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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an 16. 2023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시작은 좋았다. 브런치북 공모전에 떨어진 후 내 글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자고 결심했다. 정직한 회고는 성공에도 실패에도 꼭 필요한 것이고 축 쳐져있는 것보다는 생산적인 방향 전환이었다. 문제는 내 글이 무엇이 문제였는지, 좋은 이야기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갖지 못한 것의 목록을 만들게 되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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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


<일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의 박소연 작가님은 서울대 석사 출신이네? <일놀놀일>을 쓴 마케터 이승희 님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8.2만이구나. <나답게 일하는 법>의 최명화 대표님은 현대, 두산, LG에서 모두 임원을 했다고?


읽히는 이야기를 쓰려면 내가 갖지 못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위험한 생각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데이터로 세상을 읽는 송길영 부사장의 한 마디였다.



“멋져 보이고 싶은 분들이 계세요. 근데 멋진 게 아니라 치열한 게 나중에 멋지게 인식되는 거예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봤다. “나는 지금 무엇에 치열하지?”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떨어진 후 내가 치열하게 고민한 것은 “어떻게 좋은 글을 쓰지?”였다.  그건 마치 “멋져 보이려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질문이었다. 내 글이 담아내야 할 “치열함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멋져 보이는 것으로 채우고 싶은 성급함이 앞섰다. 좋은 대학 석박사 출신의 책, SNS 인플루언서의 책, 대기업 임원 3관왕의 책이 아니라 그 책이 담고 있는 치열함의 진짜 대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내가 부러워하고 쓰고 싶은 책의 주인공들은 책을 쓰기 위해 치열하게 산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으로 쓸 이야기가 생긴 것이었다. 나는 지금 무엇에 치열할까? 마인드맵으로 나의 키워드를 적어내려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회사는 싫지만 일은 좋아

취미는 고민, 특기는 번민

매일 공부하는 리추얼


흠… 매일 내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주제들인 것은 맞는데 이걸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막막한 마음으로 인스타그램을 열었다가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 폴인의 광고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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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나만의 방법




내향인 마케터의 생존법
내향인도 훌륭한 마케터가 될 수 있을까?


“이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이 영상을 보겠다고 내친김에 1년 정기구독까지 결제했다. (왜 꼭 이럴 때 1년 구독 초대박 할인을 하는 걸까) 30분짜리 영상을 3분처럼 느끼며 봤다. 김상민 마케터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내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내향인 → 나다

INFJ → 나다

외향적인 마케터 사이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마케터였다 → 지금의 나다

내향적인 내가 훌륭한 마케터가 될 수 있을까 → 그 말이 내 말이다!


스타트업 DNA가 충만한 회사로 이직한 후 젊고 에너지 넘치는 외향인 동료들 사이에서, 말보다는 글이 편하고 아무리 좋은 사람과도 3시간 이상 함께 있으면 기운이 쭉쭉 빠지는 나는 백조 사이에 불시착한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기분이었다. 폴인 세미나 링커로 멋지게 앉아있는 김상민 마케터가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자 순식간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곧 그는 자신만의 해결 방법을 소개했다. 배달의 민족은 구글 스프레드시트, 슬랙을 이용해서 온라인으로 카피 회의를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나서서 말하기 어려운 내향인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는 키보드 워리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상민님은 어릴 적부터 버디버디, 인스타그램, 유튜브 댓글 쓰기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온라인 카피 회의에 최적화된 글쓰기 훈련을 해왔다.  온라인 카피 회의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표출할 수 있게 되었고 곧 회사에는 이런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카피 안 나오면 상민 님하고 이야기해 봐요.”


게다가 그는 자신의 내향성을 약점이 아닌 기회로 바라봤다. 내향인이 인간관계에 지치고 소모되도록 만드는 범인은 바로 ‘예민함’인데 이 예민함을 지금 시대의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예민함은 곧 부지런함이라고 말했다. 우리 내향인들은 평생 쉬지 않고 타인과 사회의 눈치를 부지런히 보며 살아왔는데, 바로 그 긴장감이 요즘 시대의 마케터에게 꼭 필요한 감각이라고 말이다.


더 이상 모든 대중이 좋아하는 하나의 메가 트렌드가 존재하지 않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일들이 ‘불편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과거의 마케팅은 트렌드에 레이더를 켜고 활발하게 세상을 탐험하는 외향적인 활동이었다면 이제는 브랜드가 타겟팅해야 할 특정 집단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안에서의 보편성을 발견해야 하는데, 그것이야말로 내향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말과 함께 그는 <인싸가 되지 않아도 될 용기>를 갖자고 제안했다. 이 말을 듣고 위로가 되었다. 역시 가장 좋은 위로는 정확한 이해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정확하게 타게팅했다. 외향인 사이에서 일하는 것이 어려운 내향인 마케터! 그리고 그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전했다. 내향인의 예민함을 무기로 활용해서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되자!


그의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았던 이유는 그가 자신의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점을 기회로 전환하는 기술을 장착하고서 말이다.


한 달 넘게 씨름하던 질문의 매듭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내가 겪고 있는 핵심 문제는 뭘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만의 방식은 뭘까?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내가 가진 단점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


이 세 가지 질문에 나의 답을 찾으면 되는 거였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나의 핵심 문제와 해결법을 찾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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