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논리로 굴복시킨 상대와 무언가를 도모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갈등으로 생긴 적(敵)인식 때문입니다. 이러한 적인식은 상대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합니다. 어떤 사람을 적으로 인식하면 싸워 이기려 합니다. 어려운 관계 뿐 아니라, 친밀한 부부관계나 친한 관계에서도 적인식이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잘 지내지만 특정 영역의 이야기가 나오면 적인식이 발동하고 서로 지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갈등이 시작되면 상대 역시 지지 않으려 하고, 때로는 이성을 잃고 손해를 보더라도 공격하게 됩니다.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적인식이 발전되면 겉잡을 수 없이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갈등을 다룰 때 감정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상대가 나를 무시하거나 믿지 못한다고 느끼면 자존심의 문제로 이어지고, 그것이 적인식으로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팀에서 멤버간 적인식이 발동하면 전투태세에 들어가게 됩니다. 심할 경우 고성이 오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도 적인식을 가지고 있을 때, 구성원간 대화나 협조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적당한 수준의 이야기만 오고 갑니다. 구성원사이 적인식을 가지고 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결과물은 서로 감내할 만한 정도의 타협점과 한시적 관계입니다. 한시적 관계라는 것은 적인식이 있는 대상과는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함께 일하지 않겠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적인식 속에 있으면 당연히 긴장감이 높습니다. 또한 팀안에서 적인식의 당사자가 아니어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멤버들의 스트레스와 긴장감 역시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적인식이 발동하는 팀은 함께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적인식 상황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인지적 왜곡 현상이 강해집니다. 흑백논리나 섣부른 일반화, 의미의 확대 및 축소, 원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 등을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팀에서 갈등을 다룰 때, 이성적 논리적 접근이 아니라 적인식의 전환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대를 적이나 경쟁 상대로 인식하는 관점을 해소하지 못하면 사사건건 대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갈등해결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적인식에서 팀인식, 동료인식으로 전환해야 함께 문제를 풀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앞서 말한 팀십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도와 팀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전환될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상대의 의견, 감정, 기대/욕구를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함께 이 작업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결국은 누군가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이해 관계가 간절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마도 더 성숙한 사람이 그렇게 시작할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이 갈등해결 과정으로 들어가기 싫다면 '상대와는 무엇도 하고 싶지 않다'는 적인식이 너무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적인식이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결국 누군가가 팀을 떠나는 방법이 최악을 피하는 차악책일 수도 있습니다.
승승적 사고
스티븐 코비는 그의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승승의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대인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상대도 좋고 나도 좋은 것들을 계속적으로 추구할 때 좋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득을 보고 상대가 손해를 본다고 느끼면 승/패 적 사고, 내가 손해를 보고 상대가 이득을 본다고 느끼면 패/승, 반대로 둘다 손해 보기 싫어서 대립하여 둘다 좋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되는 패/패 상황도 있습니다. 그래서 코비는 승승이 아니면 무거래를 제안했습니다. 둘 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으면 차라리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누군가가 패배한다고 느끼는 것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팀으로 일을 할 때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한 번 보고 말 관계가 아니라 계속해서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어도 오래갈 수 없고, 상대가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어도 오래가기 힘듭니다. 팀으로 일한다면 기본적으로 우리가 서로 도와서 좋은 결과와 성장을 하자는 마인드가 기본이 되어야 하고, 이것이 승승적 사고 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압니다. 평상시에는 어느 누구에게 물어봐도 다른 생각을 갖거나 다른 해결책을 생각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적인식 상황으로 들어가게 되면 다름이 틀림이 되고, 그 틀림은 용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적인식을 깨기 위해서는 승승을 기반으로 먼저 상대는 나와는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다름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합니다. 상대의 생각이 나와 다르고, 다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고, 상대의 방식도 일리가 있다라고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우선 상대의 생각과 감정, 기대/욕구를 공감하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 입니다. 공감한다고 해서 동의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상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와 기대, 그에 따른 감정을 그럴 수 있겠구나 라고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상대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 기대가 틀리지 않았고, 그럴 수 있다고 인정을 받을 때, 감정적인 문제가 해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함께 팀으로 일하는 이유와 서로 돕는 관계로 다시 인식하게 되면 팀인식, 동료인식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적인식에서 팀인식으로 전환되면 우리는 서로에게 승승이 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받으며 지속적 관계를 추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적인식 감정이 해소되고 팀인식으로 전환되어야, 비로서 갈등을 건설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갈등 대응
진짜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갈등 예시)
빠른 일처리를 부탁한다 vs 지금은 안된다. 정확한 일처리를 해야한다
이어폰을 끼고 일하고 싶다 vs 끼고 일하면 안된다
영업지역 배분 시 A지역를 할당해 달라 vs B지역을 맡아달라
위의 갈등의 예시에서 서로의 대립되는 주장들을 들어보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갈등 상황에서는 요구사항을 논리로 포장하여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주장이 옳은 이유를 펼치는 것입니다. 내 논리가 옳으니 내 말을 들어라는 양상으로 대화가 전개됩니다. 이런 대화 양상을 보이면 상대는 역시 그 논리의 헛점을 찾거나 자신이 옳은 이유를 더 부각합니다. 그런데 각 사람의 주장에는 그 주장을 통해 본질적으로 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주장을 통해 결국 무엇을 기대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갈등은 아래의 그림처럼 겉으로 표현한 주장과 요구 사항들이 있고 그 밑에는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 주장을 통해 진짜 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갈등의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주장을 통해 진짜 원하는 것에 주목 해야 하고, 이 부분이 다루어져야 본질적인 해결이 가능합니다. 서로 진짜 원하는 것,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면 그것을 서로 어떻게 도울 것인가, 맞춰갈 것인가 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앞선 예를 든 갈등 사례들을 보면, 겉으로 드러나 주장만 보면 상대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는 상대의 기대와 욕구를 들어야 합니다. 상대의 논리와 이유를 들어야 할 것 같지만, 그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감정과 기대/욕구를 듣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먼저 상대를 공감해야 합니다. 논리적 이유라는게 결국은 자신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고, 상대의 주장은 옳지 않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이 논리가 굳어지면 그 동안 갈등에 대두되었던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기가 어려워 지기때문에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면, 영업지역 할당의 경우, 이전의 데이타를 토대로 자신이 그 지역을 할당 받는다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면 상대도 논리적 데이타를 찾아 방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그 논리적 이유를 여러차례 주장하고 나면 오히려 다른 방안들을 찾는게 무색해 지게 됩니다. 그래서 만약 A지역을 할당 받기를 원한다면 그 지역을 받아야 하는 논리적 이유보다는, A지역을 할당 받아서 무엇을 기대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합니다. 이 기대/욕구는 대부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기대가 A지역의 담당자들과 이미 쌓아 놓은 관계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신이 오랫동안 작업해서 이제 곧 나올 매출에 대한 기대일 수도 있고, 이 지역에 대한 경험을 쌓고 싶은 기대일 수도 있고, 회사에서 정한 교통비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일 수도 있습니다. 상대도 이 지역을 할당 받아 기대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그 기대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이 기대를 알아야 그 기대를 다루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기대를 숨기고 논리적 이유만 가득하다면 진짜 문제를 다루기가 어려워 집니다. 갈등해결을 위해서는 논리다툼에 앞서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대를 다루어야 합니다. 기대는 진짜 원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앞서 다룬 공감적 경청에서 상대의 표현에서 우리는 감정과 욕구(기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도 상대의 요구/입장을 보면 감정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감정 뒤에는 정말로 원하는 것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래 표를 채워 보면 나와 상대의 요구와 감정, 그리고 그 상황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을 빨리 빨리 처리하자는 A와 그럴 수 없다는 B의 대립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살펴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요구는 반대되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한 단계 더 감정으로 들어가 보고, 진짜 원하는 것을 살펴보면 그러한 요구들이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막무가내로 여겨졌던 상대가 이해가 되면서 그럴 수 있겠구나로 전환 됩니다. 그러고 나면 어떻게 해야할 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갈등의 해결책 모색하기
이렇게 서로가 진짜 원하는 것을 이해가 되면 겉으로 드러난 요구가 아닌 실제적인 이야기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경우에 유효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서로가 원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세워서 방법을 찾는 우선적으로 시도해 보아야 합니다.
공동의 목표: A의 좋은 실적을 유지하며 B지역 맡을 담당자 선정하기
이렇게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면 함께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요구에서 공동의 목표로 전환되면 함께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방법들이 생겨납니다.
공동의 목표: 진행스케줄을 맞추면서 정확한 확인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1안) 고객에게 현 상황을 공유하고 정확한 확인 후 보고
2안) 현재 확인된 내용으로 임시 보고 후 정확한 확인 후 재보고
공동의 목표: 일을 집중하면서도 업무 소통이 잘 되기
1안) 이어폰을 끼고 일하되, 실시간 소통이 필요할 때는 어깨를 톡톡 쳐주기, 급하지 않은 건은 메시저 남기기
2안) 집중해야 하는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는 이어폰을 끼고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빼고 일하기
공동의 목표: A의 좋은 실적을 유지하며 B지역 맡을 담당자 선정하기
1안) A의 실적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A와 B지역 동시에 맡기
2안) B지역을 맡되 A 지역의 실적의 일부를 A에게 인정해 주기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방안을 이야기 해보아도 서로가 만족할 만한 대안을 쉽게 합의하지 못한다면 대응 방식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갈등대응 방식
토마스 킬만은 갈등을 대응하는 5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1. 주장형: 나의 요구를 강력하게 주장
2. 양보형: 상대 요구를 수용
3. 유보형: 문제를 유보/회피
4. 타협형: 적당한 합의/타협
5. 협력형: 서로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깊이있게 문제를 다룸
우리는 보통 자신이 주로 쓰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주장형을 주로 쓰는 사람은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반대로 상대를 위해 주로 양보형을 사용하는 사람은 몇 번은 괜찮지만, 양보가 반복되면 본인이 호구라고 느끼게 되고 마음이 상하게 됩니다. 협력형을 주로 하는 사람과는 뭐 하나 결정하려면 너무 많은 것들을 고려해서 쉬이 결론이 나지 않아 피곤합니다. 유보형을 주로 쓰는 사람은 무책임해 보입니다. 타협형인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손해 안보려는 성향으로 높은 수준의 협력은 어렵고 적당한 수준에서만 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나와 상대에게 무엇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보고, 그에 따라 적절한 방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때로는 나의 주장을 설득하고, 때로는 반대로 상대에게 양보할 줄 알아야 합니다. 급한 것은 지혜롭게 타협하고, 중요한 문제라면 신중하게 협력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다루지 않아도 될 것이나 나와 상대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 한동안 유보해도 됩니다. 이것이 갈등에 대한 대응방식인데, 이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갈등 사안이 나와 상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판단해봐야 합니다. 특히 이 사안이 상대에게는 얼마나 중요한지 물어봐야 합니다. 상대가 생각하는 중요도를 내가 넘겨짚지 않아야 하고, 상대에게 확인을 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기대에 대한 중요도가 파악되면 토마스 킬만의 5가지 성향별 갈등 상황 대처 유형에 따라 접근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토마스와 킬만 갈등 상황 대처 유형> *각각의 용어는 제가 상황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1유형: 나에게 중요한 사항이고 상대에게는 중요도가 낮은 경우 > 주장형 /상대에게 양해를 구한다
2유형: 상대에게 중요한 사항이고 나에게는 중요도가 낮은 경우 > 양보형 /상대에게 양보를 한다
3유형: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경우 > 유보형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때가 아니면 굳이 지금 다루지 않는다
4유형: 나와 상대 모두에게 어느 정도 중요함 > 타협형 /서로 동등한 이익과 희생을 전제로 논의함
5유형: 나와 상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함 > 협력형 /충분히 논의하고 서로 만족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함
앞서 간단하게 5가지 대응유형을 설명드렸지만, 대립되는 갈등 상황에서 늘 작동하는 갈등해결 방법은 없습니다. 이해관계의 중요성과 장기적, 단기적 관점을 고려해야 하고, 나와 상대의 기본 성향과 해결을 위해 남은 시간 등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현재 나에게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상대에게 신뢰를 얻어야 할 때는 양보형을 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반대로 계속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대에게는 나에게 덜 중요하더라도 주장형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갈등을 다루는 여러 방법이 있고, 그것을 장단기적 관점과 각자의 중요도 등을 따져보고 어떤 갈등해결 방식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공감해서 적인식이 생기지 않고, 동료의식/팀인식이 유지 되어야 합니다. 상대의 요구가 이해되지 않을 때는 비난이 아닌 그의 감정과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 기대하는 욕구를 찾아야 합니다. 상대가 틀렸다, 혹은 그러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는 적인식이 발동됩니다. 적인식이 발동되면 이러한 노력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방어적 태세로 돌입하기 때문입니다.
아래 상황을 살펴보시고, 어떤 유형의 갈등 대응 방식이 필요할 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각자가 상황을 인식하는 맥락이 달라서 따로 정답이 없습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누구와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대응 방식을 택할 수 있습니다. 이 연습은 그저 갈등 상황마다 다른 대응 방식을 써야 하는구나 라는 것을 인지하는 연습입니다. 혹시 아래 내용을 나눌 만한 사람이 있어서 같이 이야기 해보면 해결 방식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진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좋은 접근 방법
계속적인 신뢰 관계를 유지해야 할 때( 형)
아직 정보가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을 때( 형)
마감 시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 형)
내가 확실히 책임지고 진행할 자신이 있을 때( 형)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 형)
상대의 요구가 시간이 갈수록 과해진다고 느낄 때( 형)
서로의 입장이 충분히 논의 되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형)
해당 사안을 상대가 정말로 중요하게 여길 때( 형)
외부의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할 때( 형)
결정 후 실행 시 상대의 참여가 중요할 때( 형)
동시에 위의 사안에 대해서 쓰면 안되는 방식도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앞의 1) 계속적인 신뢰 관계를 유지해야 할 때는 유보형이나 주장형은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쓰면 안되는 접근 방법
계속적인 신뢰 관계를 유지해야 할 때( 형)
아직 정보가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을 때( 형)
마감 시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 형)
내가 확실히 책임지고 진행할 자신이 있을 때( 형)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 형)
상대의 요구가 시간이 갈수록 과해진다고 느낄 때( 형)
서로의 입장이 충분히 논의 되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형)
해당 사안을 상대가 정말로 중요하게 여길 때( 형)
외부의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할 때( 형)
결정 후 실행 시 상대의 참여가 중요할 때( 형)
정리하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1) 적인식 -> 팀인식으로 전환
2) 상대가 주장을 통해 얻고자 하는 진짜 원하는 것 파악
3) 서로가 원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설정하고 대안을 탐색
4) 대안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상대방이 생각하는 중요도와 관계 등을 고려하여 5가지 대응방식(주장, 양보, 유보, 타협, 협력)을 고려하여 대응
하여 해결한다.
이상으로 갈등대응 방법을 정리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갈등을 배웠다고 갈등을 갑자기 잘 대응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말한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런 갈등해결의 프로세스를 배웠다고 해도 감정적으로 하기 싫을 때가 있고, 또 상대가 준비되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 또는 상대가 감정적으로 고조되었을 때는 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안정되었을 때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애덤 그랜트의 Give & Take 라는 책에서 3가지 사람의 유형을 소개합니다. Giver(기버,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 Taker(테어커,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원하는 사람), Matcher(매처,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사람) 입니다. 성공의 사다리 맨 밑바닥에는 기버가 있다고 합니다. 역시 많이 퍼 주는 사람이 맨 밑바닥에 있습니다. 그 위에는 매쳐와 테이커가 자리합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만, 테이커는 바닥에 있는 기버로 부터 얻어내어 위로 올라갑니다. 성공의 맨 꼭대기에는 누가 있을까요? 꼭대기에는 또 다른 기버가 있다고 합니다. 맨 밑바닥에 있는 기버를 우리는 호구라 부르고 맨 위에 있는 기버를 지혜로운 기버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조건 양보하는 기버는 테이커의 밥이 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기버는 테이커에게는 먼저 한 두번 주지만, 테이커라 판단되면 더이상 기버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갈등을 다룰 때에도 먼저 기버처럼 행동하고 만약 테이커로 나오는 사람에게는 호구처럼 양보형으로 대응하면 안됩니다. 호구가 아닌 지혜로운 기버가 결국 성공의 사다리에 끝에 오릅니다. 각 대응 유형을 잘 생각해 보고 적절한 방식을 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