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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Apr 09. 2022

이직하고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은?

나를 위한 회사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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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사 출근 전

나를 위한 마음가짐


네 번째 회사에 이직했다. 늘 옮길 때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돌아보면 힘듦을 피하기 위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놓아버린 결정도 많았다. 지난 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결국은 돌고 돌아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믿고 싶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어떤 선택이든 <힘듦을 피하기 위해 좋음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했다.


좋음을 껴안기 위해 힘듦도 껴안는 마음

그것이 네 번째 회사 문을 열기 전 굳게 다짐한 마음가짐이다.


이곳에서도 힘듦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일 자체가 힘들 수도 있고, 동료나 상사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이곳에서 진정으로 원했던 게 원만한 관계, 수월한 업무 강도였어? 힘듦을 피하려고 진짜 갖고 싶은 걸 또 놓을 거니?"


이곳에서 내가 얻고 싶은 좋음이 무엇일까? 일을 통해 만들어가는 <나만의 스토리>였다.

10년 차 대기업 직장인이 스타트업 문화를 배우는 스토리

전통적인 리테일 기업에서 IT 쇼핑 플랫폼으로 산업을 바꾼 스토리

새로운 업무 툴을 배우고 업무 스킬을 레벨업 하는 스토리

임원이 아니라 "고객"을 바라보고 일하는 마인드를 배우는 스토리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문화와 업무, 관계를 배우고 <나만의 일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러려면 나는 이곳이 필요하다. 설사 나쁜 동료, 못돼 먹은 상사, 엉망진창인 조직 문화, 체계 없는 보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이곳에서 얻을 것이 있으니까. 얻을 것을 얻고 나가면 된다. 이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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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하고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것


회사 입장에서 경력직을 뽑는 이유가 뭘까? 심지어 기존에 다니던 회사보다 연봉도 더 주고 사이닝 보너스까지 주면서 외부 사람을 데려오려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기존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거다. 지금 당장! 빠르게 분위기 적응하고 바로 그 문제를 도와달라는 거다.


단순하게 직원 수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고

기존에 풀지 못한 문제를 다양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이 와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있다.


팀원들과 인사를 나눌 때 이 질문을 해야 한다. 일단 다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환영할 것이다. 왜냐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 해줄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나의 존재 이유가 "문제 해결"인 만큼 내가 무슨 문제를 어떻게 풀어주기를 바라는지 알아야 적응 플랜을 세울 수 있다.


나는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왔고, 같은 목표로 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그러면 설사 조금 더디게 진행되는 일이 있어도 크게 도전받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새 회사에서 <어떤 기여>를 해야 하고 <어떻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지 빠르게 답을 찾아야 그다음 스텝이 수월하다.



[업무 정의] 우리가 "해결"하고 "성취"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 해결] 그중 내가 가장 먼저 해결해줬으면 하는 문제는?

→  app uv를 늘리는 것인지? 이탈률을 개선하는 것인지? 프로모션 전환율을 높이는 것인지?


[성과 측정] 우리 팀이 "일을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전사 수익 지표, 팀 성과 지표 (KPI)는 무엇인가?

→ <돈을 번다 = 성장한다 = 수익이 늘어난다>라는 기준이 무엇인가?


[갈등 해결] 지금 가장 갈등 관계인 부서와의 이해관계는 어떠한가?

[역할 분담] 주요 성과 지표의 Role은 각각 어느 부서에서 맡는가? 우리 부서가 어디까지 관여하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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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하고 2주 안에

정리해야 할 것


이직하고 나서 2주가 지났다.

지난 2주간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새 회사의 BM이 (사업 모델과 구조) 너무 복잡하다는 거다. 그에 반해 수익 지표는 단순했다. 단기간에 급성장한 기업이라서 아직 손익 구조를 체계화하고 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단계는 아닐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주말에 회사 공부를 하기로 했다. 회사를 위한 야근이 아니라 나를 위한 회사 공부. 회사를 옮겼을 때 빠르게 파악해야 할 것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면 사업구조, 담당 업무, 조직 분위기다.



[사업 구조] 이 회사는 뭘로 돈 버나?

[담당 업무] 이 팀/팀원은 어떻게 BM에 기여하나?

[커뮤니케이션 유형] 회사와 구성원,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어떤가? 예상과 다르게 탑다운 의사결정인지, CEO가 바라는 소통방식이 무엇인지? 그룹 리더, 팀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성향은 어떤지? 나와 가장 접촉 빈도가 높은 팀원의 성향은 어떤지?



큰 범위에서 좁혀나가면 [ 산업 > 업무 > 관계 ] 순서이겠지만

사업 구조 > 담당 업무 > 커뮤니케이션 유형


직접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주는 순서는 반대다.

커뮤니케이션 유형 > 담당 업무 > 사업 구조


하나씩 자세히 생각해보겠다. [커뮤니케이션 유형]은 어쩔 수 없다. 눈치 게임이다. 기존 업무 자료를 보면서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지 파악해야 한다. 내가 주로 보는 관점은 이렇다.


내 업무 파트너 (팀원)는 팀장에게 업무 중간보고를 어느 정도 빈도로 하는가?

내 업무 파트너는 유관부서 담당자 의견을 어떻게 수용하는가?

팀장은 업무에 대한 질문 깊이/빈도/관심도가 어느 정도 되는가?

그룹 리더는 팀장에게 어디까지 업무를 보고받는가?

팀원/팀장/리더 간 상호 호감/신뢰 정도는 얼마나 되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상대가 신뢰와 안정을 느끼는 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 직접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사람, 핵심부터 말해주길 바라는 사람, 스몰토크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 자신의 수고에 대해 먼저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 솔루션부터 듣고 싶어 하는 사람 등등.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핑퐁핑퐁 테스트를 해야 한다. 아, 이 사람이 이 정도까지는 괜찮구나, 여기부터는 부담스러워하는구나.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


[담당 업무]는 팀원들이 본인들 업무 편의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도와준다. 지금까지 팀원들이 어떻게 업무를 했는지 자료를 훑어보고 정리한다. 이때 기존 자료를 그냥 읽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직접 후임자를 위한 인수인계 매뉴얼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성한다. 이직이나 부서 이동을 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제대로 된 업무 매뉴얼을 갖추고 인수인계를 받는 상황은 드물다. "여기는 인수인계를 뭘 이렇게 대충 해?"라는 불평이 나오는 곳이 대부분이다. 어차피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 마음에도 편하고 이해도 빠르다.


[사업구조] 파악은 더욱 스스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담당 업무]는 물어보면 대답해줄 사람이라도 있는데 사업구조와 전략은 의외로 내부 직원들도 잘 모른다. 주어진 일을 해치우기도 바빠서 회사 전략보고서와 다른 팀 회의자료까지 꼼꼼히 읽기가 어렵다.


기존 직원들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사업 구조, 전략, 보고서를 바로 지금, 온보딩 시기에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다.

지금을 놓치고 업무에 투입되면 볼 시간이 없다.

외부에 보이는 회사의 핵심 BM (Business Model)과 실제 내부에서 집중하는 핵심 BM은 다르다.

수익구조를 알아야 어디서 돈을 벌고, 어디서 잃는지 알 수 있다. 회사의 경영진들은 현재의 수익과 미래의 성장성 두 가지 축으로 경우의 수를 만들었을 거다. 그 시나리오에 맞춰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업무의 범위와 방향성이 결정된다.


문제는 회사의 핵심 전략 자료를 어디에서 찾느냐는 거다.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정보가 가장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한 땀 한 땀 찾아서 퍼즐을 맞춰보는 수밖에. 예상과 다르게 의외로 회사 외부에 공개된 자료들이 많다. 주식 투자하는 사람이 열심히 기업 공부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하는 거다.



1. DART 전자 공시 시스템에서 재무제표 살펴보기

2. 회사 공식 사이트에 제공된 리포트 보기

아마 여기까지는 입사를 준비하면서 봤을 것이다. 그 자료들을 다시 본다. 아마 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중간중간 궁금한 숫자들을 사내 실적 시스템이나 대시보드를 통해 더블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최근 2년간의 매출과 수익을 살펴본다. 최근 2년의 신장세와 최근 3개월의 신장세를 비교해본다. 임원들이 어떤 도전을 받고 있는지 가늠이 될 것이다. 나는 IT 쇼핑 플랫폼에 입사했기 때문에 <유저 수, 연동 상품/셀러 수, 광고 수익, 월/요일 매출 추이>를 살펴봤다.


4. 이때 정말 중요한 것은 <나만의 대시보드>와 <자료 창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꾸준히 <정리법>에 대해서 이야기해오고 있다. 아무리 많은 정보가 있어도 <나만의 시스템으로 정리> 하지 않으면 필요할 때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정리법의 핵심은 바로바로 기록하고 모을 수 있는 창고와 수납칸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창고를 만들고 나름의 기준으로 수납칸을 만드는 것이 <시스템>을 만드는 첫 단계이다.



** 단단이 강조하는 효율을 높이는 정리법

<7개 직업을 저글링하는 시스템 만들기>



새 회사에서 쓸 대시보드와 자료 WIKI 를 만들었다. 어딜 가나 대시보드와 기록 창고부터 만드는 게 습관이 되었다. 나에게는 여러 개의 대시보드와 자료 WIKI 가 있다. 노션, 슬랙, 에버노트, 구글 keep 을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 이 내용은 위의 <7개 직업을 저글링하는 시스템 만들기> 중 <기록에도 순서가 있다>에 적어두었습니다.


공부 리추얼 대시보드 & 공부 리추얼 기록 창고

뉴스레터 크루 대시보드 & 콘텐츠 기획 기록 창고

사이드 프로젝트 대시보드 & 사이드 프로젝트 콘텐츠 창고

[추가] 새 회사 대시보드 & 회사 자료 WIKI



업무 대시보드 / 회사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범위에서 공유합니다.


회사 자료 WIKI / 회사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범위에서 공유합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비로소 회의 때 왜 리더가 그렇게 말했는지? 내가 생각한 우선순위와 팀원들의 우선순위가 왜 다른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체 그림을 쭉 그려보니 마음이 개운해졌다. 그동안 안갯속에서 이게 코끼리 다리인지 코인지 모른 채로 더듬어가고 있었는데 이제야 안개가 걷힌 기분이다.


앞으로 6개월은 계속 희미한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지만 엉성한 지도를 하나 얻은 것 같다. 뭐, 괜찮다! 이직을 하며 새로운 산업, 업무, 동료 맛을 본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어차피 일이 손에 익숙해지고 사람도 편해질 때쯤 또 이직을 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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