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팀워크 플레이북:
2.5 팀워크 기술 #팀의사결정


1장 좋은 팀에 대한 이해

1.1 좋은 팀을 만들고 싶어요

1.2 팀은 무엇인가

1.3 좋은 팀은 어떠한가

1.4 팀효과성 연구

1.5 좋은 팀의 핵심: 팀십

1.6 X관점과 Y관점

2장 좋은 팀을 만드는 기술

2.1 팀워크는 왜 어려운가

2.2 팀워크 기술 #0 공감적 소통

2.3 팀워크 기술 #1 피드백

2.4 팀워크 기술 #2 갈등대응


2.5 팀워크 기술 #3 팀의사결정


혹시 FOBO(Fear of Better Option)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의사결정 상황에서 지금 결정한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의미하는 신조어입니다. 산업이 발전할 수록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의 폭은 어마어마하게 넓어졌습니다. 마트에서 아침에 먹을 씨리얼을 하나 사려고 해도 몇 십 개의 상품을 살펴봐야 합니다. 개인적인 FOBO에 대한 경험은 전기모기채 구매였습니다. 아내가 여름이 다가오니 전기모기채를 하나 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포탈사이트를 켜고 전기모기채를 입력했습니다. 그러자 10만개가 넘는 상품이 검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상위에 노출된 몇 개를 살펴보았습니다. 중국산도 있고, 국산도 있고, 건전지 사용, 충전식, 디자인, 색깔, 크기, 가격, 이벤트 프로모션 등 너무나 다양한 옵션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2시간 정도를 찾아보다가 결국 구매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1시간을 넘게 상품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괜찮다고 생각이 드는 제품이 나와서 구매하려고 하면 이거 보다 더 나은 게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쉽게 구매하지 못하고 또 다른 상품을 살폈습니다. 결국 이틀에 걸쳐 서너시간을 쓰고 2만원 정도하는 물건 하나를 샀고, 사면서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더 나은 제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결정하지 못하고 또 다시 다른 물건들을 살펴보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자 지치고, 어느 순간 부터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FOBO의 대표적인 예시 입니다. FOBO를 주장한 패트릭 맥기니스는 이 현상이 결정장애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유발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팀에서의 의사결정은 더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변화가 심하고, 불확실성이 크고, 문제와 상황은 복잡하고, 평가의 기준도 모호한 VUCA 시대를 살면서 의사결정에 따른 결과의 책임감, 다른 팀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 등으로 팀에서의 의사결정도 FOBO를 일으킵니다. 이거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이 있지 않을까? 이게 최선일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의사결정에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번 장에서는 이러한 의사결정에 대해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FOBO를 극복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의사결정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대안을 선택하는 활동입니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살펴볼 몇 가지 사항들이 있습니다.

1. 확률적 접근
우리는 의사결정을 통해 정답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딱 맞는 답으로 내가 고민하는 문제를 정확히 해결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정답이 존재하는 의사결정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일상 대부분의 문제는 정답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느 디자인을 선택할 지, 어느 업체를 선택할 지, 누구를 승진 시킬 지, 누구에게 일을 맡길 지 등의 의사결정은 정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결정들은 선택하고 실행하고 나면 그 자체가 최선이었는지, 만약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더 좋았을지 쉽게 비교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문제라서 가장 좋은 답을 찾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사결정을 정답을 찾는 것에서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가능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로 의사결정 과정을 바라봐야 합니다. 확률적 접근이 아닌 정답을 찾겠다는 접근으로 가면 FOBO가 발생합니다. 정답이 없는 의사결정에 정답을 찾으려 하는 순간 결정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 질 수 밖에 없습니다.

2. 중요도에 따른 에너지 배분
의사결정 사안들은 각각의 중요도가 있습니다. 물론 그 중요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것이 가지는 파급력, 영향력, 혹은 리스크 등을 기준으로 중요도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덜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 없이 모든 것을 중요하게 여기면 스트레스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중요한 의사결정인데, 너무 쉽게 결정해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의사결정 사안을 볼 때, 이 사안이 어느 정도 중요한지 판단하고, 그 중요도에 따라 에너지를 쓸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3. 결과 보다는 과정에 집중
의사결정의 결과가 우리에게 큰 영향력이 있을 때 우리의 스트레스는 그에 비례해 올라갑니다. 그 결과가 미칠 영향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성공했을 때, 실패했을 때의 모습들이 계속해서 생각이 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의사결정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결과에 대한 상상보다는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만약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내 생각을 지배한다면 이것을 일종의 징후(sign)로 보고 대처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올바른 의사결정 과정 중에 있는지 점검해 보고, 문제가 없다면 그 의사결정 과정을 계속 해서 진행하면 됩니다.

4. 미리 결정할 수 있는 결정
의사결정들 중에서 적지 않은 것들이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결정해 놓을 수 있습니다. 미리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문제가 발생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자신이 이익이나 견해가 개입되기 쉽고, 상황에 압도되어 올바른 판단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는 다양한 각도에서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합니다. 위기관련 대응 매뉴얼이나 업무 규칙 등도 사전에 의사결정을 해 놓은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팀으로 일할 때, 자주 발생하고, 또 예상이 가능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사전에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결정을 미리 해 두어, 팀 운영 매뉴얼이나 팀그라운드룰처럼 정리해 놓으면, 그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때 그 때 마다 의사결정해야 하는 소모를 줄이기도 하고, 결과도 훨씬 더 합리적이게 됩니다. 이 부분은 이후에 팀운영 매뉴얼을 통해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5. 기준과 근거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 의사결정의 기준이 잘 세워져 있어야 하고, 그 기준에 따른 근거가 잘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기준도 명확하고 근거도 명확할 때, 의사결정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사결정이 어려울 때를 생각해 보면, 먼저 의사결정 기준이 모호하고 근거가 부족할 때입니다. 여러 기준들이 왔다갔다 하고, 이게 중요한지 저게 중요한지 혼란스러울 때, 의사결정은 어렵습니다. 또한 기준이 잘 세워졌지만, 그에 대한 정보, 자료, 근거가 부족할 때도 결정이 어렵습니다. 의사결정 시 모든 근거를 마련하고 결정을 내리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시간도 없고, 설령 그럴 시간과 에너지가 있다 손 치더라도 모든 자료를 완벽하게 모으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불완전한 정보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팀 의사결정
조금 더 나아가 팀에서 의사결정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첫 번째는 멤버들의 지지를 얻는 것입니다. 팀에서 난 결정이 멤버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그 의사결정은 힘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팀에서 낼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어야 합니다. 멤버들과의 집단 지성으로 발휘되는 의사결정이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아야 하고 이것이 함께 팀으로 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이러한 과정에서 효율성이 있어야 합니다. 언제나 모든 결정을 모두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모두가 함께 결정하고자 하면 비효율이 커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결정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일부 사람들이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은 의사결정과 함께 팀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팀십이 잘 발휘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1)팀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의사결정권이 부여되고, 2)다른 멤버들은 좋은 의사결정이 되도록 의사결정 전까지 의견을 제시하고, 3)해당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여러 의견과 고려사항을 충분히 고민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4)의사결정이 나면 멤버들은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그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팀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 지 아는 것이고, 멤버들은 충분한 자기 의견 개진 후에 의사결정자의 결정에 따르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당연히 다양한 의견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팀십이 낮은 사람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자기 주장을 하고 결정에 불만을 가지고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팀에서는 서로 눈치를 보느라 의사결정도 쉽지 않고, 업무 진행도 쉽지 않습니다. 또 반대로 의사결정 전에 다른 의견이 있음에도 이야기 할 기회가 없거나 혹은 하지 않아서 팀의 시너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팀으로 함께 일하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의사결정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은 크게 의사결정 전, 중, 후로 이렇게 3단계가 존재합니다. 의사결정 전 단계는 의사결정 과정을 잘하기 위해 사전에 해야 하는 작업들에 대한 것이고, 의사결정 후 단계는 의사결정이 결정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실행에 연결시키는 작업입니다. 각각의 단계들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D_4nXcwNwZyZrH3F29KX0DAIRXuY1mUMxN0HwtT97sAmmADeIm9D9fzMw87hP1SWnkJzEEWoiBkXKad_VRubxOfa7erNBNfAw_Pn6983IpUEpJc96VzkCdDhiLG_jkgAVBmk2lN0X53Sg?key=4VYvVLxydLqltQnuDxOE6ilc

의사결정 전 단계(의사결정을 위한 의사결정)

의사결정 전 단계를 Pre-Decision 이라고도 합니다. 말 그대로 사전결정입니다. 의사결정을 잘 하기 위해서는 미리 생각하고 결정해두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전결정 항목들이 미리 준비되어 있으면 의사결정을 질을 훨씬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팀에서는 사전결정에 대해 충분히 공유되어 있을 때 혼란이 적고, 의사결정 과정도 잘 될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전 결정 항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안: 무엇을/왜 결정할 것인가?

의사결정자: 이 사안은 누가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가?

중요도: 이 결정은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가? 왜 중요한가?

기준: 이 의사결정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프로세스: 이 의사결정은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언제 최종 의사결정이 나는가?

공유: 의사결정 후 공유는 언제 누구에게 되는가? 만약 공유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사안에 따라 위의 여섯가지가 될 수도 있고 더 늘거나 줄 수도 있습니다. 의사결정 전에 사전결정 항목들이 팀에게 공유되어 있으면 훨씬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 집니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의사결정자입니다. 이 사안을 최종적으로 누가 의사결정을 할 것 인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의사결정자가 명확하지 않으면 한참 논의하다가 ‘그래서 이건 누가 결정하는거야?’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 의견이 대립되면, 상대를 의식해 어느 누구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논의에 앞서 누가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명확히 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의사결정권자는 의사결정에 들어가기 전에 멤버들에게, 중요도에 따라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쓸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스케줄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누구에게 어떻게 알려줄 것인지를 공유해야 합니다. 멤버들이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쓸 것인지 판단할 수 있고, 의사결정 기준에 맞춰서 자료를 모으거나 의견을 내고, 의사결정 프로세스 스케줄에 따라 행동하게 됩니다. 또 언제 쯤 의사결정이 될 것인지, 누구에게 어떻게 공유될 것인지 알면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이라는 인식이 높아집니다. 당연히 팀의 의사결정에 대한 수용도와 신뢰가 올라갑니다. 이 사전결정 단계를 의사결정을 위한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있고, 그래서 이 단계를 Meta-Decision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제 각각의 요소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사안: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서는 단순하게는 의사결정 안건만 공유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안에 관련한 좀 더 자세한 맥락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 사안이 왜 지금 이 시점에 해야 하는지, 이 결정이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관련된 히스토리가 있는지, 이해관계자들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이해시켜야 합니다. 맥락 없이 사안만 있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 하는 부분이 많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때, 솔루션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가 많습니다. 어떤 멤버가 맥락에 맞지 않는 의견을 낸다면 그것은 그 멤버의 잘못도 있겠지만, 맥락 공유가 충분히 되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맨 처음 할 일은 의사결정 사안의 배경과 맥락,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에 대한 공유입니다. 그리고 나면, 그래서 이번에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 굳이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어떤 것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정사안을 명확히 하면, 오해를 방지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가지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각 단계별 의사결정 사안을 정해 놓아야 합니다.


2.의사결정자: 누가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사안이 결정되면 이제 누가 이 사안을 가장 잘 결정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팀에서는 많은 경우, 팀장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몰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선명해 지면, 팀에서는 누가 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일까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의사결정권의 스펙트럼을 보면 한쪽 끝은 리더의 단독 결정이고 다른 쪽 끝은 멤버들의 만장일치입니다. 그 사이에 멤버들의 다수결, 멤버들의 제안에 대한 리더의 결정, 특정 그룹에게 결정을 위임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 합니다. 각각의 의사결정 방법은 장점과 단점이 존재합니다. 리더의 단독 결정은 빠르게 추진되고 책임도 명확하지만 단독 결정이 반복되면 독선적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언제나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구성원들이 모두 동의해서 진행하는 경우, 의견 수렴이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느리고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지게 되고, 또 잘못된 결과가 나와도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기 힘든 구조가 됩니다.

의사결정권을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조직행동론 학자인 빅터 H 브룸과 아서 G가 만든 VJ결정모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자들은 6가지 의사결정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원래는 조직의 리더가 의사결정 방법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인데, 팀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그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팀의 6가지 의사결정 방법

A1 autocratic1

리더가 가진 정보만으로 리더 혼자 결정한다. 멤버들과 논의하지 않고 결정한다. 사안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공유하지 않는다.

A2 autocratic2

관련 멤버들에게서 정보를 요청하여 제공받고 리더가 결정한다. 사안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공유하지 않는다. 배경이나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멤버들이 제출한 정보를 참고하여 결정한다.

C1 consultative1

관련 멤버와 일대일로 협의하고 제안을 얻는다. 최종 결정은 리더가 한다. 필요한 멤버들과 사안을 공유한다. 모두가 알 필요는 없는 사항이고 결정도 신속히 하기 위해 일대일 회의를 위주로 진행하고 결정한다.

C2 consultative2

관련 멤버들과 함께 토론하고 필요한 제안을 얻는다. 최종 결정은 리더가 한다. 모두가 사안을 공유하고 의견을 낸다. 리더는 그것을 듣고 참고해서 결정을 내린다.

G1 group1

관련 멤버들과 회의를 하고 리더는 그들이 결정을 잘하게 끔 돕는다. 멤버들이 원하는 것을 찾도록 사회자 역할을 한다. 목소리가 큰 멤버들을 적절히 컨트롤하면서 전체 멤버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개진 되도록 한다.

G2 group2

관련 멤버들이 회의를 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하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리더는 결과만 공유 받는다.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는 모두가 함께 한다.


저자들은 이 6가지 의사결정권 설정을 위해서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먼저 고민해 보라고 합니다.

이 사안은 중요하고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가

관련된 사람들이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 후 실행에 중요한가

리더 혼자 훌륭한 결정을 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리더 혼자 결정을 내려도 멤버들이 잘 받아들일 사안인가

리더 혼자 결정을 내려도 회사 내 다른 구성원들도 받아 들일 수 있는 사안인가

관련된 사람들이 이번 사안의 목표를 이미 잘 공유해서 인식하고 있는가

선택된 대안에 대해 관련된 사람들 간의 갈등 우려가 있는가

관련된 사람들은 훌륭한 결정을 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들을 트리 구조로 만들어 각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최종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제안합니다.

AD_4nXd56NTOmFgW4CcqwXNkonOGn6RH-5qvYh6-QeKFawWsRJI1ZxwVzMzuBSH5fOaYRyJjESd1eWQLgPhTYL7NfSIqOG1sXzkuucYvEMKvTh2lfoubom5nXplC4r1SKCtFaCqd3VhKUg?key=4VYvVLxydLqltQnuDxOE6ilc

지금 생각나는 의사결정 사항을 위의 의사결정 트리 방법으로 실습해 보십시오. 이러한 방식을 늘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중요한 의사결정이라고 판단되면 이러한 과정을 진행해 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몇 번 진행하다 보면 의사결정권 설정에 대한 감이 생길 것입니다. 또한 멤버들에게도 위의 트리를 소개하고 경험시켜 보면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만약에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 어느 지점에 대한 생각이 다른지 멤버들과 같이 이야기 해보기 좋은 포인트가 됩니다.


3. 중요도: 이 결정은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가? 왜 중요한가?
의사결정권이 설정되면 의사결정권자는 이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얼마의 에너지와 시간, 인력을 투입할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의사결정은 좋은 기준의 수립과 그에 따른 판단 근거의 수집이 두가지 중요한 과업입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에너지를 별로 쓰지 않는 것이 좋고, 중요하고 리스크가 큰 일이라면 그에 맞게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식사 장소를 정하는 것과 업무 배분하는 문제는 다른 중요도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에너지 투입도 달라야 합니다. 리스크나 중요도에 따라 의사결정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리스크가 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운에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보고서에 들어갈 사진 중 맘에 드는 사진이 두 개가 있는데, 둘 중 하나를 넣어야 하는 경우, 서로 어느 사진이 좋다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지만, 사진 자체가 보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라면 가위바위보나 홀짝 같이 운에 맡기는 방법 정도가 적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중요하면서도 리스크가 있을 것 같은 경우에는 운에 맡길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고객 접대를 위한 식당 선정, 팀의 워크숍 장소 선택 등이 그러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의 경우에는 본질적으로 중요하다기 보다는 나쁠 경우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리스크를 줄위기 위해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2~3가지 추천을 받고 결정하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도가 크고 리스크가 큰 경우입니다. 팀의 전략목표를 정한다던지, 경쟁PT의 제안들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사안들은 충분한 대안들을 고려해 보고 평가 한 뒤에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요약하면 중요도와 리스크에 따라 운에 맡기기, 추천받기, 대안을 만들고 평가해서 결정하기 입니다.


4. 기준: 이 의사결정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이 내용은 공모전을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공모전은 접수를 받기 전에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지 결정해 놓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공모전의 심사 기준은 참신성 20%, 실현가능성 50%, 예산 30%의 비율로 평가한다고 하면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에 맞춰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공모작품을 준비합니다.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사안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지 먼저 의사결정 기준을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이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경우, 대개 의사결정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상황이나 그 때 드는 생각에 휩쓸리기 십상입니다. 더구나 여러 사람이 함께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합의된 결정 기준이 없으면 자신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으로 주장합니다. 서로가 합의한 기준이 없이 주장이 부딪히면 갈등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일 수록 의사결정 과정으로 들어가기 전에 의사결정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이 기준이 잘 세워지면 그 이후는 자연스럽게 어떤 정보를 모을 것인지, 어떤 아이디어를 낼 지가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전에 의사결정의 중요도에 따라 그 자료를 찾고, 아이디어를 낼 것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의사결정 기준들은 중요도, 비즈니스 성과, 실행 용이성, 비용, 시급성, 시기(즉시, 단기, 중기, 장기), 선호도, 리스크, 시장의 크기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2~3가지를 선정하거나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몇 가지를 결합해서 평가기준들을 결정합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전략적 중요도와 실행용이성을 두 축으로 실행과제의 우선순위들을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이 두 항목에 전략적 중요도 60%, 실행용이성 40% 처럼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5. 프로세스: 이 의사결정은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언제 최종 의사결정이 나는가?
앞서 이야기 했던 의사결정의 기준과 중요도에 따라서 의사결정권자는 해당 사안의 의사결정과정을 설계합니다. 언제까지 자료를 수집하고, 회의가 필요하다면 언제쯤 예정하고, 그래서 최종 결정은 언제 할 것인지 일련의 의사결정 스케줄링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내용 역시 멤버들과 공유합니다. 특히 멤버들과 관련된 의사결정이라면 언제 그 결정이 나오는지 알려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본인들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언제 날지 모르면 불필요한 에너지가 낭비됩니다.


6. 공유: 의사결정 후 공유는 언제 누구에게 되는가? 만약 공유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결정은 났지만, 그 결과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의사결정으로 바뀐 내용을 토대로 업무를 하거나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잘 전달되지 않아서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서야 결정 내용이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결정을 한 사람도 결정을 공유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곤란한 상황입니다. 또 반대로 사람들은 궁금해 하고 있지만 공유하지 않기로 결정한 의사결정들도 있습니다. 특히 인사에 관련된 문제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는 왜 결과를 공유하지 않는지, 누구에게만 공유하기로 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합니다. 의사결정이 나기 전에 해당 사안의 공유 범위를 결정하는 것과 의사결정 후에 공유의 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결정 후 공유의 대상을 선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오해의 소지가 큽니다. 누구에게는 불편해서 공유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의사결정 전에 공유 대상에 대한 고려하지 못했다가 결정하고나서 예상되는 파장을 생각하면 공유 정도에 대한 고민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상황논리가 지배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정 파급 정도와 상황마다 다른 공유의 대상이 달라집니다. 원칙적인 기준이 없다라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황논리 보다는 일관된 기준으로 공유 정도를 정하는 것이 멤버들의 예측가능성, 즉 신뢰에 더 큰 영향을 줍니다. 의사결정이 나기 전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어떻게 어느 정도를 누구에게 공유하겠다고 알려주고, 그 이유를 공유해 주어야 합니다.



의사결정 프로세스

이제 의사결정을 위한 의사결정, 즉 사전결정 사항(Pre-Decision)이 완료되고 나면 대안을 탐색하고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사전 결정 사항들이 잘 정리 되었다면, 의사결정 사안이 명확해지고, 누가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중요도에 따라 어느 정도 에너지를 쓸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지, 관련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지, 결정 후 누구에게 공유할 것인지가 정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사전 의사결정이 잘 진행되었다면, 실제 의사결정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단순하게 됩니다. 이제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의사결정 과정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의사결정 과정을 잘 진행한다는 것은 요약하면 의사결정을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만들고, 그 대안들을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평가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대안 만들기>대안 평가>결정 내리기”로 정리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대안을 만드는 방법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1. 대안 만들기
대안 만들기의 단계에서 유념할 것은 이 단계의 목적은 다양한 대안을 만드는 것입니다. 대안을 넓히는 단계에서 평가가 진행되면 다양한 관점이 도출되지 못합니다. 브레인스토밍의 원리와 동일합니다. 대안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집중해야 합니다. 대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때, 처음에는 익숙하고 평이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익숙한 대안들이 넘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시점이 있습니다. 말이 좀 안되더라도 대안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최대한 허용하고 먼저 나온 아이디어에 더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기존에 나온 아이디어들을 합쳐서 또 다른 아이디어들을 만들어 내는 냅니다. 사전결정 단계에서 해결할 과제를 선명히 했다면 그에 맞춰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성합니다. 충분한 대안들이 나올 때까지 진행하는데, 그 기준은 앞서 사전 결정한 에너지를 얼마나 쓸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시간을 정해 놓고 대안들을 만들 수도 있고, 대안의 개수들로 기준을 삼을 수 도 있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라면 더 이상 나올 아이디어가 없는 상태를 가지고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대안이 도출되었다면 다음은 대안의 분류 작업을 진행합니다. 앞서 나온 대안들을 비슷한 것끼리 묶고, 필요하다면 그 묶음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합니다. 이 분류 과정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충분한 대안들을 만들어 냅니다.


2. 대안의 평가
다양한 아이디어 발산, 분류를 통해 대안을 만들어냈다면, 이제 각 대안을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대안의 평가 역시 사전에 결정해 놓은 평가 기준을 가지고 진행합니다. 예를 들면 업무 우선 순위 선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사전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급성과 난이도, 비즈니스 임팩트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면 평가단계에서는 이 기준에 따라 평가하면 됩니다. 만약에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이 확장되고, 사고 수준이 높아졌다면 의사결정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사전에 정해 놓은 기준보다 더 적합한 기준이 있다고 생각되면 해당 의사결정의 목적을 기준으로 평가 기준을 다시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평가 방식은 각 대안의 장단점 평가, 절대평가, 상대 평가 등이 가능합니다.


3. 결정 내리기
대안의 평가가 끝나면 결정을 내립니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중요한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결정에 대한 멤버들의 수용도를 파악해 보는 것입니다. 결정에 대한 멤버들의 수용도가 높다면 그 결정을 실행할 때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만약 수용도가 높지 않다면 반대로 멤버들의 기꺼이 따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멤버들의 수용도는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적극적 동의 > 소극적 동의 > 조건부 동의(거부) > 거부

AD_4nXdOoJzZ2JUSxKB0xMInBqbIXJi9Z1-QsFzzsQ_kwe9gQ22_iaLj7BhE1a9IM0YmjzdgljJn-DrepnE7j53RqppycwIap6vSoAo8K4jvB45GNr8ay6y8jyvShCCEdXSsyTAaeOGajA?key=4VYvVLxydLqltQnuDxOE6ilc


적극적 동의 그룹과 소극적 동의 그룹은 실행에 큰 힘이 되는 지원군들입니다. 조건부 동의/거부 그룹은 보완하거나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동의하겠다는 그룹입니다. 의사결정 전에 이들의 의견을 잘 듣고, 바꾸거나 반영해 준다면 동의 그룹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부그룹은 실행에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정 전에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거부 이유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 거부 그룹에게는 그들의 거부 이유와 감정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 결정에 대한 좀 더 이해가 필요하다면 설명해 주고 설득할 수 있겠지만, 그들을 설득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충분히 받아주고 이해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갈등에서 다룬 것처럼 감정적으로 적인식이 생기면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적인식이 생기지 않게 하고, 또 상대가 틀리지 않았고 다른 의견과 관점이라는 것을 감정적으로 이해 받으면 팀십 차원에서 접근이 가능해 집니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결정이 나면 따른다는 팀십의 개념을 미리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에 이런 수용도를 파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의사결정 후 멤버들의 참여와 실행이 중요한 문제라면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을 필요합니다.


의사결정 후 단계(의사결정 실행)

의사결정이 끝나면 실행을 위해 결정사항을 사전에 공유하기로 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알려야 할 사람들은 특히 실행에 관련한 사람들입니다. 결정 사항을 알릴 때, 실행을 위한 역할도 부여해야 합니다. 이것은 RACI Matrix라고 하는 툴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RACI 는 Responsible(실무자), Accountable(책임자), Consulted(자문, 협의), Informed(정보공유)의 약자입니다. 어떤 결정을 실행할 때 이 4가지 역할을 설정하면 각 단계별 업무 진행 시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결정은 누가 하는지 한 눈에 파악하기 쉽고 명확해서 역할에 대한 오해가 줄어듭니다. RACI 모델을 적용할 때 유의할 것은 해당 업무 실행의 Accountable(책임자)는 꼭 있어야 하며, 대개의 경우에는 1명이 좋습니다. 2명 이상의 책임자가 존재하면 실행할 때 대립되면 의견 조율 등의 혼선이 발생합니다. Responsible(실무자)은 여러 명이 가능합니다. 해당 업무 실행에서 실무자를 기입해 보면 인원이 적절한지, 모자란지, 과한지 파악이 쉽습니다. Consulted(자문, 협의)는 해당 업무를 진행할 때 협의하거나 의견을 청취하거나 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관련 부서가 있다면 관련 부서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전문적 영역이라면 전문가의 조언도 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Informed(정보공유, 알림)는 실행 시, 해당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 해줘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래는 조직문화 활성화를 위해 사내 포스터 공모전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후, 공모전 진행에 대한 RACI를 작성한 예입니다.

R: 실무자 A: 책임자 C: 협의/자문 I: 정보공유


AD_4nXfJZITKV5bxOKLIzZObQXN8VOkFjaM0V8vdaFpVvu04nOGzcA4xLjqrHadcuOQJssRLsphG9HT6F0A6JhaZoX4XOCXfVpY1h-YdCyM43jreEcqlqPfpuxeElYtDEqv3XZC5IPZLSg?key=4VYvVLxydLqltQnuDxOE6ilc

의사결정권과 성장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도입한 방법이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토스에서 이 방법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DRI는 어떤 프로젝트에든 그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결정할 수 있는 개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업무든 앞서 RACI에서 A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언제나 단 한명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회의 때, 회의 안건과 관련된 DRI와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DRI는 그 업무의 결정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IT개발팀에서 유저인터페이스 디자인을 결정 할 때, 그 디자인의 결정은 그 부서의 책임자인 개발팀장이 아닌, 유저인터페이스 전문가 팀원인 디자이너가 하는 것이 더 좋은 판단이 가능합니다. 또 다른 예로, 마케팅 부서에서 온라인 예산 배분같은 경우,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해 SNS에 더 예산을 투입할 지, 키워드 광고에 돈을 더 쓸 지 등은 마케팅팀장이 판단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온라인 광고 담당자가 DRI를 갖는 것이 더 좋은 결과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업무 현장에서는 여전히 담당자가 결정을 하지 못하고, 팀장의 승인을 받고 진행합니다. 담당자의 의견과 팀장의 의견이 다를 때, 팀장이 상사고 그 부서의 책임자라는 이유로 결정권을 가지고 업무를 진행합니다.

DRI 개념을 팀장들에게 소개하면, 언제나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럼 그 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디자이너에게 결정권을 주고 만약 결과가 안좋으면 디자이너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그 사람이 결정한 것도 팀장인 내가 져야 하는가? 같은 질문입니다. 책임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 책임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앞서 DRI라는 것은 그 사안에 가장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자라는 의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팀에서 그 사안에 가장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사람이 그 결정을 했다면 그게 현재 우리 팀이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의사결정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그 의사결정의 결과는 복잡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에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결과가 좋았다면 왜 좋았는지 다시 분석하고, 나빴다면 이 역시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 번에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좋을 지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에 대한 책임입니다. 책임이라는 것이 질책의 의미로 가서는 DRI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팀에서 DRI가 어떤 사안에 결정을 내릴 때, 팀장이나 다른 멤버들은 그 사람이 그 결정을 가장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주고, 결정을 잘 할 수 있도록 의견과 제안을 주고, DRI는 그 의견들과 자신의 고민들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다시 피드백의 기회로 삼고, 다음 번에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DRI가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 DRI의 성장은 팀의 성장이기도 하고 조직의 성장이기도 합니다.

두번 째로 나오는 질문입니다. 어떤 팀에서 경력이 많은 팀장이 팀원들보다 실제로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DRI를 팀장이 모두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입니다. DRI의 정의상 팀장이 해당 사안들에 대한 의사결정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면 팀장이 의사결정권한을 갖는게 맞습니다. 그렇게 팀을 운영할 수 있고, 또 실제로 많은 팀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팀이 운영되면 팀원들의 성장이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안이든 팀장에게 보고하고 팀장이 결정하면 일은 잘 돌아가겠지만, 팀원들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팀장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팀원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아주 작은 그러니까 리스크가 적은 업무들의 DRI를 주는 것으로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리스크가 크지 않다면 팀원에게 그 결정을 맡깁니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면 함께 피드백합니다. 그 결정을 잘 된점과 아쉬운 점을 이야기 하면서 다음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의사결정권을 서서히 팀장에게서 팀원에게 이양합니다. 그래서 점점 DRI를 팀원들에게 넘기게 되면 팀원의 성장과 팀의 성장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되면 팀장에게는 두가지 엄청난 이점을 생깁니다. 하나는 팀원들이 성장으로 인해 팀 전체의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팀장의 실무 업무가 줄어들면서 팀장에게 더 중요한 팀의 방향성 탐색, 새로운 전략 수립, 네트워크의 확대 등 본질적으로 팀장이 해야하는 업무에 쏟을 시간들이 확보 된다는 것입니다. 팀장이 실무에 매달려서 팀원의 성장이 더딘 팀은 팀원들의 성취감도 낮을 수 밖에 없고 성장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팀에서 팀장이 팀원들에게 아주 작은 DRI부터 시작해서 점점 DRI를 이양하면 팀원들은 성장한다고 생각하고 성취감도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DRI를 넘기는 방법, 다른 말로 위임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DRI를 넘기는 방식이 방임이 되지 않고, 위임하는 방식은 팀리더의 역할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의사결정 팁!

의사결정이 직업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판사들입니다. 판사들은 여러 증거 자료들과 증언, 변론을 듣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의사결정이 직업인 사람들은 얼마나 일관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2011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연구결과를 소개해 드립니다. 연구는 이스라엘 감옥의 가석방 승인을 담당하는 심의위원 판사들의 10개월간 가석방 승인에 관한 내용입니다. 해당기간 가석방 승인자료 1,112건 중 평균 승인율은 35%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승인율을 하루 시간대별로 승인율을 다시 분석해 보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침 간식 시간 전후의 승인율과 점심식사 시간 전후의 승인율이 깜짝 놀랄 정도로 달랐습니다. 아침 간식을 먹기 전에는 승인율은 1%정도 였는데, 간식을 먹고 나면 65%까지 올라갑니다. 또 점심을 먹기 직전의 승인율은 15%이지만 점심식사 직후에는 65%까지 올라갑니다. 의사결정이 직업이고 항상 객관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판사들도 식사유무 그러니까 배가 부른 상태와 부르지 않을 때 아주 극명하게 의사결정에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교훈은 중요한 보고를 할 때는 점심시간 직후에 하는게 좋다라는 것도 우스갯 소리처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의사결정할 때 몸의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각자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은가를 미리 결정해 놓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이성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8시 정도입니다. 가장 맑은 정신으로 에너지가 있고, 덜 감정적인 시간입니다. 여러분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하루 중 언제 하는 게 가장 좋을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AD_4nXfbEW3ckN8irIttURz1jNbh04AkzDrpGUEFTG9YrxtjeE5tzGQhrFFCSwxC0Fu605Y1zdLGM1Rf22Y-RQjOraYByAn64HvRxZg_eIAWrNkaGBcvznbfuCMfSXNagwkSyCUX79HYdA?key=4VYvVLxydLqltQnuDxOE6ilc

의지력의 재발견이라는 책의 저자인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인간이 하루에 내릴 수 있는 결정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마다 의지력은 다르지만, 하루에 쓸 수 있는 총량이 있고, 의사결정같은 행위를 할 때 그 의지력은 소모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아주 중요한 결정을 위해서 옷을 고르는 것에도 의지력을 쓰지 않으려 합니다. 사람들은 주어진 의지력을 다 사용하면, 무언가 결정하거나 판단하지 못하고 무기력해지고, 유튜브 쇼츠나 음식같은 도파민을 자극하는 활동에 빠지게 됩니다. 이럴 때는 다시 충전해야 하는데, 각자가 무엇을 하면 회복되고 리프레쉬 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떤 분은 가벼운 산책 후에, 또 어떤 분은 음악감상이 또 어떤 분은 명상을 하고 나면 좀 충전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회복을 잘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쓰게 되면 어느 순간 무기력해지는 번아웃현상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번아웃은 의지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채워지지 않는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다면 컨디션 조절을 잘하고 그 전에 의지력 사용을 적게 해서 좋은 결정 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팀워크 플레이북: 2.4 팀워크 기술 #2 갈등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