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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Dec 04. 2023

나만의 OOO을 찾아서

[2023.12] 공부 리추얼 선언미팅

2023년 12월 [밑미] 리추얼
하루 30분 셀프 스터디 선언 미팅 내용을 글로 옮겼습니다.


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이번달 공부 리추얼은 [나를 바꾸는 공부]라는 주제로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보통 밑미에서 리추얼 선언미팅을 하면 리추얼을 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곤 해요. 드림보드 만드는 법, 문장 수집하는 법처럼요.


우리 리추얼은 [공부]잖아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가 공부에 대해 얼마나 많이 배우고 고민하고 생각했겠어요. 다른 리추얼과는 다르게 공부 리추얼에서는 공부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라고요. 대신 매달 공부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공부하기 위해 귀한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써서 이곳을 찾아주신 메이트분들이라면 이런 이야기가 궁금할 것 같아요. 하루 30분 공부를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요. 오늘은 저의 변화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일로


제가 공부를 통해 얻은 것은 [일]과 [나] [회사 안의 나]와 [회사 밖의 나] 사이 관계를 다시 세운 것이었어요. 이전에는 그 둘 사이를 철저하게 분리했었거든요. [일하는 나]와 [본래의 나]를 분리했고, [회사 안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나]를 분리했어요. 물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요. 이렇게  철저한 분리를 해야만 했던 이유는 그러지 않으면 저를 지킬 수 없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렇게 일과 나 사이 벽을 치고 만든 공간에서 저는 퇴근 후 읽고 쓰는 공부를 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더라고요. 지금 나를 움직이는 생각과 관점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고 왜 그런 관점을 갖게 되었는지 그래서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런 것들을 글을 쓰면서 정리했어요.


반대로 독서, 남의 글을 읽으면서는 타인의 생각과 관점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신기하게도 타인의 생각과 관점을 알게 되니까 그걸 내 생각이랑 비교하게 되고 그러면서 오히려 내 생각을 분명하게 알 수 있더라고요. 비교를 통해 저를 인정하게 된 거죠. 아 나는 빠른 성장보다는 느린 성장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긴 호흡의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고요.


이렇게 나를 알아가는 공부로 시간을 쌓다 보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자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찾게 되더라고요. 그 힌트를 따라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요. 공부는 저에게 일에 대한 영역, 범위, 관점을 넓혀주는 역할을 해주었어요.


이 과정을 조금 더 생생하게 저의 사례로 설명드려볼게요. 저는 10년 전에 회사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그때 회사가 너무 싫고 적응이 안 돼서 2년 즈음 다니다가 퇴사를 했거든요. 퇴사 후에 생각해 보니 일 자체가 싫었던 게 아니라 같이 일했던 동료들의 일하는 방식이 싫었던 거였어요. 이제 나는 뭐 해 먹고사나 고민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꼭 일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회사라는 하나의 장소에서만 해결해야 할까? 그때 저를 낮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버는 배우라고 상상해 보기 시작했어요. 어쩔 수 없이 다시 회사에 다녀야 한다면 주어진 일을 바꿀 수 없다면,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은 프로모션, CRM 마케팅입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설을 세우고 스토리텔링을 해서 마케팅 전략을 짜죠. 마케팅을 하면서 광고 문구를 쓰고, 기획전 컨셉을 잡고, 타깃을 분석하고 스토리텔링하는 이 과정은 제가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던 하고 싶은 일인 에세이 작가와 본질적으로 연결이 되더라고요. 게다가 10년 차 회사원으로서 나답게 일하는 법에 대해 글을 쓰고 브런치에 올리고 있잖아요. 그 글을 보고 밑미 리추얼에 찾아와 주시기도 하고요. 제 생각을 글로 쓰고 강의를 하면서 바로 이게 10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여러분들과 함께 밑미에서 공부하는 이 활동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었던 HRD, 교육, 커뮤니티 기획이고요.


엇! 어쩌면 이미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어요. 이것을 깨닫는 게 10년이라는 시간이 저에게는 필요했나 봅니다.





헤매는 자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하고 있는 일에서 하고 싶은 일로 생각을 전환하기까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부 모임도 하면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 과정을 돌아보면 들인 노력에 비해서 결과가 빠르고 쉽게 나오는 효율적인 과정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input 대비 output이 참 별로였죠. 그러나 그 지난한 과정이 있었기에 그리고 사실 그 과정을 제가 재미있게 보람되게 뿌듯하게 즐겼기에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책 한 권, 글 한편으로 당장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러니까 당장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절대 꾸준히 지속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재미와 의미라는 저만의 진정한 보상을 중간중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효율적이지는 않았지만 그 공부를 지속했던 것 같아요.


위의 그림은 개미 집단이 장애물을 통과해 먹이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왼쪽 그림처럼 장애물이 없다면 곧장 먹이를 찾았겠지만 우리의 삶 속에는 늘 장애물이 있죠. 중간과 오른쪽 그림처럼요. 장애물이 있을 때 원하는 지점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왼쪽 길과 오른쪽 길 중 하나에 승부를 걸고 가보는 것? 자신감 넘치고 멋지지 않나요? 저는 그런 선택을 하는 친구들을 많이 부러워했어요. 대학교 1~2학년때부터 "나는 기자가 될 거야!"라며 몇 년이고 언론 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저는 스스로를 걸어볼 만큼 하고 싶은 게 없었고,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나를 걸만큼의 용기나 확신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안전한 선택을 해버리고는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가지 않은 길을 기웃거렸던 것 같아요.


개미 집단은 어떤 선택을 했을 까요? 개미 선발대는 먹이를 찾으러 왼쪽도 가보고 오른쪽도 가봅니다. 수많은 개미가 각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그중 몇몇 개미가 먹이를 발견합니다. 그들은 돌아오는 길에 페로몬을 뿌려요. 멀리 돌아가는 경로를 택한 개미 중 몇몇도 먹이를 찾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자신이 왔던 길과 반대의 최적화된 경로를 택합니다. 역시 돌아오면서 페로몬을 뿌리고요. 먹이를 찾은 개미가 늘어갈수록 그들의 경로에는 진한 페로몬이 덧입혀지고, 먹이를 찾지 못한 개미의 경로에는 페로몬의 흔적이 옅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개미집과 먹이 사이를 잇는 최단 거리의 페로몬 루트가 만들어지죠. 뒤따르는 후발대 개미들은 쉽고 빠르게 최적의 루트로 먹이를 향해 갈 수 있겠죠. 이것은 책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 본 떠돌이 개미의 성공법이에요.




진정한 보상은 재미


지그재그로 길을 잃어본 사람이 오히려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최적의 루트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최적의 루트를 찾으려면 단번에 성공할 수 없잖아요. 길을 잃어도 보고 이길 저길 모두 시도해 보는 단계를 거쳐가야만 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번에 성공 루트를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길을 헤매는 시기를 잘 버텨내는 마음이에요. 그 시기를 버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끈기보다는 재미 아닐까요?


이 길 끝에 꼭 성공이 나와야 해!라고 생각하고 달렸는데 이번에도 아니라면, 다시 시도할 힘이 샘솟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보다는 이번에 성공하지 않아도 그 길을 가는 과정이 재미있다면 어떨까요? 길가에 핀 꽃을 보며 쉬기도 하고 떠가는 구름을 보며 친구와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이 헤맬 수 있다면 어떨까요?


진정한 보상은 성공이 아닌 재미라는 것을 공부 리추얼을 하면서 메이트 여러분들의 기록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제가 리추얼 기록에서 재미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거든요. 그랬더니 [재밌어서, 재밌게, 재밌는] 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많이 나오더라고요.




재미라는 진정한 보상을 연료 삼아 꾸준히 공부하며 나만의 관점, 나만의 생각, 그리하여 나만의 트랙을 갖게 될 거예요. 그렇게 시간을 쌓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바라던 곳에 도착해 있을 거고요. 그렇다면 이 나만의 OOO은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일까요?




공부로 발견하는 나만의 OOO


저는 공부를 통해 나만의 OOO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지금까지는 이것저것 시도하며 길을 찾는 과정이 전문성 없고 깊이가 얕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어요. 내가 아무리 퇴근하고 글쓰기를 즐긴다고 해도 전업 작가만큼 글을 쓰고 성장하고 유명해질 수 있을까? 회사에 올인하는 사람이 아닌데, 회사에서 더 승진하고 오래가고 멀리 갈 수 있을까? 나는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되면 어쩌지? 그런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키워드가 많아지는 건 얇고 넓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루빨리 나만의 분야를 찾아서 깊고 넓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이것저것 발만 담가본 얇고 넓은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웠어요. 그러나 반대였어요. 오히려 키워드를 조합하고 조합할수록 깊어지고 명확해지더라고요.


10년 동안 E커머스 마케터로서 충실하면 그게 깊고 넓은 걸까요?


그보다는 에세이 쓰는 마케터, 밤마다 공부하는 모임을 이끄는 마케터, 주말마다 홈카페를 여는 마케터가 더 확실한 자신만의 분야를 갖게 되는 것 아닐까요. 직장인 중에서 1등이 되려면 임원은 돼야 할 것 같은데 너무 힘들잖아요. 대신 에세이 쓰는 마케터, 공부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하는 직장인이라면 꼭 1등이 될 필요도 임원이 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흩어진 듯 보였던 제 키워드들을 조합해 보기 시작했어요. 조합할수록 저는 고유해지고 차별점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냥 요리 에세이를 쓰는 직장인이 아니라

퇴근 후 매일 한 가지 채소로 요리하는 직장인


그냥 책을 읽는 직장인이 아니라

마인드맵으로 독서노트를 정리하는 마케터가 되어 보기로 한 거죠.


오랜 기웃거림과 시도와 방황이 오히려 강력한 나만의 키워드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준 셈이에요.



여러분의 OOO은 무엇인가요?


공부 리추얼에서는 매일 나의 OOO를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을 드리고 있어요. 이 질문에 꼭 매일 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질문을 생각해 보고 다른 메이트의 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답을 향해 가고 있으니까요.


이번달, 우리 같이 공부하며 나를 고유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줄 키워드를 찾아볼까요?



함께 공부해요!

[밑미] 하루 30분 공부 리추얼

https://www.nicetomeetme.kr/rituals/01gf9864n6qebcwr8apq5k6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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