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대학생들과 만나 [기록으로 콘텐츠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의 장소는 이전 직장이 있던 선유도였다. 강의를 마치고 좋아했던 카페에 오랜만에 들러 책을 읽었다. 여전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창밖으로 초등학교 담벼락의 푸르름을 바라봤다.
강연이 끝나면 멋지게 해냈다는 흥분감으로 고양되는 동시에 온몸의 에너지가 훅 빠져나가는 소진감이 드는데 이때 가장 좋은 휴식은 [몰입]이다. 스마트폰 절.대.금.지.
고요하게 커피 맛에 집중하고 창 밖 풍경을 보다가 책을 읽는다. 시행착오 끝에 찾은 회복 루틴이다.
집으로 돌아오자 남편이 물었다.
“행복했어?”
“멋있게 잘하고 왔어.”
“행복했어? “
재차 묻는 그의 진지한 질문에 아차,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알았다. 일을 할 때마다 나는 [어떻게든 잘 해내야만 해] 이 생각에 사로잡혀서 즐기지 못했구나. 행복하게 몰입한다면 성취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텐데.
오늘은 아침 일기에 [편안한 휴식을 하자]고 적었다. 나에게 온전한 휴식이란 온전한 몰입이다. 몸과 마음을 모두 쓰며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 베이킹! 반죽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는 과정에서 감각도 부지런히 몰입한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추억의 옥수수빵을 구웠다. 점심에는 서리태 콩가루에 유자청을 섞어 쿠키를 구웠다.
갓 구운 쿠키를 먹고는 다시 나가 달리기를 했다. 트랙의 끝을 보지 않고 발 끝을 보며 뛰었다. 속으로 외쳤다. “얼마나 남았는지, 더 뛸 수 있는지 생각하지 말자, 그냥 뛰어 그냥 지금만 뛰어.” 평소보다 한 바퀴를 더 뛰었다.
집으로 돌아와 창문을 모두 열어젖혔다. 화장실에 락스를 구석구석 뿌리고 욕조 세면대 변기를 닦았다. 리듬을 타듯이 팔을 옆으로 움직이며 박박 문질렀다.
청소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밑미 리추얼 회고 미팅을 하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하루의 끝, 일기장을 펼쳤다.
아침에 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편안한 휴식을 하자. 그런데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걸까]
오늘 하루가 나에게는 온전한 휴식이었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손과 발이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
흘러 다니는 생각에 붙잡혀 헤매지 않고 몰입해서 읽고 쓰는 것
하루를 마무리하며 노곤한 피로감으로 달콤한 잠을 맞이하는 것
참 잘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