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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Apr 15. 2021

대단한 요리를 할 필요는 없잖아?

<매일매일 채소롭게>  고춧잎

나의 채소 생활은 타고난 도전 정신으로 다양하게 채워지고 있다. 오늘의 타깃은 고춧잎이다. 채소 레이더를 이용해 가판대를 휙휙 훑다가 뿅 하고 고춧잎에 화살을 쏜 것이다. 새로운 채소를 사 오면 인터넷으로 손질부터 요리법까지 검색하는 연구 시간을 거친다. 고춧잎은 품종이 개량되거나 새로 나온 채소가 아니라 원래 있었으나 잘 먹지 않았던 것뿐이라 관련 정보가 꽤 많다.

새로운 채소를 구경하는 일이 재밌고, 채소를 더 알아보고 싶고, 건강한 채소로 건강한 한 끼를 먹고 싶은 마음. 그렇다면 대단한 요리를 할 필요는 없잖아. 반쯤 다듬은 고춧잎을 물기만 탈탈 털어 한 줌 집어 들고 올리브 오일에 달군 프라이팬에 볶는다. 깎아 둔 냉장고 속 천도복숭아도 넣어 본다. 열기에 고춧잎도 복숭아도 숨이 죽어 부드러워졌다. 복숭아의 수분이 배어 나올 때쯤 불에서 내려 접시에 담았다. 무슨 맛일까? 오, 오? 고춧잎에서는 정말 고추 향이 나네? 고추의 알싸한 향이 나는 고춧잎은 씹을수록 씁쓸해지는데, 다행히 같이 볶은 천도복숭아가 달큼해서 꽤 잘 맞는다.



이렇게 또 새로운 채소로 새로운 요리를 해 봤네. 예쁘고 맛있게 요리가 잘되었을 때, 재료를 만지고 관찰할 때, 재료를 내 생각대로 볶고 데치고 무칠 때, 그 과정에 몰입해서 신나게 한다. 그렇지만 양이 많은 채소를 한 번에 다듬을 때, 설거지 더미를 정리할 때의 채소 생활은 솔직히 피곤한 일이다.  그럼에도 채소 생활을 지금까지 즐겁게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어떤 부분, 어떤 상황은 싫지만 채소와 함께한다는 감각이 정말 즐겁기 때문에. 채소가 내 일상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채소 없는 일상을 살아볼래? 묻는다면 절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탁 트인 자연을 보기 위해 피곤해도 산길을 따라 걷는 것처럼 오늘 고생한 나에게 건강한 음식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친구에게 맛있는 쿠키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중간중간 끼어드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독이며 채소 생활을 이어 가게 해 준다.




** 4월 5일 식목일에 출간된 저의 첫 책, 채소 에세이 <매일매일 채소롭게>의 일부입니다.

책의 내용  10 꼭지를 골라 조금씩 소개하려 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9028342?OzSra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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