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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Oct 17. 2019

설리의 죽음이 말해주는 두 가지 사실


전 에프엑스 멤버 설리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사망 사실이 실시간 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사실 외에는 특별히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설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비난 받은 이유는 개인 SNS를 통해 독특한 행동을 보여주었다는 것뿐이다. 성적인 행동을 상기시키는 이미지들과 다소 과해 보이는 행동들은 수많은 악플러들을 불러모았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혹은 알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관습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 말이다.


뒤늦게 우리는 설리의 행동들이 무해한 것이고 그가 무죄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무고한 사람에 대한 비난과 우울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설리의 죽음이 말해주는 두 가지 사실이다.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은 없다


설리의 행동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단순했다. 자신들도 때때로 무시하곤 하는 사회적 보편의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을 쏟아부었다. 한 사람의 행동에는 여러가지 동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꼭 다수에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또한 20대 초반의 나이와 상대적으로 빠른 연예계 데뷔를 감안하면 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의 폭력을 오래 겪은 사람으로서 설리의 반항적 행동들은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맹신하는 보편적 인식을 전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스스로 여러번 밝혔듯이 설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의 행동이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것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원치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부당한 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무기가 페미니즘외에는 마땅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설리는 페미니즘을 말했지만 죽음 이후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전해주고 있다. 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지지가 필요하다


죽음 이후에야 설리의 우울증이 조명되고 있다. 매니저는 설리가 최근 우울증으로 고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진리상점'에서의 발언이 다시 알려지기도 했다. 설리는 당시 "사람들의 시선이 언제나 느껴졌고 무서워졌다.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그건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진짜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저에게는 그런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고, 어떤 조건에서도 위험하다는 사실에 대부분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울증에 대한 이해는 다른 이야기다. 설리의 자살 소식을 접한 신화의 김동완은 인스타를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많은 후배들이 돈과 이름이 주는 달콤함을 위해 얼마만큼의 마음의 병을 갖고 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라며 "향정신성의약품이 얼마나 '간편하고 빠른 일'인지, 얼마나 '많은 부작용과 유증'을 갖고 있는지, 수많은 논문과 보고서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 본인이 원해서 혹은 빠른 해결을 위해 약물을 권유하는 일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김동완의 말과는 달리 실제로 향정신성의약품은 '간편하고 빠른 일'이 아니다. 특히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의 경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보통 6개월 정도가 걸린다. 그걸로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 가지 약물이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를 발휘하진 않는다.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기 위해서 환자는 신중하고 끈질기게 다양한 약물을 복용해봐야만 한다. 정신과 의사의 진지한 노력과 관심도 필요한 일이다. 또한 우울증이라는 질환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정형화된 질병이 아니다. 개인마다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효과가 있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


약물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약물의 지원은 많지 않은 치료법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그외에 인지행동치료, 마음챙김, 명상, 뇌과학, 운동 등의 방법이 있지만 약물만큼 효과가 분명하게 밝혀진 치료법은 없다. 오히려 약물 치료는 다른 방법과 함께 '권유'해야만 한다. 상대를 위한 진지한 관심 그리고 꾸준한 지지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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