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단 Jul 20. 2019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 초당옥수수

제주도 초당 옥수수

"초당옥수수는 과일처럼 생으로 드셔도 돼요."


옥수수를 생으로 먹는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강원도 찰옥수수 마니아였던 엄마는 여름이 되면 큰 냄비에 찰옥수수와 뉴-슈가를 넣고 푹 삶아주셨다. 뜨거운 옥수수를 호닥 호닥 호들갑을 떨며, 후후 불어가며 먹었다. 단단한 찰옥수수는 한 줄씩 윗니 아랫니로 훑어 먹어야 제맛이다.

나에게 옥수수란 뜨거운 김이 나는 삶은 찰옥수수뿐이었는데, 생으로 먹는 초당 옥수수라니. 게다가 옥수수가 강원도가 아니라 제주도에서 난다니. 그 생소함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냉큼 주문했다.


초당 옥수수는 아주 노오란 색이다. 익히기 전인데도 선명한 노란색이다. 겉껍질을 벗겨내면 그 쨍한 색감의 옥수수가 나오는데, 수분기가 많아서 손으로 잡으면 촉촉하게 물기가 있다. 물에 헹구어 씻고, 생 옥수수를 한입 먹었다.


오! 이 맛은?


몇 년 전, 남편과 헝가리 여행 중에 수영장 식당에서 옥수수를 사 먹은 적이 있었다. 물놀이를 하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옥수수가 정말 맛있었다. 어느 정도의 맛이냐 하면, 여행을 다녀오고 지난 6년 동안 우리는 새로운 여름마다 그 옥수수 이야기를 한다. 마약 옥수수도, 강원도 찰옥수수도, 편의점 옥수수도 사 먹어 봤지만 그때 그 맛은 나지 않았다. 아마도 즐거웠던 기억이 옥수수 맛을 엄청나게 미화시켰던 거겠지, 우린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찾았다! 이 초당 옥수수는 말도 안 되게 맛있었던 그 옥수수 맛이다. 이 옥수수를 그냥 먹기엔 너무 아쉽다. 초당 옥수수의 맛을 다양하게 즐기고 기억해보기로 했다.


옥수수 케이크

옥수수로 베이킹을 할 때, '소테'라는 밑 작업을 해두는 것이 좋다. 버터에 옥수수를 볶아 주는 것이다. 초당옥수수는 수분과 당도가 충분하기 때문에, 익히지 않고 낱알만 칼로 잘라서 사용하면 된다. 소테를 한 옥수수는 고소하고 쫀득해진다. 케이크에 들어가면 식감도 풍미도 훨씬 좋아진다.

소테 처리한 옥수수

옥수수는 화이트 초콜릿과 잘 어울린다. 옥수수 케이크 위에 [화이트 초콜릿 + 코코넛 밀크] 가나슈 크림을 올렸다. 그 위에 다시 한번 초당 옥수수 토핑!

꽤 큰 사이즈의 케이크인데, 만들고 그 자리에서 반을 먹어버렸다. 베이킹을 자주 하다 보니, 이제 실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그럭저럭 맛있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이 옥수수 케이크는 연신 감탄하며 먹었다. 기본적인 레시피로 이렇게 훌륭한 맛이 나오다니. 역시 좋은 재료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콘 수프
Corn Soup


수프를 좋아한다. 더운 여름이지만, 속은 따듯한 게 좋다. 특히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렇다. 에어컨 바람을 쐬고 한참을 멍을 때리고 난 후, 요리를 시작했다.

재료: 초당 옥수수 1개, 두유 1팩, 소금 1꼬집, 옥수수가루 1큰술

저녁 요리는 '간단함'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콘수프는 딱이다. 재료를 믹서에 한 번에 넣고 휘리릭 갈아주고, 냄비에 부어 데워주면 끝! 들어가는 수고에 비해 맛이 호사스럽다. 옥수수가루는 없어도 맛있지만, 거친 입자의 옥수수가루가 꾸덕꾸덕한 질감을 만들어준다. 좀 더 한 끼 식사 같은 느낌이 든다.


옥수수 쫀득 쿠키

요즘 가장 자주 만드는 쿠키이다. 만드는 방법이 너무너무 간단해서 퇴근하고 간식 상자 채우기 좋다. 채식 베이킹 (비건 베이킹) 레시피이다. 채식 베이킹을 좋아하게 된 것은 담백한 맛 때문이기도 했지만, 쉬운 공정 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밀가루를 쓰지 않는 몇몇 레시피는 실패할 일이 없다. 그냥 재료를 액체 따로, 가루 따로 섞어준 다음 합치기만 하면 된다. 대충 저어도 힘차게 저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잘 섞어서 구워주면 완성!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기엔, 정말 맛있다. 정말! 타피오카 전분 사둔 것을 어디에 쓰나 한참 고민했었는데, 쿠키에 타피오카 전분을 넣으니 쫀득쫀득한 식감을 만들어주었다.


비건 레시피여서, 옥수수는 식물성 오일로 소테 해 주었다. 그리고 녹인 화이트 초콜릿과 함께 버무린 후 쿠키 반죽에 넣는다.


초당 옥수수 만세!!!


매거진 | 매일매일 채소롭게

인스타그램 | orotte_moment

매거진의 이전글 살구를 오래오래 먹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