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밑미] 리추얼
하루 30분 셀프 스터디 선언 미팅 내용을 글로 옮겼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달 선언미팅의 주제는 [혼자서, 그러나 외롭지 않게]입니다. 이 주제는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 [창의성을 타고나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우리가 나만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혼자의 시간이 꼭 필요하잖아요. 그러나 이 시간을 외롭고 고독하게 느낀다면 참 괴로울 것 같아요. 나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공부의 시간이라는 것은 알지만 괴로우면 오래 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리추얼 커뮤니티에 모인 것 같아요.
이번 달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혼자의 시간을 리추얼을 통해 외롭지 않게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제 소개부터 드리고, 제가 준비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그러고 나서 3주 간 [혼자서, 그러나 외롭지 않게] 함께할 메이트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리추얼 메이커이자 러닝 메이트 단단으로 저를 소개하고 있어요. 러닝 메이트는 [같이 공부하는 친구]라는 의미와 달리기를 할 때 포기하는 친구가 없도록 도와주는 [페이스 메이커]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어요. 영어로는 다르지만, 한국어 표기는 같죠. 이렇게 같이 공부하면서 저는 매일 일상을 단단하게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3주간 우리 리추얼 방에서 저의 단단해져 가는 일상에 대해서도 자주 나눠볼게요.
[혼자서, 그러나 외롭지 않게] 지속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리추얼이 필요합니다. 리추얼 플랫폼인 [밑미]는 리추얼을 이렇게 정의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반복하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리추얼이라고요. 출퇴근, 운동, 산책, 커피 마시기 같은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라고들 하죠. 그 행동을 하는 지금 이 순간의 감각, 나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 리추얼이라고 말이죠.
이 슬라이드에서는 커피 마시는 행동을 습관과 리추얼로 비교해 보았어요. 아침에 출근해서 회사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다면 습관이죠. 반면, 매일 똑같은 커피지만 나의 기분이나 신체 컨디션에 따라서 지금 이 커피를 마시는 나의 오늘 상태가 어떤지, 나의 오늘 하루는 어땠으면 하는지 생각한다면 그건 리추얼이 됩니다.
저 역시, 2년 넘게 공부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하면서 저만의 리추얼이 가진 의미를 생각해 봤어요. 저에게 공부 리추얼이란 원하는 것들로 일상의 리듬을 만들고 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시간과 경험입니다. 여기서 [일상의 리듬]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아름다운 리듬을 한번 떠올려볼까요? 어떤 감각이 느껴지세요? 아주 빼곡하게 빽빽하게 빈틈없이 차 있는 느낌보다는 올라갔다 내려가는, 커졌다 작아지는, 강약중간약과 같은 다양한 호흡과 강도와 분위기의 조화로운 반복이라는 감각이 더 어울리지 않나요? 저는 아름다운 일상의 리듬이란, 매일 마음먹을 것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반복하는 것보다는 빼먹기도 하고, 쉬어가기도 했다가, 그렇게 충전된 에너지로 두둥실 떠오르기도 하는 그 모든 상태의 조화로운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일상의 리듬을 경험하고 나면, 컨디션이 다운돼서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날에도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가뿐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그래서 지나치게 자책하거나 실망하지 않죠. 반대로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은 날에도 이런 상태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무리하거나 욕심내지 않게 되죠. 오히려 너무 좋을 때 불안한 순간이 있잖아요? 물론 언제고 나빠질 수 있지만 결국 다시 좋은 상태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컨디션에 덜 연연하게 되더라고요.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몰입하는 경험을 통해서 나의 삶을 결국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다는 든든하고 단단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됩니다.
아까 밑미가 습관과 리추얼을 구별했듯이 저는 리추얼을 루틴과 구별하고 싶어요. 루틴이라고 하면 왠지 의지의 영역인 것 같아요. 완벽주의를 가져야 할 것 같죠. 일주일 하다가 못 하면 “아! 나는 실패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죠. 빈틈도 있는 리듬이 없다 보니 이 빽빽한 루틴을 지속하는 게 어려운 거죠. 그래서 자꾸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달성률에 지나치게 매몰되고요. 목표한 활동이 아닌 다른 활동을 낭비로 규정하기도 하고요.
반대로, 리추얼은 의도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큰 의도 하나만 유지한 채 자유롭게 리듬을 타는 거죠. 공부 리추얼을 하는 저의 의도는 [매일 하루 중 30분을 공부에 내어주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시간이나 주제를 딱 정해 놓지는 않아요. 아침에 해봤다가 지속하기 어려우면 저녁으로 바꾸기도 하고요. 데이터 공부를 목표했다가 어렵고 지루해서 영어 공부로 바꾸기도 해요. 그러나 거대한 의도의 리듬 안에서 저는 [매일 하루 중 30분을 공부에 내어주고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든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꼭 책상에 앉아서 자세를 잡고 공부하지 않아도 일상의 경험을 얼마든지 공부로 만들 수도 있더라고요. 퇴근길에 영어 듣기 공부를 하려다가 그냥 요정재형 유튜브 채널을 본 날에도 그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그 영상에서 새롭게 배운 것이 있을지, 내 일상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게 있을지 생각해 보고 기록으로 남기면 그게 공부가 되는 거죠. 그런 마음으로 하다 보니 매일 공부하지 않아도 매일 공부하는 일상을 살게 되더라고요.
지난달 저의 에피소드를 하나 더 말씀드려 볼게요. 제가 주로 2월에 피부가 건조해서 뒤집어지거든요. 그래서 며칠 동안 이 [해니 뷰티]라는 채널을 매일 1시간씩 봤어요. 저는 시간을 버린 걸까요? 아니요. 저는 이걸 공부라고 생각했어요. 1시간 유튜브 보고 영상에서 배운 피부 관리 방법, 화장법 중에서 저한테 적용할 수 있는 걸 노트에 기록했거든요. 물론 추천 제품도 사고요. 그랬더니 바로 피부도 촉촉해지고 화장도 너무 잘 되는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공부란,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레퍼런스를 보면서 나만의 해답을 찾고 일상에 적용해서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유튜브로, 음악 감상도, 드라마 보는 것도 다 공부죠.
여기까지 듣고 나니, 아! 나도 공부 리추얼에서 [원하는 것들로 일상의 리듬을 만들고 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그러기를 바라면서 두 번째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제가 아까 유튜브를 기록하면서 봤더니 버린 시간 같지 않고 공부로 느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공부의 과정에서 [기록]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꼭 배운 것을 다 요약하자는 의미는 아니고요. 그냥 한 줄이라도 내가 오늘 배운 것이 무엇인지 기록하는 것은 [내 일상을 내 관점에서 편집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1시간짜리 영상을 한 줄로 요약하려면 그 수많은 정보 중에 대부분을 버리고 딱 하나를 고른다는 거잖아요. 그 하나는 나에게 필요하고 중요하고 영감이 될 만한 하나겠죠. [기록]은 나의 배움을 편집하고 재창조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해요.
그 기록을 우리는 같이 하잖아요. 나 혼자만 보는 시크릿 일기장에 남기는 게 아니라, 여기 계신 리추얼 메이트 분들, 든든한 치어리더, 그리고 메이커인 제가 보는 기록이죠. 그렇다 보니까 여기에 무엇을 남겨야 하지?라는 고민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저는 우리가 일상에서 남기는 기록을 3가지로 분류해요. 하나는 나만 보는 기록이에요. 일기 같은 거죠. 그래서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않은 내 모습들을 자주 쓰게 되더라고요. 두 번째는 소수에게만 공개된 기록이에요. 바로 우리가 리추얼방에 남기는 기록이죠. 리추얼에 모인 분들은 약속한 적은 없지만 암묵적인 약속을 했잖아요. 이곳에서는 우리 서로를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응원하고, 지지하자고요. 그래서 이 공간에 기록을 남길 때는 자연스럽게 이해받고 싶은 내 모습을 기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세 번째는 모두에게 공개된 기록, SNS 기록이에요. SNS에서는 밑미처럼 이해, 응원, 지지를 주고받자는 암묵적인 약속은 없잖아요. 그래서 누가 봐도 좋아 보일 모습들만 남기게 되죠. 그래서 그걸 보는 우리가 자주 위축되기도 하고요.
이렇게 내가 기록하는 내용으로 구분해 볼 수도 있고, 내가 받을 수 있는, 기대되는 피드백의 유형으로도 이 세 가지 기록을 구분해 볼 수 있어요. 저는 이 세 가지 기록을 동시에 모두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만 보는 기록만 하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일도 없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일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 부정 감정에 휩싸이면 혼자 극복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반대로 공개된 피드백만 받다 보면 너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 검열을 지나치게 하거나 가공된 타인의 일상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혼자 견뎌보는 힘, 응원과 지지의 힘, 나를 잘 포장하는 능력을 두루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세 가지 기록을 모두 남기면 가장 좋은데요. 현실적으로 시간과 에너지가 많지 않잖아요. 그럴 때 하나만 선택한다면 저는 세 가지 기록의 장점을 적절하게 모아둔 [소수에게만 공개된 기록] 만큼은 꼭 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아까 제가 일기와 같은 나만 보는 기록은 긍정 피드백도 부정 피드백도 받을 일이 없다고 했잖아요. 그러나 사실, 그 기록에도 매 순간 답장이 있었습니다. 바로, 내가 나에게 보낸 피드백이에요. 일기를 쓰면서 나 오늘 잘했다, 못했다, 아쉽다, 부끄럽다, 기특하다 이런 생각을 마음으로 하잖아요.
밑미에서 우리가 같이 [따뜻한 응원과 지지]라는 긍정 피드백을 주고받는 연습을 하다면 저는 나만 보는 기록을 남길 때도, 모두에게 공개된 기록을 남길 때도 나 스스로에게 외부의 시선이나 기준과는 상관없이 건강한 피드백을 줄 수 있게 된다고 믿어요.
건강한 기록과 피드백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요즘 정말 AI, 챗GPT, 끝없이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 기술은 언제고 새로운 기술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진짜 대체 불가능한 건 나의 문제를 나답게 고민하고, 해결하고, 그런 시간을 쌓아 올린 [맥락]이잖아요. 저보다 일 잘하는 회사원, 저보다 글 잘 쓰는 작가, 저보다 리추얼을 오래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메이커는 많지만, 제가 가진 맥락과 이야기는 저 하나뿐이죠.
이 문장은 영화 박스트롤의 감독의 말인데요. “모두들 세상에 맞춰 살아가지만, 언젠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출 때가 온다.”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그때가 곧 올 것 같아요. 우리 그때가 올 때까지 리추얼에서 혼자, 그러나 외롭지 않게 세상을 나에게 맞추는 연습을 한번 해보자고요!
네, 그럼 그 연습, 리추얼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공부 리추얼에는 4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있어요. [질문] [댓글] [기록] [휴식]입니다. 아까 습관과 리추얼의 차이가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의식하는 정서적 활동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과정을 매일 제가 드리는 질문이 도와줄 거예요. 질문은 꼭 모두 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냥 쓱 읽어보고 넘어가도 좋고, 다른 메이트는 어떤 답을 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 자체로 이미 우리는 이미 질문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니까요.
그다음은 [댓글]이에요. 댓글 받는 건 기분이 좋지만 남기려고 하면 은근히 에너지가 들잖아요. 기록도 읽어야 되고 어떤 댓글을 남길지 고민도 해야 되고요. 모든 메이트의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아도 정말 괜찮아요. 좋아요 하나만 남겨도 좋고요. 그냥 리추얼 방에 들어왔을 때 눈에 들어오는 1~2명의 메이트의 기록만 읽고 댓글 남기는 게 오히려 뿌듯하게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다음은 [기록]입니다. 우리는 월화수목금 공부하고 주말은 쉬는데요, 나의 일상 패턴에 맞게 가능한 요일과 시간에 남겨주세요. 무엇을 남겨도 좋습니다. 아까 제가 한 줄도 정말 충분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오히려 한 줄을 남길 때 무엇을 남길지 더 치열한 고민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책상 사진 한 장, 영어 어플 캡처, 무엇이든 좋습니다. 이 사진은 이전 메이트 분들의 기록인데요. 독서 2권 완료! 주말 쉼을 위한 책 준비 완료! 이렇게 간단하게 남겨주셔도 좋고요. 요리를 공부하던 메이트분은 밥상 사진을 인증해 주시도 했어요. 수학 공부하는 책상을 찍어서 올려주시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휴식]입니다. 아름다운 일상의 리듬을 만들기 위해서 제가 [빈틈] 강약중간약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잖아요. 휴식은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에요. 휴식은 일상의 무게를 단단히 지탱하고 균형을 맞추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내가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시면, 내 삶의 균형을 의식적으로 주도적으로 맞춘다는 생각을 가져주시고 당당하게 휴식 카드를 사용해 주세요. 휴식 카드는 제가 단톡방으로 다음 주에 슬쩍 건네드릴게요.
네, 여기까지 이번달 제가 준비한 내용입니다. 이제 너무나도 궁금한 메이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여러분들이 단톡방으로 나눠주셨던 자기소개를 제가 여기에 모아 왔거든요. 같이 보면서 이야기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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